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1 - 무량 스님 수행기
무량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숭산스님의 제자로 현각스님과 함께 예일대학교에서 숭산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무량스님의 출가의 과정과 구도의 과정을 자서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특별한 경험과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의식은 늘 자신이 가고자 했던 방향에 대한 표식을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무언가가 있다. 무량 스님 역시 어머니의 죽음에서 그리고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늘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은 것으로 남아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생각들이 어디서 오는 걸까? 지금까지 받았던 교육은 대체 내게 무슨 도움을 준 것인가? 침대정리를 하고 먹을 것을 만드는 사소한 일 하나에도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찾을 수 없는 존재의 공허함은 그의 인생을 더욱 많은 방황과 모험으로 이끌게 된다. 요가를 배우고, 태극권을 배우고, LSD를 복용하고 세상 어디를 돌아다녀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이 많은 방황들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자신은 안다. 나에게 있어 20대의 위태로운 방황이 나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만들어내었던 것처럼.....내 삶의 어느 단편도 버릴 것이 없듯이 그의 삶도 역시 버릴 것 없이 그 자신의 의식에 쌓여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많은 방황을 거치고 그것에 대한 경험들이 내면화되어 의식이 그것을 정리하고나서야 비로소 숭산스님과의 타이밍있는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만남의 인연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말한마디로 정리해내고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말 한마디가 바로 우리의 의문이 해결되어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므로....숭산스님을 따라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절을 짓기 위해 자신의 노동만으로 세월을 견디어가며 그가 하는 만행은 결국 "왜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그 답은 자신이 세상 어디를 다니건 어떤 경험을 하고 있건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한국의 산천을 누비고 다니고,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쫓아 졸업만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성공의 길을 접어두고, 사막 한 가운데에다 온전히 자신의 힘과 땀으로 태고사를 짓는 그의 만행은 너무나도 친절하고 배려심많은 스승 아래서 의문 하나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온갖 질문을 퍼부어대는 내게 그리고 무엇보다 절박하고 강한 의지없이 게으르고 나태한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그가 숭산 스님의 시봉을 그만 두고 홀로 수행의 길을 개척해가듯이, 마음 속에서 자신의 의문을 스스로 헤쳐가는 용기와 모험정신이 나에게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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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10-2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문득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님의 리뷰로 더욱 마음을 굳히게 되는군요.
추천합니다...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