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르치기 -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핀켈 교수의 새로운 교육법
도널드 L. 핀켈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선가에서는 화두라는 것이 있다. 말의 낙처가 떨어지는 곳을 바라보아야만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말이다. 가르쳐주지 않음으로써 가리켜주는 것...그러면 결국 의문을 가진 자가 스스로의 의문을 녹여서 풀어야 할 일이다. 침묵으로 가르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가르치는 자와 배움을 받는 자가 마음으로 만나는 공간의 일인 것이다. 그 두 마음이 만나 한 마음이 되는 일들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 마음 속으로 들어가보지 않는 한 그 비밀은 여전히 세월의 지층 속 어딘가로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와 세상이 분리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을 대하면서 우리는 교육목표를 세우고 수업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교육과정이 의도하는 대로 또 교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학생들에게 인식의 틀과 내용을 주입시키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일체의 노력들을 중단할 것을 주장한다. 교사가 의도하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한 탐색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고 먼저 물어야 한다. 고기를 줄 것인가? 낛싯대를 줄 것인가? 아니면 낛시하는 방법을 가르킬 것인가? 아니 더 나아가 왜 사는가? 하고 물어야 할 일은 아닌가?  

  이상적인 모습일런지는 모르지만 선가의 깨달음이 교육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교육자가 아니다. 배우고 성장하려는 학생이다. 아니 교사와 학생의 구분없이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만 오롯하게 진행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비가 내려 나무와 풀이 자라듯 빛이 비춰져서 꽃이 피고 잎이 돋는 것처럼 말이다. 꽃 한송이를 들고 말없이 서 있는 가운데 말없이 주고받는 미소라면....어쩌면 가장 배움에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다시 땅 위로 내려와보자...교실에서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주로 지시적이고 폐쇄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단정적인 말과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언어 사용은 아이들의 진정한 학습과 열린 사고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기 쉽다.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교육이 아니다. 침묵으로 가르친다는 표현은 침묵이 어떤 배움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수업을 계획하고 방향짓고 일정한 교육적 효과를 의도한 준비와 상황을 제시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학생의 학습의 과정에서 주어진 길을 안내하지 않으며 또한 해결방법에 대한 제한된 틀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학생들의 수동적인 학습습관을 거부하고 스스로 일어서서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딛을 수 있도록 보다 큰 사랑으로 침묵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다. 침묵한다는 것이 교육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일정한 교육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 어떤 배움의 환경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뭔가 학습자의 마음 속에 어떤 배움과 성장의 의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과제처럼...이것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함과 알고 싶다는 의지...욕구.... 그런 것 말이다. 과연 어떻게 그들의 가슴 속에 씨앗처럼 그것을 심어주는가가 문제란 말이다. 그것만 갖추어진다면 침묵으로 가르치든 말로써 가르치든 이미 교육적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나 교육의 효과니 학습력 향상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요즈음...정말 학생들로 하여금 배움을 통해 성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학교교육이 그 성장의 모든 몫을 하려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 욕심같은 마음을 놓아버린다면 어쩌면 새롭게 다시 교실과 학교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그들이 살아나가야 하는 사회적 삶과 개인적 삶 그 자체가 성장이요 교육이 아닐까?  

  깊어져가는 봄 속 햇살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는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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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간히 달팽이님께서 의미심장한 글을 써주시는군요.

아이들 네명을 키우며 느낀 바로는
아이들이 각기 타고난 자질이 있더군요.
그런 자질을 벋어나가게하는 환경도 필요하고요.
자질이 한 80%, 자라는 환경이 한 20%쯤..

한국의 학교교육은 참 바보같지요.
아이들의 자질을 살려내는 것이 아니라 억눌려 죽입니다.
저는 학교의 바보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지요.

사실 바른 길을 제시해주기만 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공부하고 저절로 성장합니다.
억지로 가르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왜 공부해야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면 똑똑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합니다.


달팽이 2010-06-0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말씀이 고맙습니다.
힘이 됩니다. ㅎㅎ
저절로 공부하고 저절로 성장한다는 말...
다시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