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EBS를 즐겨 보지 않는 터라 모르고 지나갈 뻔하다가, 서재인들께서 알려주셔서 올해는 한번 작정하고 보자 생각했더랬다. 작년에도 어영부영하다가 한 편도 못 보고 넘어갔으니. 그러나 일하고 딴전 피우다 보니 올해도 제대로 본 건 몇 안 된다. 그런데 어젯밤에 월요일에 뭘 보긴 했는데 그게 뭐였더라 한참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뒀다간 본 것도 스르르 잊겠다 싶어 간략히 모아놓는다.

8. 29. (월)
21:35 ~ 23:00 죽음의 제사장 (65') 
중간부터 보았다. 옆지기 말로는 캄보디아에 킬링필드는 두 번 있었다. 널리 알려진 크메르 루주의 대학살, 그리고 그 전에 미군의 융단폭격. 그런데 킬링필드를 이야기할 때 거의 항상 미군의 공격 이야기는 쏙 빼고 크메르 루주의 학살만을 문제 삼는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이다. 당시 크메르 루주의 말단 행동대장이었던 남자는 자기 마을의 많은 사람을 죽인 장본인으로 지목되지만, 크메르 루주가 베트남군의 공격을 받고 몰락한 뒤 마을 사람들은 이 남자를 용서한다. 이후 이 남자는 농사를 짓는 한편,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도 역시 무지하고 순진한 농민이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인정할 줄 알아야 용서도 받을 수 있다.

23:00 ~ 23:50 EBS 기획다큐멘터리 : 바이러스와의 인터뷰 (50')
유행성 출혈열이란 무서운 병이구나... 그리고 한탄바이러스를 발견, 백신을 만들어냈다는 이호왕 박사도 팔목에 건강 팔찌를 하고 있었다! ^^

9. 1. (목)
13:30 ~ 14:00 거장이 만난 채플린 :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의 <모던 타임즈> (30')
중간부터 보았다. 영화 속 찰리 채플린은 창백하고 왜소한데, 실제 찰리 채플린은 너무 멀쩡한 금발 미국인이라 놀랐다. (영화 속 모습이 더 좋다. -.-) 뤽 다르덴과 장 피에르 다르덴의 말로는, 찰리 채플린은 영화 속에서 늘 고독한 방랑자인데, 이 영화만은 마음 맞는 여자와 함께 길을 떠나는 걸로 끝난다고 한다. 그 여자(배우 폴렛 고다르Paulette Goddard)는 찰리 채플린 영화에서 유일하게 채플린과 대등한 비중을 차지한, 적극적인 캐릭터라고.

9. 4. (일)
15:30 ~ 16:50 진실을 찾아서 : 72년 미대통령 후보, 흑인여성 치솜 (77')
이것도 중간부터... (처음부터 제대로 본 게 없군. -.-) 셜리 치솜, 이런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놀라운 여성이다. 올 EBS 다큐 축제는 내게 셜리 치솜을 알려준 것, 그 하나만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다. 그는 말한다. “나는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여성, 흑인 여성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나는 20세기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애썼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20:40 ~ 22:25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105')
중간부터. 전에 극장에서 보았는데, 다시 보는 기분이 새로웠다.

22:25 ~ 24:40 기적의 칸딜 (133')
“음악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라니, 순수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란 뜻인가? 연출된 다큐멘터리라는 뜻인가? 아프리카에서 정체성을 찾는 브라질 음악인들, 그들이 가난한 마을의 공동체 운동과 결합해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다. 잘 모르지만,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들은 쿠바 음악이 역동적이고 민속적이라면, 브라질 음악은 좀더 부드럽고 로맨틱한 것 같다. 젊은이들은 계속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음악만은 대단했다.

24:40 ~ 02:40 마지막 왈츠 (117')
자라면서 팝송은 들었어도 남미 음악은 듣질 못했다. 그 탓에 로큰롤은 편안하다. 하지만 줄창 음악 다큐 세 편을 보았더니 나중엔 좀 지겹더라.


