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 교양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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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인류의 미래가 공동체와 개인이라는 두 극점 사이를 흔들리는 추와 같다고 한다. 인류의 진보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과 굴레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자유와 정신적 진보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류절멸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도기적인 정치형태로서의 세계연방이라는 특별한 정치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삶은 현실을 헤쳐나가는 코드이다. 그 코드는 현실과 현실인식이라고 하는 조건으로부터 생긴다. 인간 역사의 추는 현실과 현실 인식 사이에서도 오가고 있다. 인류 시계의 추는 또 인간 존재의 극과 극 사이에서도 오가고 있다. 와거교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우리 삶의 목표와 의미에 대해서도 시간의 추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역사적인 기술은 단지 미래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의 다양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와거 교수는 복잡하고 불규칙적으로 나열된 것 같은 인간의 미래적인 삶에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일반화를 시도한다. 그것을 통해 역사는 불규칙적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에 의해 흘러가는 것임을 보여준다. 자칫 구조적이고 딱딱해지기 쉬운 역사이해를 보충하기 위한 그의 책 서술은 단원 말미 부분에 들어간 편지형식의 글을 통해 개인적이고 사생활의 삶을 통해서 미래를 살아가는 인간의 의식을 세밀하고 자세하게 보여준다.

  인구의 폭발과 자원부족, 생태계의 파괴와  빈부격차의 문제, 계급갈등과 남북의 격차 등의 첨예화는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총체적인 해결을 요구하였고, 그것은 세계 3차 대전으로 현실화된다. 세계 대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폐허의 땅 위에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물질적인 새로운 문명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성도 만들어진다. 인류를 공멸로 유도했던 과거의 인간은 인류 전체의 진화와 창조를 위한 새로운 인간형으로 변화될 것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 개인적인 삶은 모조리 반납하고 공동체와 세계 연방을 위한 새로운 삶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조지 오웰이 말한 '1984년'과도 같은 전체주의 국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체주의는 인간 진화의 과도기적 단계에 놓여져 있을 뿐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정신이 질식당할 것 같은 세계국가적 공동체의 삶은 내부적인 모순의 씨앗을 키워가고 있었다. 아니 인류의 공멸을 뛰어넘기 위해 필요악으로 존재했던 세계 연방 체제는 이제 진정한 인류의 진보를 위한 텃밭에 거름이 되어야 할 운명이 되었다. 민주주의적 선거에 의해 연방 체제는 와해되고 작은당은 집권하자마자 자신의 모든 권력을 내던진다. 결국 텅빈 자리를 차지한 것은 자치와 자율, 소규모의 지역주의였다. 그것이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기 위한 삶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도 유전자조작과 의료기술을 발달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인간의 신체를 모두 바꾸어도 인간 의식을 보존하는 방법이 개발됨에 따라 '과연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라고 하는 철학적 물음을 물어야 하게 되었다. 그가 대단한 점은 예측할 수 없는 인류의 미래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물음과 답 속에 인류의 미래가 갖고 있는 진보의 형태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인간다운 정치체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가장 인간의 본성을 발현시키는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모습이 어떠하든지 인간의 삶의 모습이 어떠하든지 인간 영혼의 지구적이고 우주적인 삶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얼마나 가까이 도달하느냐가 인간다운 삶의 기준이 될 것이다. 200년을 살 수 있으면 행복할까? 인생의 목적없이 부초처럼 떠내려가는 삶이 무엇이 아름답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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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7-0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의미인가요?
그나저나 땡스투를 누른다는게 추천단추를 눌렀으니 어쩜 좋아요!

달팽이 2006-07-0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때로는 의지를 벗어난 손처럼
궤도를 벗어난 발도 때론 필요한데..
그나저나 여우님 오랫만에 발걸음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