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조용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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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교 민속학자인 조용헌 씨가 그동안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었다. 책의 구성은 음양과 오행, 이판과 사판으로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생활 속의 이야기들을 각 각의 이야기로서 풀어낸다. 범부들의 일상생활의 이야기로부터 각종 사건 사고에 나아가서는 국가의 흥망과 그것을 좌우하는 정치적 사건과 국제정세의 변화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로서 우리들의 시선을 끈다.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감각과 인지에 잡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들에게 포착되는 것만을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음양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어떻다고 생각하는 그 점은 반드시 상반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한다. 우리가 선이라 명명하면 그에 대응하는 악이 있고 높음이라 하면 그에 비교되는 낮음도 있다. 서로는 서로에게 의존하며 공존한다. 우리는 한 사람의 특성과 재능을 보면서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바로 그 장점이 그 사람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음양은 모든 만물이 태어나서 갈라지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태초의 갈라짐 이전으로 돌이키면 우리는 갈등할 필요가 없게 된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모습을 찾는 것도 바로 이와같지 않을까?

  오행은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목,화,토,금,수의 요소로 파악하는 것이다. 즉 우주의 모든 것은 오행의 요소로서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밤하늘의 천체의 놓은 위치와 운행이 태양계의 몇 개의 별과 위성의 위치와 운행이 지구의 자기장과 사회적 에너지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오행은 드러난 세상의 법칙이다. 음양이 더욱 세상에 현현해서 우리들의 현실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들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이어서 이판과 사판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판은 형이상학적인 세계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세계이자 열반의 세계가 된다.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영원의 공간이기도 하고 절대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해결이되면 사판의 문제도 비로소 해결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아와 그를 둘러싼 외부의 물질적인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이판의 문제를 쉽게 마음에 품지 못한다. 세상을 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이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삶의 의미의 문제일 수도 있고, 꼭 해결해야만 하는 삶의 화두일 수도 있다.

  사판은 드러난 우리들의 일상생활이요 사회적으로 나아간 삶이다. 우리들의 삶과 사회를 둘러보면 개인의 욕망과 그 욕망의 산물인 제도와 권력간의 갈등들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업이 업을 만나서 일어난 사고들과 욕망이 욕망과 부딪혀 생겨난 결과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한다. 그 혼탁해진 세상은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세상 속으로 묻혀들어간다. 사판은 드러난 세상의 사사무애함을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안된다. 그래서 사판이란 이판을 등에 업은 사판이라야 한다. 그러면 사판은 한 송이의 꽃이 된다. 세계일화가 된다.

  추워져가는 날씨, 그 옛날의 난로가 그리워지고 그 난로에 손을 내밀고 둘러앉아 오손도손 정답게 나누는 옛 이야기가 그리워진다. 그럴 무렵 조용헌 씨의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잠시나마 그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그의 살롱은 구수한 향수가 베어있다. 잠시동안 그의 난로 앞에서 손을 녹히었으니 이젠 추운 밖으로 나가야 할 때다. 그 추위를 헤치고 따뜻한 고향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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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2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헌씨의 입담이 대단하지요.
저도 이분의 '명문가 이야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달팽이 2006-11-2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입담으로 표현된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는 세상과 균형을 맞추는 보이지 않는 세상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저의 마음을 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