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통의 죽음 지만지 고전선집 97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임호일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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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원하는데 사람머리를 던져주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출발부터 축복받은 정부다. 이전 권력이 탄핵사태로 거의 몰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실 특별히 뭘 잘해서가 아니라 어부지리로 승리했다. 초기에는 뭘 해도 적어도 과거와는 다르겠지, 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평가는 냉혹하다. 지지율이 그 증거다. 가장 큰 이유는 정책실패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프랑스의 공화주의자들은 민중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았다. 귀족들을 적폐로 몰아 피의 숙청을 이끌었다.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빨리 죽음에 이르게 하기 위해 단두대를 발명하기까지 했다. 이들의 행동은 환호를 이끌었다. 그러나 살림살이는 그대로였다. 아니 더 나빠졌다. 귀족들을 지원하는 경제가 망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지도부는 업자들의 모가지를 비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우유 값이 폭등하자 가격상한제를 정하고 축산농가를 닦달했다. 결과는 파국이었다. 그렇게 싸게 파느니 차라리 죽여 버리자. 이전보다 더 뛰어 우유는 사치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단두대는 더이상 귀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희생양을 찾아야 했다. 당통이 걸려들렀다. 혁명의 최전선에 서서 로베스 피에로와 함께 새로운 프랑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영웅이었다. 그는 도덕주의자였던 로베스와 달리 인간의 욕망을 그 누구보다 중시했다. 곧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정치나 정책은 필연적으로 망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피에르에게 당통은 눈엣 가시였다. 결국 잡아들일 것을 명령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자신은 나중에 더 치욕스럽게 죽게 된다는 걸 모른 채.


이 책은 희곡이다. 독일의 천재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작품이다. 그는 왜 당통에 주목하였는가? 그것도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다 읽고 나서 든 느낌은 섬뜩함이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의 현 상황과 일치하지. 과거를 부정하기에 급급하여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이전 정부에 돌리는 짓거리나 선전선동으로 계급간 분리를 자아내는 행태에는 소름이 돋는다. 그들이 꺼내든 평등의 도끼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흔들거리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을 향해서도. 이제 고위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은 한 채만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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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스프레이 : 일반판
니키 블론스키 외 / 플래니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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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겹쳐 우울하고 짜증이 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럴 때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정도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를 감상하는 게 최고다. 개인 취향에 따라 블록버스터 무비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무조건 음악영화다. 댄스를 결들인. 월요일 저녁 두 편의 영화를 몰아 보았다. 렌트와 헤어 스프레이. 렌트는 직접 공연을 다녀 온 터라 감동의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였고 헤어 스프레이는 짤막짤막하게 나온 영상만 봤기 때문에 이번에 제대로 감상하자는 마음이었다. 렌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하고 오늘은 헤어 스프레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휴대폰까지 켠 상태로 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화기도 끄고 정자세로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만큼 집중도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연기와 음악, 춤과 대사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라이브 공연을 보는 느낌이랄까? 때는 1960년대 초반. 볼티모어에 사는 뚱보 트레이시는 춤과 노래에 관심이 크지만 외모 탓에 따돌림을 받는데. 우연히 흑인친구들을 만나 자신감을 얻고 선망해 마지않던 티브이 쇼에까지 출연하게 된다. 전형적인 미운오리새끼 같은 스토리지만 흑인 차별 등 은근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음악. 정말 버릴 노래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오에스티도 바로 주문 완료.


덧붙이는 말


스포일러 같아 말을 하지 말까 싶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트레이시의 엄마를 주목하여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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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저택의 비밀 봄나무 문학선
조안 에이킨 지음, 고수미 옮김 / 봄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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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종착지로 달려갈 때 쯤 되면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나, 라는 생각이 불끈 하고 든다.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하거나 꿈을 꾸거나 이루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뻔 한 이야기를 해대겠지만 그건 그냥 하는 소리다. 삶의 재미는 시계바늘과 함께 어이없이 사그러든다.


<미드나이트 저택의 비밀>은 더 이상 새로운 소설은 없는 게 아닌가, 라는 망상이 들 째쯤 만났다. 게다가 1974년 작품이라니. 이래서 사람은 절대 교만해서는 안 되고 세상은 더 살아봐야 마땅하다. 알아보니 이 소설에 대한 찬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얼핏 보면 아동성장같지만 자세히 보면 고딕풍 공포추리라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게 이미 명작이란 뜻이다.


큰 공장을 물려받기로 되어 있는 루카스. 소년은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황량한 땅에 괴물처럼 버티고 있는 시설들이 이상할 뿐이다. 안나마리아의 등장은 순간 기쁨이었으나 막상 만나고 보니 고통으로 변한다. 내가 원한 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였는데. 게다가 비밀을 잔뜩 간직한 여자아이라니. 사실 이 둘은 사업체를 물려받을 자격을 두고 싸워야 하는 라이벌이었다. 과연 루카스와 마리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연치고는 기묘하게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던 시기에 읽었다. 여전히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간 47일 기록을 깰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다행은 비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첫 문장이 ‘온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겠는가? 오염된 공기와 희뿌연 중금속 하늘 아래 희망이라곤 한 개도 없는 시대를 견뎌내야 했던 소년 소녀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비단 영국뿐이었겠는가?  


덧붙이는 말


결정적인 흠이 있다. 노동자나 하녀와 같은 이들의 말을 모조리 충청도 말로 바꿔놓았다. 원작을 읽지 못해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높임말로 대체했어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굳이 지방말로 옮겼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읽는 내내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했다. 또한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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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너무 좁아 - 이스라엘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3
마고 제마크 지음, 이미영 옮김 / 비룡소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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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집이 넓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리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변두리였지만 그래도 마당이 있고 옥상에도 올라갈 수 있는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아파트먼트로 이사 오고 나서는 고만고만한 평수를 뱅뱅 돌고 있다. 지금은 방 세 개짜리 20평대 후반에 전세로 거주한다. 그렇다고 매우 좁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가끔 꿈은 꾼다. 널찍한 정원이 있는 주택에 살고 싶다.


<우리 집은 너무 좁아>는 이스라엘 옛 이야기에 바탕한 그림책이다. 사실 스토리는 뻔한데 일러스트가 아름답다. 한 장 한 장이 마치 독립된 작품처럼 풍부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직설적인 제목이다. 원제는 '더 나쁠 수도 있었는데'이다. 끝까지 읽어보면 이 말이 어울리는 타이틀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대로 옮겼다면 판매수익은 떨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분모를 늘리기 어렵다면 분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집을 넓혀가기가 어렵다면 짐을 줄여야 한다. 어느 쪽이 쉬운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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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열쇠의 비밀 일공일삼 66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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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선과 악이 없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말하고 움직인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돌아보면 끔찍한 일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보모는 그 모든 악행을 받아들인다. 공부도 잘하고 못된 짓 근처에도 가지 않는 잭. 잭에게는 딱 한 가지 고민이 있는데, 바로 아버지다. 집밖에서 혹시라도 마주칠까봐 전전긍긍한다. 아버지의 직업은 학교 관리사. 쉽게 말해 옛날 말로 하면 소사다. 곧 학교의 이런저런 잡일을 담당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이런 말은 당연히 차이게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잭은 아버지를 골릴 생각으로 의자 밑에 씹다만 풍선껌을 붙이기 시작하는데. 이쯤 되면 이야기는 부자간의 애정을 회복해가는 여정으로 가야 마땅한데,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지만, 엉뚱하게 인디아나 존스가 튀어나온다. 자, 과연 이들 부자는 어떤 모험여행을 떠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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