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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 지음, 양현모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러셀 셔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피아노를 마스터하기 위해선 우주를 마스터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고수가 된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적 기술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분야를 통해서 삶의 중심을 관통하는 문제를 해결한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인생도 담아내고 이 세상도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이다. 이런 고수는 생각과 분별을 쉰 사람이다. 그래서 소유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주어진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그의 눈으로 찾은 10명의 고수들은 살아가는 모습은 세속인에서부터 무술인과 역술인, 승려, 동양학자, 작가, 사주풀이가, 족보학자, 신선가, 명상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것을 위해 자신의 인생과 자아를 바치고 진정한 자신의 본래 모습에 가까워져 간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그래서 완전히 자신을 비우게 되면 그 때는 서로간의 구별이 없어지는 진리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서로간의 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지리라.
최근 들어서 나에게는 듣는 행위가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고 나아가 공부가 되고 있다. 잘 듣는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비워내고 선율과 하나된다는 것이고 그럴 때 참된 자아에 대한 탐구도 시작된다고 한다. 일명 스님은 참소리를 통해서 깨달음의 길을 걷고 있는 수도자이다. 그 소리에도 첫째의 음의 시작이 있고, 그것이 변화되어 높낮이를 만들어내고 장단을 만들어내고 선율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범종 소리 하나로 집중된다. 구분이 없는 뎅~ 하는 그 한 소리에 마음을 집중하고 그 소리마저도 넘어 절대적인 소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한 손에서 나는 소리'이기도 하고 '모든 소리가 나왔다가 사라지는 그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것을 듣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화두와도 같다. 사실 이렇게 마음쓰다보면 공부 아닌 것이 없다. 차를 마시는 것도 구도의 행위가 된다. 걷는 것, 책 보는 것, 밥 먹는 것, 잠자는 것까지...마음에 맞는 기분좋은 선율 하나가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어놓기도 하지만... 그 선율의 비밀 속에 세상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다는 의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음을 통해서 선율을 통해서 우리가 닿으려고 하는 곳이다.
결국 모든 형이하학적인 것은 형이상학적인 것과 만나야 하고 서로 간에 벽이 없이 소통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삶의 고수들끼리의 만남과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