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우렁은 연체동물

백합조개 잡아먹을 때

껍질에 빨판으로 달라붙어 가만히 있다

 

마치 꼭 껴안고 있는 듯 보일 테지만

나중엔 백합조개의 볼록한 이마쯤에

드릴로 뚫어놓은 듯 정확한 원형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 보게 된다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몸짓에

집요한 추궁,

뜨거운 궁구가 있었던 것

갯우렁의 먹이사냥에는

가차없는 집중력이 숨어 있다

 

너를 향한 내 이 물컹한 그리움에도

어디엔가 숨겨진 송곳,

숨겨진 드릴이 있을 거다

 

내 속에 너무 깊이 꺼내볼 수 없는 그대여

내 슬픔의 빨판, 어딘가에

이 앙다문 견고함이 숨어 있음을 기억하라.

 

 

몇 년 전이던가

몰운대의 자갈마당에서

구멍뚫린 조개껍데기를 줍고서

한참을 쳐다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 칼로 자른 듯한 정확한 이 구멍은 무엇일까? 하고서..

 

삶의 진정성이 시에 있다면

그는 날카로운,

손을 스치기만 해도 핏방울 떨어지게 날카로운

시의 칼날을 가지고 있다.

혜경님의 덤으로 보내주신 선물에서

나는 새로운 사람 한 명을 만났다.

포장 박스에서 뚜벅 걸어나와

강렬한 인상으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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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의 감상이 더 좋아요. 그것으로도 한편의 시입니다.^^
가져갈래요^^

달팽이 2007-04-23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일이 있어 주말엔 강원도 홍천에 다녀왔습니다.
강원도엔 아직 벚꽃도 목련도 피어 있었습니다.
이제 꽃잎이 날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가는 여행이
보내버린 봄의 정취를 다시 느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시 시간자동차를 타고 오는 길 뒤가 자꾸 돌아봐졌습니다.

프레이야 2007-05-1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시인이세요, 정말! 시간 자동차라...
뒤늦게 답글 봤네요. 오늘도 하냥 화사한 하루, 마음으로부터 시작하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