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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부친 편지
경봉 스님 외 지음, 정성욱 엮음, 명정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는 매미 울음 소리가 무수한 깨알같은 소리들로 집안을 가득채운다.
인도에서 선물로 사온 CD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깨우며 누운 아침이 고요하다.
창을 타고 거센 바람 한 줄기 두 줄기 가을을 실어나르고 책을 펼치고 앉아 풍경 사진을 음미한다.
한편 시같은 주옥같은 삶의 화두를 담은 선사들의 편지가 눈에 들어선다.
하얀 여백 위에 놓인 글들이 모두 풍경속으로 천천히 녹아 사라진다.
내 지나온 짧지만은 않은 삶을 돌아보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공기처럼 잡을 수 없이 덧없고,
내 알 수 없는 앞날을 내다보매 푸른 하늘 어디엔가에서 구름이 형성되어 어느 방향으로 흐르다 흩어질지 종잡을 수 없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앞에 두고 난 너무 일상적이고 속물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보다 절실한 삶, 그 앞에서 난 언제쯤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까?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문의 살과 그 가운데 쯤에 놓여진 문고리 하나
내 마음 속의 문고리를 들여다보게 한다.
야반 삼경에 빗장문을 만져보거라 했던
선사님의 말도 그것을 말한다.
선사들의 편지는 모두 한 길로 통하는데
그 길위에 마음을 놓고 섰는데
앞은 무수한 칼날이고
뒤는 낭떠러지라
선사들 모두 내게 한 길을 권하는데
길 위에서 나는 길을 잃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