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 지리산에서 히말라야까지, 청전 스님의 만행
청전 지음 / 휴(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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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종교는 민중입니다." 이 말은 청전스님 삶의 좌우명같은 것이다. 요즈음 종교를 불문하고 거대사원과 교회 성당이 지어지고 유명세와 권위를 빌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종교인과 종교단체가 늘고 있다. 수행과 민중이라는 것 외의 일체의 장식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강한 스님이 인도로 건너가서 티베트불교를 배우기 시작한 동기에도 이가 어느 정도의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체의 도그마로부터 벗어나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 민중 속에서의 불교"가 스님이 지향하는 바다. 그러니 수천리의 길을 마다않고 오직 수행에의 의지 하나로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도 스님의 수행기엔 한국과 다름없는 그만의 소신이 묻어 있는 것이다.  

  스님의 책은 두번째다. "입보리행론" 번역된 것이 첫번째다. 입보리행론의 1장을 읽었을 때에는 ,우리나라 신부님인가 목사님인가 번역했던 "행복에 이르는 길"이 너무 번역이 잘못되어, 상대적으로 아주 시원하게 읽을 수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소의경전으로 금강경을 많이 읽고 있지만 달라이라마님은 티베트불교에서 입보리행론을 아주 강조하신다. 그래서 소의경전처럼 읽히고 읽힌다고 한다. 입보리행론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역시 티베트에서 오래 생활하신 스님의 번역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입보리행론의 내용에도 큰 마음의 울림이 있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번역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시엄보살" 지리산 서쪽의 산동네에서 안상선 할아버지가 보낸 괴발개발 글씨속의 관시엄보살이 가슴을 찡하게 했다. 말기암에 걸려 몇 달 남지않은 여생을 스님의 권유로 주야로 염불을 외면서 기도하시다가 생을 마쳐서 주위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울림을 남겼던 할아버지..죽는 순간까지 염주를 놓지 않고 기도하다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또 이런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났으니 그 마지막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자식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할아버지와의 동행이야기, 오대산 살둔골의 송로사 할머니 등등 삶의 마지막 마무리에 와계신 글자도 제대로 모르지만 순수하게 맑은 영혼을 지녔던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앞부분에 편안히 놓여져 있다. 

  이런 노인들과의 인연은 후반부의 티베트에서의 승려생활에서도 이어진다. 노스님들과의 특별한 인연(전생인연으로 알게 된 아빠스님과 엄마스님)으로 그들을 티베트의 성지순례를 해드리고 한국의 사찰을 순례시켜드리며 짓는 인연을 보며 스님의 말 그대로 민중 속에서 부처님을 모습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들과의 따뜻한 만남의 이야기를 적은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달라이라마 스님을 모시고 그 아래서 티베트불교를 배우고 계신 스님이 한국 불교에 그리고 한국불자에게 더욱 잘 번역된 티베트 경전을 책으로 선물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입보리행론을 좀 더 수정하여 잘 된 번역으로 다시 작업해주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날로 연로해지셔서 건강이 좋지 않은 달라이라마님의 말씀도 우리 글로 잘 옮겨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먼 이국의 땅에서 공부하시는 스님의 덕을 보다 많은 한국의 불자들이 누릴 수 있고 스님에겐 또 경전스님으로서의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도리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먼 곳 마다하지 않고 공부의 인연따라 다람살라에 계신 스님의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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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0-02-07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보관함에 넣어 두고 있는 중입니다. 이사하면 주문하려고.
내일부터 바빠지겠군요.
늘 건강하십시오.
아기들 많이 컸겠습니다.^^

달팽이 2010-02-0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지난 주에 이미 개학을 하였습니다. 혜덕화님. 올해엔 책 좀 보는 여유를 부려볼까 하는데요... 잘 될런지... 아이들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시루의 콩나물처럼...몇 일 연수 갔다오면 몰라볼 정도로요..ㅎㅎ
혜덕화님도 올해엔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었으면...

글샘 2010-02-12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청전 스님 글도 인연이 되면 만날 일 있겠습니다.
또, 한 학년도가 마쳐집니다.
달팽이님도 마무리 잘 하시고, 또 좋은 아이들 많이 만나시길...
전 올해 3학년 부장을 하게 될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기만 하네요. ^^

달팽이 2010-02-12 13: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글샘님. 가끔씩 들러서 손님많은 글샘님의 서재를 기웃거리기도 하였습니다. 올해엔 중책을 맡으셨네요. 바쁘시겠습니다. 그래도 마음 잘 쓰시기를...저는 올해엔 좀 한가롭습니다. 책이나 읽으며 소일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