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50분경 요가하는 처를 데려다주러 중앙동으로 달리는데 앞의 건물 사이로 검은 점들이 허공을 가득히 메우며 흩어진다.
파란 도화지 위에 검은 색 모래가 바람에 한쪽으로 쓸리는 모양같기도 하고 중앙에 바람 맞아 일제히 퍼져가는 모양같기도 한 그것은
가마우지 떼였다. 아 그것도 어림잡아 천여마리....
가마우지 떼의 멋진 군무로 밝아오는 새벽 길을 달리며
저들이 오륙도에서 을숙도로 비행하는 아침 여정임을 알아차린다.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덜 깬 눈을 비비며 울음을 터트리는 두 녀석에게만 선 잠과 싸우는 힘겨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꽃샘추위에 얼굴이 얼어가는 녀석들을 두고 떠나는 우리들만 안타까운 아침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영하의 칼바람을 맞아가면서도 무리를 지어 때로는 방향을 잡아주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며 움직이는 저 가마우지 떼도 선잠 속에서 고달픈 비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의 비행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파랗게 얼어붙은 하늘의 배경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 부족이 하나같이 만들어내는 비행의 춤과 무늬
그 속에 자신을 잊고 전체의 그림 속에 딱 들어맞는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낼 줄 알기 때문이다.
조화로운 우주,
그 속에서 나도 불멸의 작품 속 내 위치를 아는 한 점이고 싶다.
마음 속의 한 점을 찍는 순간 어느덧 날은 환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