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리 -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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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의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힌다. 이 때 통각과 시각에 의해 처리된 정보들이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간다. 들어간 뇌에서 뉴런들은 수상돌기를 통해 세포체로 다시 세포체에서 수상돌기를 통해 다음 표적 뉴런으로 전달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아야'하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은 순식간에 일어나게 되고 우리는 아픔을 느끼는 것이 뇌인지 마음인지 구분할 수도 없을 정도의 실시간의 상황에서 무릎을 비벼되게 된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는 그 부위는 시간이 몇 초 흐르면 서서히 고통이 걷히고 다시 일상의 평온한 시간들로 돌아가게 된다.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인간을 동물과 구별짓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을 보고 느끼고 희노애락을 처리하는 인간존재의 압축판인 '뇌'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존재의 비밀의 문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 비밀의 문을 지나 뇌의 제국을 모두 답사하고 출구를 통해서 나온 우리들은 더욱 큰 의문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런데 도대체 인간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뇌의 자극과 반응에 따라서 우리들의 의식은 결정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들의 표면의식 아래 자리한 잠재의식에 따라 뇌는 반응하는 것인가? 수많은 의문들을 간직한 채 적어도 우리들은 이전의 잘못된 몇 가지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인간의 사고와 감정 그리고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어떤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에게서 종합적이고 창조력이 사라지고, 해마가 손실된 사람에게서는 기억력의 장애를 볼 수 있다. 시상하부가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서는 정서적인 이상반응이 나타나고 도파민이 문제가 되어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런 이상반응의 원인을 특정 뇌의 한 부분으로 원인지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의 기관이고 드러나는 결과일 뿐,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해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뇌활동은 늘 뇌의 여러 기관들이 통합적으로 사용되면서 나타나고 때로는 손실된 부분의 기능을 다른 영역이 수행하고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우울증이라든지 운동기능의 저하와 평형감각의 상실 등과 같은 어떤 문제들은 '치료제'를 사용함으로써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인간의 문제행동의 결과 드러난 뇌구성 및 호르몬의 이상상태를 사후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일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인간의 문제행동과 이상증세에 대한 뇌의 비밀은 풀리지 않고 있다. 창조주는 인간에게 쉽게 그 비밀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탐구과정을 통해 인간존재의 비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그리고 존재에 대한 물질적이고 세포적인 분석과 이해는 늘 원인을 묻게 하고 그 원인을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을 묻게 한다. 이런 과정은 끊임없는 의문의 행렬들만은 무수하게 만들어낼런지도 모른다. 왜 인간은 다른 어떤 생명체와도 다른 뇌구조와 기능을 가지게 되었는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였을까? "나방은 수킬로미터 떨어진 암컷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천적이 존재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가야 하는 나방의 의지와 마음이 그런 코를 만들게 된 이유가 아닐까?"

  이러한 뇌의 구조를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인간은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것일까? 우연적이면서도 가벼이 흘려보낼 수 없는 우리의 인생 앞에서 우리들은 삶의 의미와 이유를 묻는다. 어제와도 똑같은 해가 뜨고 어제와도 같은 사람들의 얼굴을 대하면서도 우리들의 마음은 미세하고도 수많은 색채와 빛깔을 드러내고 이 모든 밀물처럼 생겼다가 썰물처럼 사라지는 감정과 생각들을 통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왜 뇌의 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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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5-2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물과 썰물같은 감정...
제가 읽은 어느 책에서는 심장이 감정의 80%이상을 지배한다고 하더군요
역시 그 대목에 동의를 합니다.
뇌보다 심장의 지배를 받지만 뇌로 먼저 움직이는 현실,
저 오늘 누군가를 열심히 욕해줬답니다.
저녁에는 심장이 묵직해져오더군요
잘못된 뇌의 활동으로 심장에 부담을 느끼다니...
에이, 이 말이 아니고요.
달팽이 한 마리 살포시 두고 간다고요^^



 

 

 

 

 

 

 

사진을 클릭하면 커져요^^


달팽이 2006-05-2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랫만에 여우님의 저 파란 빛깔을 보니
가슴이 환해지는군요..
어디 다니시는건지...아님 염소들 보는 일에 몰두하신건지...,
비오는 주말에..
지렁이도 달팽이도 기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