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어진 현자 지셴린이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
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 멜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사진 속의 얼굴이 마치 우리들의 할아버지처럼 인자하고 소탈하다. 중국의 '지성'이라고 불리울 정도의 큰 스승이자 지도자이지만 마치 집안의 할아버지처럼 곱게 늙어서 일상의 소박하고도 솔직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손자손녀에게 들려주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사실 이 글이 그 동안에 언론을 통해 발표한 것을 묶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망설였지만...목차를 보고서 마음에 들어 결국은 읽게 되었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만물이 내 벗이라네", "남은 연꽃이 빗소리를 들으니" 등의 제목이 마음을 건드렸다. 인생의 큰 바다를 지나서 어느덧 노년의 끝에서서 바라본 인생의 글들은 비록 깨우침이라는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삶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본 관조적 성격과 더불어 삶의 깊은 지혜를 배우게 한다.  

  비가 내린다. 봄의 잎사귀를 성장시키는 봄 비 속에 어느덧 봄은 자라고 있다. 이미 겨울이 왔으니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표현처럼 조급하게 삶과 생활을 마주하지 않고서 느긋하고 수용하는 마음의 큰 그릇으로 그것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그것이 나이듦의 기쁨이라면 기쁨이다. 나이들어서 몸이 불편해지고 외로워지고 사람들로부터 무력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느끼는 것...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나이와는 상관없이 삶의 어떤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갖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지센린 선생님께 배운다. 촉촉히 젖은 산비탈에 천연의 노랑으로 피어난 개나리꽃을 보고서 기쁜 마음이 드는 것, 봄을 알리는 순결한 목련의 하얀 잎이 마치 허공에 핀 빛의 꽃처럼 신비스러워 보이는 것,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희노애락과 자연의 숨결이 더욱 마음 속으로 깊이 스며드는 것...그러니 나이든다는 것은 무디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섬세해지고 더욱 깊어지는 것이리라... 

   그런 마음을 공유하며 읽어가는 한 문장 한 문장은 가슴에 와 닿는다. 비에 젖지 않는 바다처럼 섬세하게 모든 것을 느끼면서도 그 삶의 굴곡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거대한 바다...인생의 경험과 경험이 쌓여 그렇게 될 수 도 있고 또 삶의 깨달음으로 그렇게 될 수 도 있을 것이지만 마음을 열고 바라본 세상이 문득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그런 마음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여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배울 수 있다면 그렇게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공존하며 도와가며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의 장벽을 걷어내야 한다.  

  깊어지는 봄 속 자연의 생동감이 움틀대고 있다. 그 기운을 받아 내 마음도 알지 못할 활기가 흘러다닌다. 매년 거쳐가는 인생의 길목이지만 문득 서서 마음을 멈추고 바라보면 그 풍경 속의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그를 보면서 내 인생길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들의 저마다의 인생길은 어느 곳을 향해 가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니 이 길은 나만이 걷는 길이기도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걷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봄 비 내리는 소리 속 어딘가에서 나의 상념이 뿌리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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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3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나는 누구인가 라는 화두에 매달려있었으니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적었답니다..

내 아이들이 자라며, 호기심이 줄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몰라도
크게 마음 쓰이지 않는 나이가 되며
푸른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과 이쁜 꽃들에 더 많은 눈길을 주게 되었답니다.
하하


달팽이 2010-04-01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과 이쁜 꽃들에 더 많은 눈길을 주게 되었다."는 표현 속에 담긴 한사님의 마음을 배웁니다.어떤 형식도 절차도 필요없이 그저 주어지는 일상과 자연에서 느끼는 마음...분노할 땐 분노하고 슬퍼할 땐 슬프고...기뻐할 땐 기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