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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다 그렇다 - 시가 있는 에세이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해토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 시단에서는 이미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인들이 골라낸 시들을 묶었다. 아주 오래된 시도 있고 비교적 최근의 시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 젊은 열망의 나날들을 지내면서 가슴을 떨리게했던 시들을 다시 읽는 맛이 좋았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 그래서 시적 암시나 상징을 사용한 시들을 음미하는 눈을 아직 기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쉽게 읽히면서도 가슴에 와닿는 시를 좋아했었고 지금도 크게 변함없다. 그럼에도 시공의 변화에 퇴색되지 않고 그 때 나를 떨리게 했던 글들이 지금 또 나를 떨리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내 마음 속에서 만들어지는 시적 무늬들이 어떤 느낌의 형태로 나를 들뜨게 하고 때론 행복하게 한다.
신경림과 김지하를 보고 김용택과 안도현을 만나고 황동규와 김종삼과 술 한잔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삶과 그 속에서 그들을 끓어오르게 함으로써 살아있게 한 것들을 나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들을 거쳐서 내가 박정만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산 아래 앉아'에서 내 귀를 한없이 열어두게 만들었고, '작은 연가'는 꽃초롱 하나로 온천지를 불밝히며 가는 삶과 사랑의 감동이 좋았다. '살아있는 자들의 종시'라고 불리워지는 시는 그가 짧은 시간에 자신의 생명의 기름을 다써서 탄생시킨 시들의 유종을 보여준다.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이 책을 시에 대한 연애편지이자 사랑의 고백이라고 세 사람의 시인과 한 사람의 평론가는 말한다. 사랑이 우연히 나의 가슴에 들어앉듯이 이 시의 떨림도 그렇게 우연히 나에게 왔다. 점심을 먹고 나른한 햇살이 창을 뚫고 비치는 오후에, 짬시간의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고서 종치기 임박해서 펼쳐든 한 편의 시가, 다시 읽고 또 다시 읽다가 우연히 한 줄에서 가슴이 찡해지는 것이 그러했다. 그러니 글을 읽는 것보다는 시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늘 시는 우리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느낄 우리들의 감수성이 부족한 것이다. 늘 우리에게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사랑을 보내고 있는 시가 오늘 따라 유난히 사랑스럽다. 그리고 더불어 세상도 아름다워진다. 책 속의 사랑 한 점 떨어져나와 나의 가슴 한켠으로 들어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