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꾸면 인생이 변한다
달라이 라마 지음, 공경희 옮김 / 문이당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논어공부의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한 외유가 많다. 호학하는 자세로 지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가는 공부 속에서 뭔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일상에서 잡다한 생각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공부의 힘이 생활로까지 뻗어나가지 못하는 끈기의 부족을 질책하는 의미로 이 책을 들게 되었다. 작은 마음 하나가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었고 그것은 나에게는 좋지 못한 체험이었다. 불현듯 그 생각의 계기가 되었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 생각의 뿌리가 보이기도 했을 때에 조금 안정이 되었다.

  분노와 미움을 성숙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사람들 중에 이 분만한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그것도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 국민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비롯된 미움과 분노를 사랑과 자비로 해결했던 그의 성숙한 방법은 전세계인들에게 새로운 씨앗으로 가슴에 심어지고 있다. 이 책은 달라이라마께서 인생을 보람있고 가치있게 살기위해 신도들과 대중들에게 한 연설의 내용이다. 때로는 불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통해서 마음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몸이 그동안 많이 편했다. 그만큼 자유로워야 할텐데 몸이 갇힌듯 잡다한 생각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어디 마음내키는 대로 돌아다니고 놀러다닐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이것을 기회삼아 글공부나 좀 해야겠다는 생각은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는 잡다한 생각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공부가 머리로만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연스레 손이 간 것이 이 책이다. 두꺼운 책을 읽기에는 외유가 길어질 것만 같았고 소설이나 시집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전 전교조 연수 때 연수집의 어느 페이지에서 한면을 온통 차지했던 그 분이 흑백사진이 마음에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음 속의 좋지 않은 생각들이 생길 때에는 그것을 분석적으로 쳐다보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것은 외부의 현상이나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자신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의 뿌리는 언제나 자아이다. 무지하고 아는 것이 없어 게으르고 게을리 공부하는 나에게도 이 자아의 뿌리가 깊어서 언제든 불현듯 솟구쳐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면 호흡을 고르거나 그것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넘길 때도 있지만 집중의 틈새로 올라와서 어느듯 나를 상하게 하는 생각들을 보고 있으면 좀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표면의식 속에서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섬세해져야만 한다. 거친 의식을 물리치기 위해서 격물이 필요한 것이다. 오온에 의해 현상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을 피하고 그 속에 변하지 않고 지속되는 마음의 밑바닥에 정신을 집중하려는 생각들이 우리를 앎으로 이끈다. 이것이 화두일수도 있고 깨어있음이기도 하다. 짧고 짧은 인생길에서 느닷없이 부딪히게 되는 죽음앞에서 우리가 진실로 가져갈 수 있는 보물이 있는데도 우리는 마치 이 인생이 영원한 것인양 느낀다. 영원한 보물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 현상이 좀 더 순순해진다. 

  이제 술이나 한 잔 하러 일어나야겠다. 조금 차가워진 날씨가 술맛을 더 좋게 할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여우 2006-02-09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암이 열하를 건너면서 죽도록 고생하고도 '술'을 잊을 수 없던 것처럼
술은 문객들의 진정한 벗인가 봅니다.
이왕이면 달빛이 고고한 밤이 되셨기를^^

달팽이 2006-02-0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빛은 어디두고 상투만 풀어헤쳤군요...
오늘은 햇살 너무 눈부신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