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 버리고 간 그 자리에
풀이 무성히 돋아났다.
네가 날 버려둔 그 시간에
나는 묶여서 꼼짝하지 못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갔고
몇 번의 해가 바뀌었다.
네가 날 버리고 간 그 곳에
뿌리를 내린 나를 보았다.
밑둥부터 썩어가며 내리는 뿌리
슬픔과 절망만이 그 썩은 뿌리에
양분이 된다.
네가 나를 버린 그 과거의 시간 속에
나는 아직도 웅크리고 있다.
언젠가 돌아와 손을 내밀어 줄
너의 하얗고 작은 손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