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서 만난 부처
소운스님 지음 / 도솔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비구니의 몸으로 출가한 그녀는 진리를 찾기 위해 속세로 나왔다. 남들은 머리를 깍고 산에 들어가고 절에 들어가서 세상과 끊어진 곳에서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데 그녀는 오히려 밖으로 나왔다. 참된 진리를 걷기 위해 그녀가 내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찾아 길을 떠났던 것이다. 인생 여정 자체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기나긴 과정이지만 그 구체적인 길은 개개인에게 같을 수가 없다. 그녀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순간 순간 자신에게 펼쳐지는 우주의 작용이 그녀에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도록 하였던 것이다.

  오늘, 별다른 일없이 일찍 학교를 나서서 강변로를 달리다 문득 햇살 비치는 금빛 강물을 쳐다보다가 세상이 무엇하나도 의미없음이 없다는 생각이 스쳐지났다. 저 석양, 저 하늘, 저 산들이 다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의문을 품고 달리다 어느새 신호등도 걸리지 않고 일찍 도착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장모님을 만났다. 집에 소독을 한다고 와계셨던 것이다. 장모님을 모셔드리고 오는 길은 막혔고  긴 운전이 몸을 피로하게 했지만 오늘 장모님을 모셔다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장모님은 차막힐 시간이라서 자신이 혼자 가시려고 먼저 버스를 타려고 나오셨는데 오늘따라 내가 5시 10분에 집에 도착한 것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제 각각의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그녀가 수행자로서의 마음의 결심을 했을 때 이미 그녀앞에는 자신의 길이 어떤 모습이든지간에 수행자로서의 삶이 놓여져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학문으로서의 길이 그녀에게 주어졌지만 그것도 수행자로서의 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녀에게 더욱 강조되었던 것은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신만의 내면의 동굴을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그것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깨어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부처님의 길을 걷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서 낯선 길들을 걸을 수 있는 용기가 그녀에게서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인생의 보다 중요한 가치를 위해 나머지 것들을 희생할 줄 아는 용기와 아직 그녀의 인생에서 헤쳐지지 않는 새로운 길을 내는 용기가 그것이었다. 그것은 일반인으로서 진리의 길을 가고자하는 나에게도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일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나만의 마음의 동굴을 필요로 했다. 그 마음의 동굴안에 정착해야만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진리는 하나다. 그 표현이야 어떻게 되든지...하지만 그 길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늦을 수도, 둘러갈 수도, 지름길일수도(그런 길이 있는지 잘 모르지만).... 빠른 길이라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듯, 나에게 주어진 길에서 순간 순간 삶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모험하고 탐험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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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10-1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굴을 판다
자기만의
파들어가기 위해서인지
파나오기 위해서인지

그건 끝을 보아야 알 수있다
그 처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