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소년 표류기 비룡소 클래식 15
쥘 베른 지음, 레옹 브네 그림,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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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앙은 배가 좌초될 경우에 아이들이 모두 갑판에 나와 있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실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외쳤다.

“모두 다 올라와!”


더 심하게 기울면 옆으로 누워 버릴 염려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미처 배에서 탈출하기도 전에 물이 갑판을 덮쳐 아주 위태로워질 것이다.


“어떻게 할래?”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모른다는 게 너무 속상해. 어른이 꼭 있어야 할 때 이렇게 아이들뿐이라는 것도 너무 속상해.”


교육방송 라디오를 듣다가 15소년 표류기 낭독이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었다. 새삼 책이 읽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완역본으로. 일단 놀랐다. 매우 두꺼워서. 그동안 읽은 것들은 모두 축소판이나 아동용이었다. 지레 겁을 먹고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단숨에 페이지가 휙휙 넘어갔다. 동시에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왜 이 책을 소년들의 고생담쯤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뜻밖의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어떻게 역경을 헤쳐 나가는지를 매우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치 독자들이 현장에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만큼 사전 조사가 철저했다는 뜻이다. 무려 백년도 넘은 과거에 쓰여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참고로 베른이 1888년에 발표했다. 코로나의 여운이 아직도 짙게 배어 있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열다섯 소년과 함께 하면 한결 든든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말


몇 페이지 읽자마자 헉하고 숨이 막혔다. 2014년 4월이 떠올라서다. 만약 그 아이들 중 15소년 표류기를 제대로 읽은 학생들이 있었다면, 아니 누구라도 올바른 지시를 내렸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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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맨 O.S.T.
휴 잭맨 외 노래 / 워너뮤직(WEA)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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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 같은 영화가 있다. 내게는 <위대한 쇼맨>이 그렇다. 정말 전혀 일도 기대하지 않고 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물론 음악영화는 일단 점수를 후하게 매기는 편이지만 이 영화는 내 기준을 훌쩍 넘었다. 우선 모든 음악이 오리지널 스코어라는 것, 다시 말해 창작뮤직이다. 게다가 출연배우들이 직접 불렀다. 휴잭맨이 이런 노래솜씨가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개인적으로 배우 타이틀을 단 서양인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기본기를 철저하게 제대로 걸쳤기 때문이다. 반짝 유명해져서 얼굴빨, 이름빨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연기와 춤, 그리고 노래로 승부를 건다. 지금도 이 영화는 내 최애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데 어제만 해도 케이블에서 틀어주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아마 지금까지 스무 번 이상은 관람하지 않았나 싶다. 으뜸 이유는 역시 음악. 한 두곡이 좋은 게 아니라 각자의 캐릭터를 살린 모든 음악들이 빼어나다. 마치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듯 다양한 색깔을 뿜어낸다. 음악영화 팬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음반이다. 아마 당분간 <위대한 쇼맨>을 능가하는 오에스티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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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쇼 코랄 베스트 콜렉션
RCA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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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라고 시작하는 꼰대 문화는 이제 우스개의 소재가 되어 버렸다. 다행스럽다. 그만큼 권위가 사라졌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말을 듣는 사람들도 한결 부담을 덜었다. 괜히 눈치 보며 쭈뼛거릴 이유가 없어졌다. 당당하게 스스로의 촌스러움을 밝히면 그만이다. 게다가 웃기면 덤이고.


미국 민요를 추억으로 삼는 세대야말로 중장년층이다. 어쩐 일인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오 수잔나’나 ‘켄터키 옛집’을 마치 우리 노래처럼 따라 부르곤 했다. 음악책에도 잔뜩 있었다. 미군정의 문화가 아닌가 싶은데.


알라딘 중고매장에 들른 김에 로버트 쇼 합창단 음반을 구매했다. 미국인들이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듬뿍 담은 포스터 작곡의 민요모음이다. 우리에게도 너무도 익숙한 곡들 천지라 반가웠다. 그런데 희한하게 집에 와서 들어보니 옛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지루하고 느린 곡들이라는 느낌뿐이었다. 희한하다. 분명히 이런 노래를 들었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렸는데 그 때는 꽤 감동을 받았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내 감각이 둔해졌다기 보다는 오랫동안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귀가 비로소 열린 것이 아닐까? 사실 로버트 쇼나 로저 와그너 합창단은 실력 자체 보다는 이름값으로 유명세를 치른 게 맞다(개인적의 의견입니다). 만약 그들의 노래가 훌륭했다면 지금까지도 건재했겠지? 그럼에도 소장차기는 충분하다. 표지만으로도 미국 특유의 정감이 물씬 풍긴다. 또 혹시 아나? 십년 쯤 후에는 가슴 사무치게 좋다고 느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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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Groove - A Collection of The Best Grooves
Various Artists 노래 / 포니캐년(Pony Canyon)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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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올해 2월이었으니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그리고 여름의 초입으로 옮겨진 셈이다.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다보니 계절이 바뀐 것도 실감하지 못했다. 이대로 여름을 관통하여 가을을 거쳐 또다시 겨울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왠지 현실이 될 것 같아 두렵다.


이런 꿉꿉한 기분을 덜고 싶을 때는 그루브 음악이 최고다. 그루부란 충동적인 선율 같은 것을 말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리듬감이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초 발상은 재즈였으나 레게, 팝, 힙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Into the Groove는 그 중 베스트를 모아 놓은 음반이다. 그냥 틀어놓으면 바로 파티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동안 열심히 듣다가 다시 찾아보니 없다. 어렵사리 발견하여 들어보니 역시 좋다. 특히 1번 시디의 네 번째 곡인 The New Avengers - SNOWBOY는 압도적이다.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속지 소개 글에 별표까지 표시해 두었다.


관련 사이트 : https://www.youtube.com/watch?v=Llzh-fU31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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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모차르트 : 마술피리
버로스 (Stuart Burrows) 외 노래,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 Decca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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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감상하려면 각오가 필요하다. 아무리 자막이 달린 스크린이 있다고 해도 서너 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바그너의 링 시리즈를 본다면 철문이 닫힌 채 꼬박 열 시간 이상 갇혀 있어야 한다. 음반으로 듣는 것도 꽤 고욕이다. 하이라이트가 아니라면 기본이 세 시간이다. 시디라면 세장을 연달아 플레이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오페라는 극소수만 좋아하는 골방 문화쯤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오죽하면 오페라 평론가조차 자동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꼼짝없이 ‘라 트라비아타’ 전곡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하겠는가? 사 놓고 계속 미루던 <마술피리>를 아침부터 들었다. 중간에 시디를 갈아 끼운 시간을 빼고서도 세 시간이 족히 걸렸다. 되도록 다른 잡다한 일을 하지 않고 오로지 음악에만 몰두한 결과, <마술피리>는 천상의 음악임을 깨달았다. 비록 알아듣는 말은 파파케노 정도지만 내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괜히 겁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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