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시미즈 다카시 감독, 오키나 메구미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3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사회과학에 스노우볼링 기법이 있다. 말 그대로 눈뭉치를 굴리듯이 조사를 확대해가는 것이다. 곧 어떤 한 사람을 인터뷰한 다음 그가 언급한 내용중 관련있는 인물을 만나 다시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어느새 전체 윤곽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어설픈 수식을 이용하거나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느니 이 방법이 훨씬 적확하다고 믿는다. 인간은 기계처럼 의도한 대로 결과를 뽑아내지 않기 때문이다.

 

<주온>은 기념비적인 호러 영화다. 매우 짧은 초단편을 모아놓은 것 같은데 다 붙여놓고 보면 전체의 이야기가 꿰맞춰진다. 각각의 스토리에 단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비디오 레코더로 촬용한 것 같은 거친 편집도 영화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진짜 같은 느낌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장치다. 실제로 <주온>은 영화로 제작되기 이전에 단편 비디오로 먼저 선을 보였다.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저주의 집에 들어선 사람은 죄다 죽어나간다.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죽였다는 단서만 있을 뿐이다. 곧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집안을 맴돌고 있다는 뜻인데 사실 이건 전설의 고향과 다를 바 없다.

 

핵심은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자려로 침대에 누웠는데 발가락이 간지러워 이불을 펼쳤더니 그 안에 귀신이 있다든가 샤워를 하며 머리카락을 감는데 내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가락이 잡힌다든가 누구나 상상은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면 까무러칠 장면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절대 혼자 보지 마시라. 그 날 밤은 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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