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레플리카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7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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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름의 레클리카>라는 멋진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에스 앰 시리즈 가운데 몰입도가 가장 낮다. <환혹의 죽음과 용도>와 사건 발생 시기가 겹쳐 약간은 번외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인 사이카와와 모에가 300패이지가 넘어서야 등장한다. 두 사람의 팬인 나같은 경우에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설정이다.

 

오랫만에 집에 돌아간 도모에는 뜻밖의 납치는 당하고 가족까지 감금당하게 된다. 뭔가 섬뜩한 이야기가 벌어질 듯 했지만 도둑들은 서로를 쏴 죽이고 남은 한 사람만 도망가며 허망하게 막을 내린다. 한가지 의문은 장님은 의붓 오빠의 존재만 사라졌다는 것.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모리 히로시 소설의 장점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식을 사건 해결에 적절히 해결하는 수법에 있다. 그 정점은 대표작인 <모든 것은 F가 된다>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나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점점 밀도가 떨어지더니 <여름의 레플리카>에서는 제대로 된 수사기법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미스터리물이 되고 말았다.

 

사이언스가 빠지지 그의 소설 기법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갈등을 쏘아올리지 못하고 이야기가 밋밋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등장인물들간의 이해관계도 선명하게 드라나지 못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격인 도모에와 모에, 사이카와간의 긴장 관계가 전혀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다. 도모레의 오빠인 모토키의 재등장도 생뚱맞기 그지없다. 대체 이건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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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시미즈 다카시 감독, 오키나 메구미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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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에 스노우볼링 기법이 있다. 말 그대로 눈뭉치를 굴리듯이 조사를 확대해가는 것이다. 곧 어떤 한 사람을 인터뷰한 다음 그가 언급한 내용중 관련있는 인물을 만나 다시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어느새 전체 윤곽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어설픈 수식을 이용하거나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느니 이 방법이 훨씬 적확하다고 믿는다. 인간은 기계처럼 의도한 대로 결과를 뽑아내지 않기 때문이다.

 

<주온>은 기념비적인 호러 영화다. 매우 짧은 초단편을 모아놓은 것 같은데 다 붙여놓고 보면 전체의 이야기가 꿰맞춰진다. 각각의 스토리에 단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비디오 레코더로 촬용한 것 같은 거친 편집도 영화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진짜 같은 느낌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장치다. 실제로 <주온>은 영화로 제작되기 이전에 단편 비디오로 먼저 선을 보였다.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저주의 집에 들어선 사람은 죄다 죽어나간다.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죽였다는 단서만 있을 뿐이다. 곧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집안을 맴돌고 있다는 뜻인데 사실 이건 전설의 고향과 다를 바 없다.

 

핵심은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자려로 침대에 누웠는데 발가락이 간지러워 이불을 펼쳤더니 그 안에 귀신이 있다든가 샤워를 하며 머리카락을 감는데 내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가락이 잡힌다든가 누구나 상상은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면 까무러칠 장면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절대 혼자 보지 마시라. 그 날 밤은 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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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
닐 블롬캠프 감독, 휴 잭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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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분신을 원한다. 이왕이면 더 오래 살고 또 가능하다면 영원무궁할. 중국의 황제들이 무덤에 묻을 때 온갖 장신구는 물론이고 호위 무사까지 생매장시킨 이유를 생각해 보라.

 

로봇은 또다른 나의 모습이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인간보다 더 사람다운 기계생명체가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른바 인공지능의 범용화가 곧 가능해질 것이다.

 

영화 <채피>는 경찰대신 험한 일을 하는 로봇 이야기다. 극한 상황에서 기술은 더욱 발전하기 마련인데 실제로 인터넷은 군대에서 적군의 교란을 피해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만든 것이 시초다.

 

문제는 어디에나 있게 마련인 질투와 시기. 로봇경찰을 대신할 기계를 써보지지 못하고 좌천위기에 몰린 상사가 일을 저지른다. 두뇌칩을 빼내 기능을 마바시킨다. 다행히(?) 스스로 인지가 가능한 로봇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채피. 마치 사람처럼 점점 성장하며 진화과정을 밟아나간다. 급기야는 마음이식까지 가능해진다. 과연 인식을 가진 로봇이 주도하는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아이면 디스포피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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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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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는 금기어가 있다. 설마, 문득, 불현듯, 어느날 ... 공통점은 하나같이 불투명한 말들이다. 어떤 작가는 이런 단어들을 남발하며 마치 감상적인 글쓰기인양 포장한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가 바로 그렇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대형서점의 가장 눈에 잘 뜨이는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하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기에 더욱 더. 아, 한국에서 에세이는 펜시 상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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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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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스릴러는 끝도 없이 나온다. 마치 노래가사에 사랑이야기가 빠지면 안되듯이. 이유는 추리라는 기법 때문이다. 곧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법이야말로 끝까지 책을 놓치지 않게 하는 마약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아이디어의 승리다. 아내와 아이, 처남을 한꺼번에 잃은 한 남자. 그에게는 강박증이 있었는데, 그건 과잉기억증후근이다. 사소한 것까지 머릿속에 낙인처럼 찍혀 있는 바람에 옴짝달짝 못하는 거다.

 

그러나 그의 약점은 범외수사에는 최적의 능력이다. 다른 사람들은 놓치는 사소한 단서 하나 빠트리지 않고 하나씩 퍼즐을 맞추어 나간다. 화력을 초반에 퍼붓는 바람에 중반부터 다소 맥이 빠지긴 하지만 잘 쓴 미스터리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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