자연과학개론
천병수 외 지음 / 교문사(청문각)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15,16년 전에 처음 접했던 물리는 지금 느끼는 것처럼 어렵지도 방대하지도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책상에서 공이 굴러 떨어질 때의 위치/운동에너지)
  이나 아주 쉽게 납득이 가는 비교적 쉬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나는 화학을 아주 싫어했는데, 원소주기율부터 시작하여 각종 화학식을 암기하는
  것이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재밌었던
  생물이나 지구과학은 그 이후로도 호감을 느낄 정도였다.
  애시당초 저 모든 것들이 하나(자연과학 혹은 자연철학)에서 시작되었기에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의 것이긴 했어도 20세기에서는 이미 저렇게 세분화 되어 교육을 했기 때문에
  나 역시 각각의 과학으로 받아들이면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선을 확실히
  그으면서 접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화학이 더 쉽게 느껴지고 물리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20세기에서 접했던 책들과는 반대로 지금, 21세기에 새로이 접하는
  책들의 화학은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나왔고 물리는 그 놈의(정말 싫다)
  암기 물리 공식부터 얼굴을 들이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읽고 있는 (성급하게 리뷰부터
  대충 끄적여 놓은)
<과학: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녀석에서도 간접적으로 강조
  되었고, 지금 쓰려고 하는 리뷰의 대상 <자연과학개론>에서도 역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인
  '물리는 수학적 언어 혹은 공식으로 서술되거나 주로 수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발전' 된다는
  내용 덕에 왜 그렇게 지금 물리가 어렵고 다른 분야에 비해 과학적 역사가 길고 내용이
  지칠 정도로 방대한지 조금은 납득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친해진 것은 아니다,아직은) 

  하지만 중요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모든 과학의 시초는 물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고대 시대에서부터 이미 정전기에 대해 발견했다는 것이 놀랍고, 물체의 움직임의 원리를
  알고자 가졌던 의문에서 물리학은 아주 활발하게 시작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그 시대인들은 태양과 달,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천체학과 자연에서 접하는 신기하고
   경이로운 현상에 대한 것에서 발달한 철학의 한 부류로써 여기면서 물리에 대해 이해하려고
   했을테지만) 
  물리학에서 다뤄지고 있는 광학, 열역학, 전자기학 등은 후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해준
  발명품들(현미경, 전구, 자동차, 발전소, 정보통신 등)의 '엄마'라는 것을 알면 물리가 얼마나
  인간의 삶의 질을 높였는지 그리고 다른 과학 분야에도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그
  존재와 그를 알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의 노고는 굉장히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만다. 

  내가 가장 멀리 하고 싶어했던 물리가 내가 좋아하는 과학 속에 깊숙히 뼈대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조금 거리감을 좁히게 만들기도 했지만, 고대 시대부터 수학과 일치감치 짝꿍이 되어버린
  그 특유의 성격 때문에 머리가 더 복잡해진 것은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그러나 과학을 계속 좋아하려면 결국 물리부터 친해져야 한다고 절반은 체념하고 말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압축 요약해서 풀어 넣으면서
  뽀너스로 현대 과학(전자기술과 정보사회)도 함께 다루어서 짧은 시간 안에 자연과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450페이지가 되지 않는 분량이므로 많은 양의 과학을 얼마나 빨리 전개
  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자가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저술한 것
  같아 마음을 비우고(나오는 과학자나 과학적 업적 혹은 명칭에 대해 하나하나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 가겠다는 그 오기나 욕심을 일단 버리고)
읽으면 과학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재밌는 것은, 같은 내용과 과학자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다른 여러 책들을 동시에
  읽으면 서로 비교해 보거나(이 책엔 기술되어 있는데 저 책엔 없더라는 식의), 같은 내용을 계속
  접하면서 '반복 학습'의 효과도 생겨서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조금이라도 더 쉽게 혹은 더 낫게 과학 서적류를 발간하려고 노력하려는 교수들
  덕분에 재미를 붙이며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흡수할 수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
  만약, 내가 15~17세기에 살고 있다면, 과학 저작물을 읽기 위해 라틴어나 이태리어 혹은 로마어,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부터 공부해야 하는 끔찍한 숙제 때문에 고생 꽤나 했을 것이다.
  (그 당시엔 영어로 출간되는 저작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으므로)
  게다가 그 시대에 출간되는 과학 저작물 혹은 논문 등은 일반인들이 읽기엔 너무나 어려운 수준
  이었기에, 다소 과열 경쟁은 있어도 각국의 언어로 다양하고 쉽게 과학 서적류를 출간하는 이
  시대에서 사는 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자 탁월한 선택이다!  

  자연과학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물리가 과학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며, 싫어도 물리와 친해져야만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11-25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6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6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7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