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 버리고 간 그 자리에

풀이 무성히 돋아났다.

네가 날 버려둔 그 시간에

나는 묶여서 꼼짝하지 못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갔고

몇 번의 해가 바뀌었다.

네가 날 버리고 간 그 곳에

뿌리를 내린 나를 보았다.

밑둥부터 썩어가며 내리는 뿌리

슬픔과 절망만이 그 썩은 뿌리에

양분이 된다.

네가 나를 버린 그 과거의 시간 속에

나는 아직도 웅크리고 있다.

언젠가 돌아와 손을 내밀어 줄

너의 하얗고 작은 손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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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5-10-2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는 것들은 모두 옛것이지만 그것들은 기억 속에만 있어요. 그 시간에 묶여 숨도 쉬지 못하지만...이제 일어날래요. 걸어 볼래요. 때로 기억들은 잘못 맞춘 퍼즐 같은 데도 그것에 너무도 간절한 마음을 품게 될 때가 있어요. 엉킨 기억들 사이로 언뜻 비치는 그 작은 손은 이제 작은 손이 아닐지도 모르는데...님의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하는 혼잣말입니다. 시는요, 아파요...

달팽이 2005-10-2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 하얗고 작은 손은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에요.
결코 현실에서는 끼워맞춰지지 않는 기억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놓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그 아픔과 상처가 깊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건가봐요.
아파하지도 못했다면 슬퍼하지도 못했다면...
지금 난 더욱 그 자리에 묶여 있을 테니까요..
이것은 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얘깁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