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베드카르 - 인도 불가촉천민 해방자.현대 인도불교의 중흥자
디완 챤드 아히르 지음, 이명권 옮김 / 코나투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한 인생이 자신의 타고난 성장배경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그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였다면 그 결정은 어떻게 승화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인도 불가촉천민의 해방자이자 사회개혁가인 암베드카르의 전기를 통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불가촉천민의 신분으로 태어난 그가 성장을 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차별과 멸시 비인간적인 대우에 모멸감을 느끼고 영혼 깊숙히 아로새겨진 상처와 내면적인 슬픔의 에너지를 인도 사회의 카스트제도의 철폐와 민주주의적 가치의 수립으로 돌려서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결심하였다.

  불가촉천민으로서의 결점을 안은채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나아가 세계의 유수한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그가 인도사회로 돌아왔을 때 그는 어릴 때의 결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노력을 불가촉 천민의 삶의 획기적인 개혁을 위해 한 몸을 바치기로 결심한 그는 자신이 마음의 결정대로 삶을 개척하고 있었다. 불가촉천민도 사회의 공공시설, 병원, 저수지, 도로, 공원 등의 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고용에 있어서의 불평등을 없애고, 나아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정치적인 권리를 획득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갔다.

  불가촉천민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사안에서는 간디와도 대립했다. 간디는 힌두사회의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 가장 중요한 관심이었다고 한다면 암베드카르에게 있어서는 불가촉천민의 지위향상이었으므로 제헌의회 의석수를 둘러싸고 불가촉천민의 독자적인 의석수를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푸나 협정으로 간디와 화해하고 의석수를 148석으로 늘이게 되었다. 인도의 근 현대사에서 그 누구도 간디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그 역시 간디와 여러 사안에서 대립하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인도 사회에서 간디의 명성 아래 숨겨져 있던 암베드카르라는 인물을 조명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심지어는 그를 부각시키기 위해 간디를 폄하한 경우도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간디가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이었으며 인도 전체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치우쳤다고 한다면 암베드카르는 좀 더 현실적이고 사회개혁적이었으며 불가촉천민이라는 신분의 지위향상에 주로 관심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인도 사회에서 두 사람 각 각의 역할과 지위가 필요했고, 그 역할을 두 사람은 충실히 수행했다고 본다.

  인도의 정신적 전통에서 간디의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듯이, 인도 사회의 민주주의적인 법과 제도에 암베드카르가 잊혀질 수 없다. 다만 그래도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20세기에 있어서 간디의 정신적인 영향력은 전세계적 차원의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간디가 품었던 생각이 자신이 몸담았던 집단에서 힌두교로 힌두교에서 인도 그리고 나아가 인류전체와 신으로까지 넓혀가는 정신적인 승화의 폭이 컸던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암베드카르의 정신적인 면모나 영적인 생활을 알 수는 없다. 물론 그것이 주관적인 영역의 것이기는 하지만 암베드카르가 품었던 이상이 그래도 불가촉천민에서 주로 머물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자신의 지위와 책임에 따라 인도 전체까지로 넓혀지기는 했겠지만 말이다. 그것은 그가 불교로 개종을 했던 동기와 불교의 지혜에 얼마나 가까이 갔던가 하는 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겠는데 그는 불가촉천민의 해방을 위해 그리고 사회개혁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사상을 담고 있는 종교로서 불교를 선택한 이유가 컸고, 따라서 자신의 깨달음을 통해 불교를 이해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사회개혁을 위한 도구로서 학문적으로 접근했던 바가 더욱 컸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물론 인도 사회의 불가촉천민의 삶의 지위 향상에, 여성의 인권 확보와 사회적인 지위개선에, 현대적이고 민주주의적인 법과 제도의 확립에 그가 남겼던 유산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암베드카르라는 인도 사회혁명가의 꽃이 열매가 되어 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가 우주의식의 발전의 정점에서 이루어야 할 사명인 인간의식의 진화역시 기본적인 인권과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리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마르틴 루터 킹 목사처럼 인도에는 암베드카르가 있었고, 그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인도사회에 아직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이제 인도 사회는 국제사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세계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인도 사회가 정신적으로 도약할 수 있게끔 사회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던 그의 뜻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의 삶을 그렇게 살다 갔다. 그러면 사회개혁가로서의 소질도 가지고 있지 않는 나는 이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우주의 진화과정의 정점에 선 나는 과연 무엇으로 삶을 채울 것인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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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8-2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 꼭 읽어야겠어요!!!

달팽이 2005-08-2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뷰 쓰자마자 이렇게 댓글 달아주시다니요...

파란여우 2005-08-2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룬다티 로이의 9월이여 오라를 읽다보면 민족주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설명이 나옵니다. 덕분에 또 한 명의 사람을 알게 되는군요

달팽이 2005-08-22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월이여 오라'요, 찾아보겠습니다.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책속에 책 2005-08-2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룬다티 로이 저도 찾아봐야겠네요^^
달팽이님, 인사도 안 드리고 달은 제 짧은 댓글에도 불구하고 제 페이퍼에 길게 좋은 정보도 주시고, 또 이렇게 좋은 책을 두권이나 알고 가게 되서 너무 감사해요^^

달팽이 2005-08-2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지나버린 정보인걸요...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