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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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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새부터인가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한 동경이 나에게서 생기고 있었다. 또한 매년 바뀌어가는 젊은이들을 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요즈음의 젊은이들을 그렇게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인 미래의 직업을 희망하고 돈과 부를 쫓아서 일확천금을 바라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적 소리에 귀기울임없이 외부적 기준에 맞추어서 살려고만 하는 모습들이 더욱 못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에 내가 지쳐서이기도 하다. 점점 내가 희망하는 삶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의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때에야 비로소 나도 나이를 먹고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젊음은 역시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젊음은 그 자체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노년기의 성숙함을 가질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내면의 열정이 가득하면 일단은 발로 뛰는 것이다. 좌충우돌해도 좋다. 사실 성숙함이라고 얘기하는 성인들의 지혜라고 하는 것이 때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뿌리를 내린 기형식물일 수도 있으리라 하고 생각해본다. 실패야말로 인생에서 정말 값진 것을 얻게 해주는 연금술이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고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던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
지의 달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본의 11명의 젊은이들의 인생이야기를 담았다. 이 좌충우돌의 끝없는 방황과 좌절의 이야기 속에 그는 일본의 미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부의 기준에 맞춘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자신의 삶을 개척한 젊은이들의 삶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삶이 아닌가? 학교의 기준으로는 열등생이자 낙오자였던 그들이 자신의 삶의 목표를 발견하는 순간 무서운 노력과 질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은 자신에게 맞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돈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스스로가 행복하게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이 되었다.
문득 묻어버리고 싶었던 나의 젊음과 방황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방황을 거쳤던 그 시기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그 방황과 좌절이 내 속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비록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고 해도 그 방황이 없다면 지금의 내 삶의 목표와 방향이 또한 서있겠는지를 반문해본다.
그러고보면 우리 인생에서 버려야 할 것은 없다. 내가 걸어가는 인생의 길 어디에서나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맞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내가 청춘의 표류가 없었다면 좀 늦으면 어떠랴,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내 것을 찾기 위해 표류해야 할 것이 아닌가? 사실 우리는 인생전체를 관통하여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목표를 찾기 위한 것이든지,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