죽음의 제사장 / Deacon of Death-Looking for Justice in Today's Cambodia
감독 : Jan van den Berg / Editor : N.A
방송 시간 : Aug 29 / 21:35

어린 시절 폴포트 정권의 극악함을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잊지 못하고 살고 있는 여인 속치는 어느날 감옥에서 그녀를 담당했던 감시관을 우연히 만난다. 그는 그녀의 가족 모두를 살해한 사람이었다. 속치는 그의 범죄를 법정에 세울 계획을 세우지만 아직 캄보디아에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바이러스와의 인터뷰 / An Interview with Virus
감독 : Yeongyu Lee / Editor :
방송 시간 : Aug 29 / 23:00

이 다큐멘터리는 1976년 한국의 과학자 이호왕이 발견한 한탄바이러스가 한국에 들어와 한 연구팀에 의해 정복되기까지 시간을 쫒아가 봤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왜 숙주를 죽이는가' 바이러스의 존재론적 의미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의 <모던 타임즈> / Chaplin Today: Luc & Jean-Pierre Dardenne "Modern Times"
감독 : Serge Toubiana / Editor :
방송 시간 : Sep 1 / 13:30

1999년 <로제타>로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벨기에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모던 타임즈>를 회고한다. "톱니바퀴 속 떠돌이 찰리의 모습은 카메라 속의 배우와 같다. 즉 이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이다. 산업화와 기계화에 물든 영화의 연대기를 묘사한 작품이다."

 

72년 미대통령 후보, 흑인여성 치솜 / Chisholm '72 - Unbought & Unbossed
감독 : Shola Lynch / Editor : Sam Pollard, Sikay Tang
방송 시간 : Sep 4 / 15:30

1972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브루클린 국회 위원인 셜리 치솜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후보였다. 이 엄청난 사건에는 음모와 술수, 열띤 지지가 뒤엉켜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 Buena Vista Social Club
감독 : Win Wenders / Editor :
방송 시간 : Sep 4 / 20:40

1996년 쿠바 음악에 심취한 유명한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는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실력은 가장 뛰어난 쿠바의 뮤지션들을 모아 앨범을 녹음했는데 이것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앨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이 앨범의 국제적인 성공을 통해 국내외에서 오랫동안 간과되어 온 베테랑 뮤지션들의 이력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기적의 칸딜 / Miracle of Candeal
감독 : Fernanado Trueba / Editor :
방송 시간 : Sep 4 / 22:25

85세의 쿠바 출신 피아니스트인 베보 발데스는 40년간 스톡홀름에서의 망명 생활 후 아프리카 음악과 종교가 순수한 형식으로 보존되고 있는 브라질의 살바도르 데 바히아를 여행한다. 그곳에서 음악가 마테우스를 만나게 되고 마테우스는 발데스에게 살바도르의 아프로-바히안 마을을 소개한다. 그곳만의 특별한 칸딜은 음악학교이자, 헬스센터이며 사운드 스튜디오이다.



마지막 왈츠 / Last Waltz
감독 : Martin Scorsese / Editor : N.A
방송 시간 : Sep 4 / 24:40

토론토에서 결성되어 1976년 해체한 더 밴드 락 그룹의 마지막 공연 '라스트 왈츠'의 공연 실황과 그 뒷이야기를 담은 마틴 스콜세지의 뮤직비디오다. 밥 딜런, 에릭 클랩튼, 닐 다이아몬드, 닐 영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더 밴드의 마지막 공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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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9-0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 영화.









벽 / Wall
감독 : Simone Bitton / Editor :
방송 시간 : Aug 29 / 13:50

감독은 유대인이면서 아랍인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표방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증오의 벽을 허물고자 시도한다. 작품은 세계적 유적지를 파괴하며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는 분단선을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그려낸다.


