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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하 - 성철스님 법어집 1집 2권 ㅣ 성철스님 백일법문
성철 지음 / 장경각 / 199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스님의 이 책을 마음으로 따라가면서 내가 얼마나 깊은 무명의 뻘에서 허덕이고 있는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현재의 내 모습을 처절하게 알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책이 준 고마움이었다. 상권에서 스님이 준 화두,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니 이것이 무엇인가 를 들고서 있을 때에면 저절로 상념들이 잦아드는 경험을 하곤 하였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끊어지는 화두 속에 망념들이 얼마나 많이 고개를 드는지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마음 속의 망념들이 사라진다는 것, 그것은 마음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관하는 것으로만 없어지지 않는다. 관하는 것은 그 망념들이 더욱 부풀지 않게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화두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몸과 오감으로 느끼는 외부의 경계도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것도 나의 생활에서 극한 상황을 맞지 못해서 그런지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한다. 부처도 아니라는 말씀, 마음속의 망념과 외부의 경계가 사라진 중도라고 불리우는 것에 어떤 실체를 부여하지 말라는 것인데 역시나 화두를 들고 깨어 있을 때 내가 아직 못 느끼는 공부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스님의 화두가 주로 마음이 아니니 이것이 무엇인가? 하고 모아지는 경우가 많게 된다.
화두를 들고 있다고 느끼는 때에도 오래 묵은 무명의 습이 눅눅하게 묻어나서 마음 속이 깨끗하지 못함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 큰 아상덩어리가 만져지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어찌 요행을 바라고 공부하겠는가? 그저 욕심없이 한다는 생각없이 공부할 뿐인 것을....무엇인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공부에 많은 장애가 된다는 것도 느낀다. 스님이 준 화두를 들고 있는 때에도 뭔가 글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생각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해심은 있다와 없다로 모아진다. 그래서 양변을 여윈 상태가 단순히 말로 가늠할 것이 아님을 이해할 뿐이다. 그래서 이것은 나에게 묻는 물음인 것이다.
성철 스님의 법문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전체에 대한 의문의 씨앗을 마음 속에 심어주는 행위인 것이다. 자신이 지금 처한 상태가 어떠한가를 보여주고 그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땅으로 걸어가도록 마음을 부추키는 것이다. 삶 전체를 담을 수 있는 의문으로 말이다. 내가 책을 통해서 알아야 하는 것, 버려야 하는 것 모두에 대한 의문이 여기에서 또 한 번 나를 질책한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