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바리우스
토비 페이버 지음, 강대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언제이던가? 서울 지하철 강남역 6번 창구에서 심 모 교수가 스트라디 바이올린으로 45분간 허름한 옷을 입고서 바이올린 연주를 했던 적이 있다. 이 연주로 그는 16900원의 돈을 벌었다. 이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서울대 출신의 교수인지도 그가 연주했던 바이올린이 70억이나 비싼 것이었는지에 대해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그 바이올린에 쓴 활이 1억 짜리였다니...그 오전의 급박하고 분주한 출근시간에 몇 몇 사람들은 그 선율을 듣고서는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이 시간에 여기서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수 있다니...하고 놀랐다. 이 사건이 있기 전에는 미국의 한 도시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의 연주가 열렸다고 한다.

  집시 음악 중 유난히도 슬프면서 가슴에 착 달라붙는 음악이 있다.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Gypsy Passion"이라고 하는 바이올린 연주곡의 모음집이다. 지금은 우리 나라 모 광고에도 사용하고 있는 이 선율은 가슴 속의 꼼짝하지 못할 감정의 아킬레스 건에다 대고 활을 긁어대는 듯하다. 이 지독히도 슬픈 곡을 들으면서도 그 슬픔이 왠지 삶의 비장한 아름다운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문득 내 마음으로 투명하게 모아지는 뭔가가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느낌을 찾아서 모짜르트도 듣고 베토벤도 들었다. 바흐의 바이올린 음악도 들었다. 바이올린이 가진 느낌인지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선율에 담긴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결론은 둘 다였다.

  18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인 스트라디 바리우스.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 다섯대의 바이올린과 한 대의 첼로의 여정을 쫓아간 이야기가 이 책이다. 메시아, 비오티, 케벤휠러, 파가니니, 리핀스키와 다비도프가 그것이다. 많은 소유권의 이전과정과 세상에 드러난 과정, 그리고 그 바이올린이 연주되면서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과정에서 바이올린 제작자의 깊은 영혼의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열 세살의 천재 소년 바이올린 연주자인 매뉴인은 열 세번째 그의 생일날 케벤휠러를 선물로 받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위대한 바이올린은 살아 있다. 바이올린의 모양은 제작자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나무는 소유자들의 역사나 영혼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연주할 때마다 내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 또는 속박당하는 영혼임을 느끼게 된다."

  천상의 선율을 담기 위해 바이올린 제작에 자신의 온 인생을 걸었던 스트라디 바리우스. 그 제작의 비밀을 캐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쳤지만 결국 풀어내지 못한 제작과정의 비밀들.. 그가 제작한 바이올린은 하나의 생명체이다. 나무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바이올린 연주자의 마음에 반응하여 제각각의 선율을 만들어내는 그는 긴 배를 타고 가는 여정에서는 지치고 멀미도 하고 인간과 같이 소중하게 다루어지고 배려되어야만 하는 의식체이다. 수많은 찬사와 수많은 음악가의 삶의 열망이기도 했던 스트라디 바리우스는 그 명성이 또 다른 생명체로 되어 탄생과 굴곡의 시간을 거친다.

  이제 그 과학의 비밀을 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그것의 가치가 얼마이고 그것의 역사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스트라디는 제작자에게 있어서는 그것을 만들어내며 바쳤던 자신의 온 열정과 인생의 깊이로서 의미를 다했고, 연주자에게는 바이올린과 혼연일체가 되어 만들어내는 선율이 허공을 가득 메울 때 그 의미를 다하지 않았는가? 청중으로서 우리는 그 선율위에 마음을 올려 선율이 만들어내는 굴곡을 타고 넘으며 영혼의 우아함을 꿈꿀 때 이미 그 의미를 다가지지 않았는가? 그것을 제외하고 남은 명성과 가치는 겨울바람에 떨어져 썩고 있는 나뭇잎처럼 허무한 것이다.

  스트라디 바리우스의 흔적을 쫓는 이야기가 그의 영혼의 성장과정과 깊어짐의 과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바이올린 연주자의 영혼이 바이올린과의 교감 속에 더욱 깊어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바이올린이 내는 선율의 깊은 감동에 빠지지 못한다면...우리는 인생에서 긴장해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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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5-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이올린 제작자. 바이올린을 만들기 위해 올인하는 장신정신을 정말 제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달팽이 2007-05-1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 정신이 몰입했을 때 그 생각과 생각의 틈 사이로 분출하는 아이디어와 우주의 메세지를 들어야만 비로소 인생을 담아낼 수 있겠지요.
산타님께서 사용하신 올인하는 장인정신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