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산에 부는 강한 바람이 온 숲을 뒤흔든다.
나무는 세차게 흔들리고 잎사귀는 찢겨 날리우고 새들도 기우뚱 난다.
다대포 앞바다엔 강한 비바람이 한 때는 바다로 한 때는 육지로 몰아친다.
우산이 뒤집힌 사람들이 바로잡으려 애쓰는 모습
아예 우산을 포기하고 터벅 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엔 좋은 날이다.
바람이 더욱 거세어지는데 강변로를 따라 차를 몰면서 차도 바람부는 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낀다.
하구둑을 넘을 땐 강물의 포말이 둑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아, 이 풍경! 강물이 포효하듯 으르렁 소리를 낸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저 손들... 올라왔다 사라지는 저 입들...
비록 저들이 나를 삼킬지라도 한 점 후회없을 이 장엄함...
공항에 들어서자 김해 벌판에 부는 나비의 날갯짓은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다.
뿌리채 뽑힌 나무들이 즐비하게 누워있고, 나의 핸들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국제청사 안에서는 우~웅 하는 바람소리가 건물을 집어삼킬듯하였다.
내가 왜 와야하는지...조금 이해가 되었다.
청사 문앞에서 사람들이 바람에 밀려 옆으로 누워서 가고 있고 나뭇잎은 지천으로 찢겨 날리고
천지를 울리게 하는 바람소리는 그야말로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그 신비로움 앞에서 나는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