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 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 일 없이 세월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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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5-1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재

 

너는 없다

너 없으니 나도 없다

마음에 묻은 너와의 사랑

마음에 햇살처럼 남아

나의 손잔등을 간지런다

그런데 너는 없다

이별이란 너없이 살아가는 세월

내가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너를 바라보는 촛점없는 나의 시선

허공 속에 너를 묻는다

먼지가 문틈에서 잠시 빛나도

나는 너를 지울 수 없다

너를 생각하는 나를 지울 수 없다

이 늦봄 꽃잎처럼 날리어 가버린

바람 속의 너는 없고

너 없으니 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