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안 숨죽이고

이 세상에 그냥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대 불 꺼지고 연기 한번 뜬 후

너무 더디게

더디게 가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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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4-06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시속 10km의 봄인가보군요.
삶도 그러했으면 좋으련만 벌써 40km입니다그려.

달팽이 2006-04-07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딘 하루
빠른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