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아들을 위하여
젊은 어머니가 부엌칼로
닭의 목을 힘껏 내리쳤습니다
낮달이 놀라 말없이 소리치고
꽃은 더욱 붉은데
모가지가 없는 닭이
온 마당을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저도 지금 그 닭처럼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여전히 햇살은 눈부시고
꽃은 붉은데
이제 곧 그 닭처럼
제풀에 꺾여 픽 쓰러지겠지요
멀리 떨어져나간 모가지를 향하여
길게 다리를 쭉 뻗은 채
- 정호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