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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차이코프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 Great Violinists
차이코프스키 (Peter Ilyich Tchaikovsky) 작곡, 뮌슈 (Charles / 낙소스(NAXOS) / 2007년 8월
평점 :
조카는 예고에 다닌다. 처음엔 바이올린을 연주했지만 지금은 비올라로 바꿨다. 매우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길게 넋두리할 내용은 아니다. 처음 연주할 때가 떠오른다. 중 2때 였다. 명절날 부모의 성화에 억지로 끌려나와 활을 들던 모습이 생생하다. 정직하게 말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 때만해도 취미에서 조금 상급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첫 음이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프로 연주자들을 직접 보고 들은 적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호흡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바로 눈앞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악기를 다루는 순수함이 떨림으로 전해져서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탄 밀스타인은 썩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다. 하이페츠처럼 엄격하게 정경화처럼 날카롭게 다룰 필요까지는 없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연주하는 건 왠지 과장되어 보인다. 랄로로 그를 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게는 잊혀진 존재였는데, 난데없이 ‘스와니 강’을 듣다가 바이올린 연주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낙소스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가격은 적당하고 또 연주자도 밀스타인이니 적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겠구나. 하고 바로 클릭을 눌러 주문했다. 한참 여러 앨범들을 구입하던 때라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고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언제 한가할 때 심심풀이로 들어야지. 결국 맨 마지막에 포장을 뜯었다. 케이스도 뻑뻑해서 이거 혹시 씨디도 튀는 거 아니야 라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플레이어에 넣고 틀었는데.
약 한 시간 가량 무아지경이었다. 우선 음질이 너무 빼어나서 깜짝 놀랐다. 엔지니어가 손을 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선명했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랄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타이틀이 앙코르라 소품 위주라고 생각했는데 곡목도 다양했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1번부터 떡하니 나오더니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의 날개, 아베마리아, 마주르카 등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가히 앙코르 음반의 최고봉이 아닌가 싶다. 그냥 서비스 군만두처럼 냉동을 데운 게 아니라 대작을 대하듯 한곡한곡 세심하게 요리하여 정찬으로 내놓고 있다. 진가를 아직도 모르는 분들께 감히 권한다. 당장 사시라. 두말 할 것 없이. 내 블러그를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껏 어떤 음반에도 별 다섯 개를 준 적이 없다. 그러나 마일스턴의 앙코르는 퍼펙트 파이브다. 가격, 구성, 연주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