시작하는 장면만 보았다. 이스라엘 쪽 벽면에는 마티스의 춤 그림을 변형해서 참 아름답게 그려놓았다. 그 너머 팔레스타인 쪽 벽면은 회색 시멘트뿐이다. 다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지금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는 가자와 요단 강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대와 정착촌을 철수케 하는 한편, 이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시멘트벽으로 빙 에워싸고 있다. 어제 KBS 스페셜에서 <가자 철수, 샤론의 도박>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내용을 보니, 이스라엘군에서는 정착촌 주민들이 마을 밖으로 나가도록 한 다음, 공공건물만 빼고 주민들이 살던 집은 다 때려 부순다. 저 집들을 굳이 부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네가 살던 집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한다. 치사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그러나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09.05

 

난 안산공과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몇 번 말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1. 사립대학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학교 정관에는 ‘직원을 채용할 때 학력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얼마나 좋은 학교인가 ? 그런데 누구는 누구와 무슨 관련이 있다더라는 말이 나올 만한 학교라면 ?

2. 노동조합이 있고, 그 노조에 대한 학교의 태도는 반노동조합적 태도와 행동의 집합체라고 할만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가 쓴 글은 그 중에 일부에 불과할 뿐, 그 보다 더 한 일도 많았다.

3. 위 정관의 규정에 따라 학력 제한 없이 채용된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고 그 수는 노동조합 조합원의 다섯 배에 이르나(노동조합 조합원은 비정규직), 그런데 그 정규직 직원들의 행동이 일말의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4. 나아가 19명의 조합원 중 여성 조합원이 18명에 이르는데다가, 역시 위 정관에 따라 채용된 직원들이 학교와 한 덩어리가 되었고, 또한 남자 정규직 직원들의 여성에 대한(그것도 나이가 어린) 태도는 환멸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5. 마지막으로 난 위와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우호적이든 아니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성에 대해 그리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대해 하는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언동, 그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다른 정규직 여성, 그러한 일이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는 노동부나 국가기관들의 방관이나 침묵(이래서 정규직노동조합이나 욕해대는 노동부장관의 면상을 볼 때는 짜증이 팍 밀려온다) 등에 같이 화를 내고, 나아가 그와 같은 사립대학을 개인의 사유재산처럼 내버려두는 사립학교법의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단 한명이라도 더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음은 엊그제 안산공과대학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성명서다. 

 


대부분 여성으로만 구성된 안산공과대노동조합, 파업투쟁 중

학교측의 성희롱, 폭행 등에 시달려..


학장 성희롱 사건에 대한 공개사과 후 24시간도 안되어 다시 폭행사건 일어나..


1. 9월2일 안산공대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파업투쟁 중 학교측 직원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노동조합이 학내에서 노동가요를 틀자 안산공과대학 강모 계장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라고 소리를 치며, 노동가요가 틀어져있는 카세트를 발로 두세 차례 가격했다.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이를 저지하려하자 강모 계장은 노동조합 사무국장의 하복부를 구둣발로 강하게 걷어찼고 쓰러진 사무국장은 고통을 호소하며, “결혼하고 애기를 못 낳으면 당신들이 책임질거냐?” 라고 항의했다.

이에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윤모 계장은 “거기 한 대 맞았다고 애기 못 낳냐?”라는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폭행 피해자인 노동조합 사무국장에게 퍼부었다.

윤모 계장은 평소에도 파업 중인 노동조합원들에게 “미친*들, *랄하네” 등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들을 퍼부었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은 강하게 항의하는 조합원들 앞에서 강모 계장을 보호하며 폭행 장소를 벗어났고 이후 폭행 당사자인 강모 계장을 차에 태운 후 학교를 빠져나갔다.

또한 일부직원들은 항의 농성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니들 같은 것들은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했다”며 인간적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하며 조합원들을 조롱했다.


2.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소속으로 2003년 단체협약에서 5년의 고용을 1차적으로 보장하고, 이후 평가를 통해 3년씩 2회 연장 후 11년 이상 근무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일반직과 통일한 정년을 적용할 것을 합의했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2005년 단체교섭에서 이를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조합원들을 해고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안산공과대 지부는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지난4월8일 파업에 돌입해 150여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


3. 안공과대학 재단은 4개 대학과 7개 중.고등학교를 소유한 족벌사학이며, 친인척 중심의 파행적 대학운영을 자행하고 있다.


