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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롭게 - 법정 대표산문선집
법정(法頂)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법정 스님의 오래된 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문득 길을 가다가 옆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과 신비로움이 그러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만난 느낌은 그렇듯 늘 내게 있었던 것을 문득 내가 발견했을 때의 느낌이었다. 이제 스님의 나이도 70대의 중반이다. 그의 글들이 이젠 익을 대로 익어서 열매로 맺히는 것일까? 최근의 글들은 또 조금은 새로운 맛으로 읽힌다. 차분하고 조용한 스님의 글들이 어느듯 대나무 숲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어 뜰을 빗질해내듯이 나의 마음을 빗질한다. 번거로운 일상생활의 잡다한 생각들을 빗질하는 것이다.
당신은 세상 어디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그러면서 스님은 자신이 수행자임을 먼저 밝힌다. 혜가 스님이 달마 대사를 만난 이야기 속에 당신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과연 무엇인가? 하고 우리에게 묻는다. 물질적인 욕망이 중심이 된 거꾸로 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스님은 거꾸로 볼 것을 우선 권한다.우리의 일상에서 습관처럼 만들어내는 망상들을 버리고 새롭게 보기를 권한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바르게 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세상은 더 이상 이러저러할 일이 없게 되겠지...
이렇게 시작된 스님의 말씀은 이제 아주 평범한 자신의 일상으로 들어간다. 산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하루 속에서 자신의 수행은 말없이 빛난다. 화분을 기른다는 것, 새들의 소리를 듣는 것, 자신이 기거할 집을 짓는 것, 자연 속에서 해가 뜨고 지는 일을 맞는 것, 계절의 변화와 옷을 갈아입는 나무와 숲의 모습을 보는 것...이 모든 것이 스님에겐 공부가 되고 있다. 마음에서 펼쳐진 세상은 다시 마음으로 갈무리된다. 진정으로 우리의 본성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스님이 우리에게 묻는다.
세상의 만남이란 모든 것이 자신의 부족한 것을 메우기 위해 존재한다. 나는 혹 외로움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있지는 않을까? 내가 돌아보인다. 정말 귀중한 인연을 우리는 마음의 망상으로 헛되이 만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나의 길을 가는데 정말 부족한 것을 얻기 위해 우리는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보는 세상의 시작과 저녁에 마음 속으로 사라져가는 이 절실한 세상을 우리는 어쩌면 너무 쉽게 흘려보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모든 만남이 가는 길이 스님에게는 수행의 길이다. 자신을 바로 보기 위해서 가는 길 속에 모든 것이 담겨진다.
더운 여름 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책을 들고 있는 것인가? 하고 묻는다. 나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음악을 들을 때 내 가슴에서 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또 묻는다.
하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