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MAYBE - 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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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스타를 갈망한다. 없다면 억지로라도 만들어낸다. 열광할 대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준일 또한 그렇게 떴다. 그러나 인기라는 거품은 언제나 그렇듯 오래가기 힘들다. 이런저런 구설수에 시달리면서 대중들은 점점 정을 떼기 시작한다. 그리곤 또 다른 별을 따러 떠나간다. 그는 이런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심정이 아니라 버블이 꺼지고 더 나아가 자신이 사라져도 남을 흔적을 만들고 싶어 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겉보기에는 별 거 아닌 듯싶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거의 진실에 가까운 말만 남겼다.


우리는 서브마린과 함께 가라앉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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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조의 말 - 영어로 만나는 조의 명문장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공보경 옮김 / 윌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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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서 글을 쓰던 조는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를 채우고 멋지게 서명을 한 후 펜을 던지며 외쳤다. 


“됐어. 난 최선을 다했어! 이걸로 충분치 않다면 나중에 더 잘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어쩌겠어.”


<작은 아씨들>만큼 오랫동안 한결같이 사랑받는 작품도 드물다. 적어도 미국 안에서는. 영화로도 몇 차례나 다시 만들어졌다. 그 비결은 가족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소재다. 설령 인구가 줄고 일인가구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움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조의 인상적인 문구를 발췌하여 번역과 원문을 함께 실었다. 정직하게 말하면 책 전체를 읽기를 권한다. 그럼에도 미덕은 있다. 쓸데없는 해석 없이 문장에만 오로지 집중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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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세트 - 전2권
봉준호 지음 / 플레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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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가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계기가 된 영화는 <살인의 추억>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생충>은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상 같은 성격이라고 할까? 아니 아직도 젊고 찍을 영화도 많은데 너무 섣부른 게 아니냐라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오손 웰스를 보라. 그의 데뷔작이 향후 영화사의 한 획을 그는 명작이 되리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가 숱한 작품을 연출했지만 첫 영화를 능가하지 못한 건 어떻게 볼 것인가? 봉준호의 장점은 디테일에 있다, 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디가? 라고 하면 마땅한 답을 해주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시대배경에 철저해서, 소품을 잘 챙겨서, 대사를 바꾸고 또 바꾸어서. 아니다. 정답은 3차원적 사고다. 곧 영화에 구현된 화면을 공간적으로 잘 구현해낸다. 이 책은 그 비밀을 알려준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발견의 즐거움을 아직 감상하지 못한 분들은 상상의 기쁨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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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h Kleiber - 베토벤 교향곡 7,9번 /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 이 한 장의 명반
에리히 클라이버 (Erich Kleiber) 지휘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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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 시대가 지니고 씨디가 등장하고 그마저 점점 희귀종이 되어 이제는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었다. 흥미로운 건 시간이 지나면서 슬금슬금 옛 것이 복원되고 있다. 박물관에서 볼법했던 엘피가 다시 발매된다. 음역대가 넓고 사운드가 풍부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유는 음악이다. 곧 콘텐츠가 좋으니 다른 채널로 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 선두주자는 클래시컬 뮤직이다. 고전 음악 감상이 취미라고 하면 고리타분함을 넘어 무덤에서 살아나온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맞지만 그럼에도 몇 백 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에리히 클라이버의 음반도 그렇다. 그는 푸르트벵글러와 자주 비교된다. 거의 같은 시기에 활약했지만 명성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 탓만은 아니다. 한 사람은 적극적이지는 않았더라도 나치에 협력했고 또 한사람은 아르헨티나로 망명했다. 당연히 푸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귀는 예리해서 클라이버의 엄정하면서도 따뜻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베토벤 교향곡 7번과 9번을 담은 이 음반이 대표적이다.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강하고 파괴적인 소리는 배제한 채 악보대로 지휘하고 있다. 이른바 교과서적인 연주다. 양념을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듯 하다고나 할까? 물론 고정적인 베토벤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루드비히 본연의 모습인가,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사람들께는 귀한 선물 같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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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차이코프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 Great Violinists
차이코프스키 (Peter Ilyich Tchaikovsky) 작곡, 뮌슈 (Charles / 낙소스(NAXOS)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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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는 예고에 다닌다. 처음엔 바이올린을 연주했지만 지금은 비올라로 바꿨다. 매우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길게 넋두리할 내용은 아니다. 처음 연주할 때가 떠오른다. 중 2때 였다. 명절날 부모의 성화에 억지로 끌려나와 활을 들던 모습이 생생하다. 정직하게 말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 때만해도 취미에서 조금 상급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첫 음이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프로 연주자들을 직접 보고 들은 적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호흡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바로 눈앞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악기를 다루는 순수함이 떨림으로 전해져서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탄 밀스타인은 썩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다. 하이페츠처럼 엄격하게 정경화처럼 날카롭게 다룰 필요까지는 없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연주하는 건 왠지 과장되어 보인다. 랄로로 그를 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게는 잊혀진 존재였는데, 난데없이 ‘스와니 강’을 듣다가 바이올린 연주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낙소스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가격은 적당하고 또 연주자도 밀스타인이니 적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겠구나. 하고 바로 클릭을 눌러 주문했다. 한참 여러 앨범들을 구입하던 때라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고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언제 한가할 때 심심풀이로 들어야지. 결국 맨 마지막에 포장을 뜯었다. 케이스도 뻑뻑해서 이거 혹시 씨디도 튀는 거 아니야 라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플레이어에 넣고 틀었는데.


약 한 시간 가량 무아지경이었다. 우선 음질이 너무 빼어나서 깜짝 놀랐다. 엔지니어가 손을 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선명했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랄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타이틀이 앙코르라 소품 위주라고 생각했는데 곡목도 다양했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1번부터 떡하니 나오더니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의 날개, 아베마리아, 마주르카 등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가히 앙코르 음반의 최고봉이 아닌가 싶다. 그냥 서비스 군만두처럼 냉동을 데운 게 아니라 대작을 대하듯 한곡한곡 세심하게 요리하여 정찬으로 내놓고 있다. 진가를 아직도 모르는 분들께 감히 권한다. 당장 사시라. 두말 할 것 없이. 내 블러그를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껏 어떤 음반에도 별 다섯 개를 준 적이 없다. 그러나 마일스턴의 앙코르는 퍼펙트 파이브다. 가격, 구성, 연주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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