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
호시노 토미히로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과거의 그 : 중학교 초임 교사, 24살, 호시노 토히미노, 기계체조를 잘 함.

  현재의 그 : 목 아래의 전신마비 장애인, 어머니의 간호아래 생명을 유지함, 입으로 그림을 잘 그림.

과거의 그는 건강이라면 부러워할 것이 없는 젊음과 힘과 근육질의 몸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리고 이제 갓 발령받아 교육의 꿈을 키워가는 교사였으며, 농촌에 계신 가난한 부모아래 여러 형제들을 가지고 있으며, 농촌이 싫어 빨리 도시에서 자립하는 꿈을 꾸었고 이제 그 꿈을 이루었다. 산악동아리에 가입하여 등산을 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기계체조를 가르친다.

현재의 그는 교사 생활 2개월째 되던 어느날 체조 시범을 보이다 경추골절로 목 아래 전신마비 상태에서 숨쉬는 것, 먹는 것, 배설하는 것 등 모든 것을 어머니와 간호사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점차 호전되었으나 목 아래의 근육은 영원히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는 절망의 깊은 늪으로부터 희망과 용기 그리고 사랑을 사람들과 나누며 살게 되었으며 특히 장애인의 삶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부터 시작한 입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문학인으로 살게 되었다.

  목이 부러져서 병원으로 가던 날 그는 자신의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절망감에서 삶의 모든 희망을 송두리채 빼앗겨버렸다. "내 손은 어디에 있는 거지? 이제 난 끝장이야. 이런 상태로는 살 수 없어!" 자신의 몸을 잃고나서부터 그에게 온 상실감과 좌절은 영혼속으로 스며들어 새 생명의 씨앗을 키우고 있었다. 그 생명의 벌거벗은 알몸에서부터 그는 어머니의 따뜻하고도 조건없는 사랑에 눈물을 흘렸으며,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며 살고 있는지, 하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면서 살고 있는지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자신의 밑바닥의 치부를 드러내고 의존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부끄러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밑바닥은 생명의 바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그 더 깊은 생명의 심연으로부터 삶의 희망은 올라왔다. 그가 건강한 체육인으로 살았다면 얼마나 이기적이고 몸의 욕망을 위해서 살았을 것인가? 부모님의 사랑도 알지 못하고 철없이 늙어갔을 것인가?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참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참된 삶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삶이란 나누는 것임을...

  이제까지 그의 생존을 위해서 자신에게 도움주었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제는 내가 타인에게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그는 새롭게 태어났다. 몸과 물질적 삶 너머에 영적인 삶이 존재함을 받아들이고 영혼이 몸의 삶을 이끌어갈 때 비로소 그는 조건에 관계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그는 붓을 입에 물었다. 희망을 그려나갔다. 사랑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입에서 시작된 사랑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참된 삶이 무엇인지 묻게 하고 있다.

  그의 삶이 예술적인 승화를 거쳐 더욱 성숙한 종교적 삶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그의 영적 성숙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입이 없어도 붓으로 희망을 말하지 않고서도 존재 그 자체로 행복한 날들을 그가 진심으로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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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6-0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내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 하는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 무딘 손보다 낫더군요. 섬세한 그림이...

달팽이 2006-06-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토미히로의 그림과 설명이 있는 책이지요.
저도 한 번 보아야겠습니다.

어둔이 2006-06-0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이없으면어떠랴
사지잘리면어떠랴
내몸아니데뭐어때
근데내게힘이된다
생명딛고핀그의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