4.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19명의 조합원 중 18명이 여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로 인한 학교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무시와 탄압은 대학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정도가 심하다.


5.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 7월 경비직원이 여성조합원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속어와 욕설을 하는 등의 성희롱, 성폭언을 일삼고, 조합원들의 차량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해 학장이 공개사과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항의 방문을 한 조합원들에게 학장은 오히려 “너희들이 노래 소리를 크게 틀어놓지 않았느냐?”며, 강 모 계장을 옹호하는 발언만을 계속했다.


6.한편 안산공과대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현재 A산부인과에 입원해 치료중이며, 담당의사는 “앞으로 어떤 예후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라는 진단을 내린 상태다.

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현재 강모 계장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 고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학교측에는 폭행 당사자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 마주보며말하기 2005.09.05 02:14:41

    남성들이 같이 있었을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들이 항상 여럿이 모여서 그런 짓을 하고, 혼자 다닐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
    난, 노동조합에 대해 우호적인지를 떠나 특히 위와 같은 특히 남성들, 그리고 정규직, 그리고 자그마한 권력 기제에라도 포섭되어 있을 때 그들이 보이는 비인간적인 태도나 행동에 대한 분노는 누구나 갖어야 하리라는 생각이 있다.
    안산공과대학에 관해서는 '조교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교라고 부르지 마' '안산공과대에 이런 일도'라는 제목의 글을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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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9-0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추천해주고 가셨군요. 고맙습니다. 널리 퍼뜨려주시기를 소망합니다.

릴케 현상 2005-09-0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말 안하고 퍼 가야 되는 분위기^^

숨은아이 2005-09-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앙~ 싫어요. 뭐라도 한마디씩 해주세요.

마냐 2005-09-0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막힐 따름이죠. 아직도 현실은 이렇구나....그래서 말문이 막히구..

숨은아이 2005-09-0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고맙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어흑. 이 일이 기사화라도 돼서 널리 알려지면 좋겠는데, 지방의 작은 대학 일이라선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실화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지금일까, 지금일까 숨죽이며 긴장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제발 이 착한 아이가 다치지 않기를, 저렇게 선하게 웃는 아이가 스스로 고립되지 않고, 집착에서 벗어나, 따스한 이해와 포옹 속에 성장하게 되기를, 부질없이 고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샤오쓰(少四 : 그 집안의 자녀 중 넷째라는 뜻으로 부르는 애칭인 모양)가 자기 이름으로 웃는 얼굴처럼 만든 서명,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경찰, 그리고 친구인 샤오무이가 애써 전한 녹음테이프, 그 마음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관리의 무신경에 슬프고 화가 났다. 정말 소통은 불가능했을까.



(샤오쓰의 서명을 흉내내 그렸다.)

샤오쓰 역할을 한. 그 뻘쭘해 보이던 소년...



...이 글쎄 자라서 이렇게 됐다고 한다.



<와호장룡>에서 마적단 두목 호 역할을 한 게 바로 이 사람이라고. 이름은 장진(張震 , Chen Chang). 그리고 샤오무이 역할을 한 소년은 귀엽고 노래도 무지 잘하는데,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아쉽다.

상영 시간이 237분이나 된다는 정보를 미리 새겨 보지 않고 무작정 보러 갔다. 중간에 10분 쉬는 시간이 있었지만, 무릎 쑤셔 혼났다. 그런데 완전판은 257분, 대만판이 237분, 일본판이 188분, 독일판이 90분이라고 한다. 완전판은 뭐야... ㅠ.ㅠ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고嶺街少年殺人事件: A Brighter Summer Day, 1991)
대만  |  드라마  |  257 분  |   감독 :  에드워드 양(楊德昌, Edward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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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02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어야쥐~

숨은아이 2005-09-02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책 읽고 나서 이야기해주세요~
따우님/흠~

2005-09-02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룸 2005-09-02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꺅~♡ 장첸이당~!!! >ㅂ< 아아...장첸이 나오는줄 알았으면 꼭 보는건데 '고령가...', 담번엔 꼭 볼테여요^^

숨은아이 2005-09-03 0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일부러 알려주러 오시다니... 고맙습니다. 보러 갈게요. ^^
투풀님/참신하더이다. ^^ 9월 4일 오후 3시에 "고령가..." 한번 더 상영하거든요. 시간 나시면 보소서.

