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 유럽의 운명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14
앙리에트 아세오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테오도라키스 음악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나는 집시음악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위를 쓸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집시음악에서 그들이 가진 영혼을 이해하고 싶은 욕망은 나로 하여금 결국 집시들의 삶과 역사에 관한 책을 뒤적이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가 특별히 감동했던 그 집시들의 음악을 이해하게 해주는 그들의 특별한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였다. 집시들의 탄생과 유랑에 얽힌 역사적인 배경과 국민국가의 형성과 더불어 시작된 그들에 대한 박해와 학살이 집시들의 좌절과 한을 만들어내었고, 그 슬픔이 때로는 음악에 반영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로 살아야했기 때문에 소유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들의 영혼이 보다 애절하지만 여유롭고 낭만적인 때로는 인간이 가진 모든 구속으로부터 놓여진 자유로움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들이 가진 자유로운 삶에 기반한 정신적 성장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내게 이 책은 좀 더 허기짐을 얹어 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를 비롯한 집시 음악에 대한 뒷부분의 설명은 음악에서 시작된 나의 집시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불어 나찌의 유대인 학살 속에 묻혀 버린 50만여명에 달하는 집시들에 대한 엄청난 학살과 잔혹성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 속에 묻혀버린 애절한 집시의 슬픈 운명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왕과 국민국가의 횡포를 피해 늘 국경지대를 위험을 무릅쓰고 넘어야 했던 기억들,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생활들,  이런 현실적 시련들을 극복해가는 그들만의 음악과 춤, 그리고 세계관, 그런 삶에서도 늘 삶의 희망과 의미를 놓지 않아야 했던 그들의 삶과 정신세계에 대한 나의 갈증을 좀 더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책과 음반을 찾아 나의 집시적인 추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진 것 없이 왔다가 가진 것 없이 가야하는 우리들의 삶도 알고보면 집시의 삶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 물질적으로 허망한 삶 속에 뭔가 의미있는 정신세계를 발견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나의 인생도 집시의 삶과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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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11-2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렇습니다..

어둔이 2004-11-2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은 '의무'와 '소유'라는 말을 버린 대신에 '자유'와 '사랑'이라는 말을 얻었다."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집시들의 떠도는 삶은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현실적인 개념을 버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남겨놓은 이상적인 개념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그들만의 신비화한 점술과 음악과 노래 그리고 바람...별..무엇보다 그들만의 특별한 정열과 머물지 않는 삶이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어쩌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유혹당하고 싶어서 그들 주위에 어설렁거리며 이렇게 돌아 다니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