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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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5-0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터오는빛당신은어디에서오십니까스치는세상을

사잇강으로당신의발길은잠시머뭇됩니다지난밤의

저먼별빛은본래당신의고향스스로돌아갈곳뒤로하

고속살깊숙한그사랑으로얼어붙은흑암의땅을비추

어오십니다동터는빛당신은어디로가십니까당신의

손아래곳곳의꽃들이세상을이루고까치흰날개끝드

리운개천을지나맑게뜬달을맞으러당신은가십니까

밤마다은하수물든길을걸어당신은먼별들사이에서

생명의슬픔조차부드러이금빛되게날리며갑니다산

으로들로그하늘로듣도보도못한우주의처음일을당

신은또어찌보이십니까세상저만치엷은옷자락드리

운당신은빛속의빛어둠을끼고서도는빛의날개로날

아와오늘도어제처럼새벽능선을따라동터는마음을

드러냅니다처음처럼순수한입김을후우불어빛무리

흩어날려온갖것새로이다시태어나는이날새날에빛

으로몸을빌어서오고또가는당신은진정누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