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뼛'자와 '써라'자는 큼지막하게 크게 씌어져 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에 대해 아직은 어떤 두려움과 짐을 가지고 있는 내게 '써라'라고 하는 절대명제 앞에 나는 어떤 숙제가 내게 남아 있음을 느낀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매력적인 작가이다. 그의 글쓰기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자신의 삶이요, 일상이다. 그리고 불교신자로서의 명상, 선이다.

우리는 어떤 글을 대할 때마다 저 글을 쓴 사람은 과연 글에 드러난 색깔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고 묻게 된다. 그리고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을 대할 때에도 그 작품이 작가와 예술가의 삶의 기준과 이중적인 괴리를 보이게 되면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고 그 작품에 대한 감동이 떨어지기도 한다. 골드버그는 그런 글쓰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 자신의 일상의 마음에서 솟아난 글, 자신의 삶의 가치와 경험이 녹아난 글을 쓰라고 한다.

나의 글쓰기도 이젠 어느 정도 나의 패턴을 찾아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늘 어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려고 하면 내 머리속에서 한 번 정리되어지는 절차들이 때로는 글쓰기의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실 그런 압박감을 가지기 싫어 읽은 모든 책을 서평으로 남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이 주는 어떤 생각과 느낌들을 정리하고자 할 때에도 늘 그런 욕구와 더불어 글쓰기의 짐같은 것들이 덤으로 나에게 생기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런 내 글쓰기 아닌 글쓰기(?)의 반성 속에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골드버그의 글쓰기는 이런 면에서 오랫동안 나의 목에 걸려 있는 가시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가에 대해 친절한 충고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특별한 글쓰기란 알고보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 속의 가시를 제거하는 평범한 방법이었다.

이 책의 핵심적인 단어를 고르라면 나는 "내면적 관찰자, 편집자"를 고를 것이다. 뼛속까지 깊이 내려가서, 즉 자신의 본성과 근원 깊이 도달하여 쓰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자신의 마음 속 관찰자,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그것의 실체는 에고이다. 늘 나의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욕구와 욕망이 나의 세계인식을 가로막고 있듯이, 세상을 마음으로 투명하게 담아내는 데 그것은 자꾸만 창에 끼는 성에와 같은 것이며, 따라서 뿌옇게 담아낸 세상은 뿌연 글쓰기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글쓰기는 선이요, 명상이다. 자신의 근원 깊숙히 가닿아 깨어 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바로 보는 것, 그 마음에서 세상을 담아낸 글들이 만들어내는 글쓰기는 그 자체가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홀로그램이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글쓰기는 화두이다. 내가 어떤 곳에 어떤 사람을 마주하건, 어떤 대화를 하고 있건 그것은 나의 세상과 우주를 만들어내고 또한 그것은 글쓰기로 이어진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절실한 문제인 깨달음으로 자신을 인도하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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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0-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셨네요. 보관함에만 두고 읽어보지 못했는데 한번 읽어 봐야겠군요. 추천!^^

달팽이 2004-10-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갑군요..간간히 들러 사진 열심히 퍼고 있답니다...물론 가끔 추천도 부지런히 하구요...

stella.K 2004-10-07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저야 고맙죠.^^

달팽이 2005-01-1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미 한 것으로 아는데요...그리고 정기적으로 들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