산사춘 2005-09-03 0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갸가 갸야요?
태양의 제국 크리스찬 베일을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다시 만났을 때의 느낌이어요.

숨은아이 2005-09-03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잘 컸죠? ㅎㅎㅎ
새벽별님/꼬리뼈는 괜찮은데 무릎이... 무릎이... ㅠ.ㅠ

2005-09-04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4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9-05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09-04 01:03에 속삭이신 님/잘 받으셨군요. 번역까지 시도하셨다니 와아... @.@ 영화는 보셨나요? ^^
09-04 15:47에 속삭이신 님/결례라뇨 결례라뇨. 영광입니닷!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왕이면 때깔 좋아 보이는 걸로 고른다는 뜻으로 쓴다. 옛날엔 검은 치마나 흰 치마보다 붉은색으로 곱게 물들인 치마를 더 좋아한 데서 이 말이 나왔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에서 보니, 이 다홍치마는 그냥 예쁜 치마가 아니라, 녹의홍상(綠衣紅裳 : 연두 저고리와 다홍 치마)을 입는 처녀를 가리킨단다. 홍상은 처녀를 가리키고, 청상(靑裳 : 파란 치마)은 기생을 뜻한단다. 그리고 예전에 결혼한 여자는 옥색이나 남색 치마를 입었다고 배운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같은 값이면 기생이나 과부보다는 처녀가 좋다는 말이니, 돈 주고 여자를 사오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기분 나쁜 말이구나. 쓰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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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9-0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너무 기분 나뻐요. ㅠ.ㅠ
가르침을 준 언니에게 추천!

릴케 현상 2005-09-0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런 뜻이었나요^^ 속담 같은 거 구사하는 편이 아니어서 할 일은 없지만-_-

chika 2005-09-0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쓰지 말아야겠어요.

숨은아이 2005-09-0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추천 감사!
산책님, 글쎄 그렇다는군요. -.-
치카님, 이제부터 안 쓰기로 결심했어요. 불끈!

깍두기 2005-09-0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치마 얘기가 아니라 여자 얘기군요. 흥!

엔리꼬 2005-09-0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담의 현대화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 같은 값이면 알라딘!
책 살 때 검색해봐서 여러 쇼핑몰의 값이 모두 같다면, 알라딘에서 사자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왕이면 더 좋은 쪽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물만두 2005-09-0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날개 2005-09-0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랬군요..ㅡ.ㅜ

어룸 2005-09-0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글쿤요...!!!(진짜 충격받았으요...@ㅁ@) 두번다시 안쓸테여욧!!
일단 추천은 하고,
그럼 뭘로 바꿀까요? 이왕이면 이쁜치마...? 퍽벅퍽퍽퍽

2005-09-01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9-0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거 기분나쁜 말이에요. -_-+

숨은아이 2005-09-01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많이 추천해주시다니! 고맙습니다.
깍두기님/음, 갑자기 "치마만 두르면 다 좋아"란 말도 생각나네요. 그 말도 기분 나빠요. 그쵸?
서림님/하하... 정말요? 정말 알라딘이 좋아요? (메롱~ =3=3=3)
만두 언니/^^
날개님/앗, 날개님 천사도 다홍치마를 입었네요! (^^)
투풀님/하하, 글타고 이왕이면 연두바지라고 할 수도 없고요. 그, 그냥 "나는 ...이 더 마음에 들어"라고 하죠 머.
따우님/음, 따우님은 은근히 아는 게 많단 말야... ㅎㅎ
하이드님/하이드님도 알고 계셨나 봐요. ^^
행복나침반님/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 홍상, 청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문화 상식으로만 알아두어야겠어요.

2005-09-02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9-0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아, 그렇다면 역시 전쟁이란...! (근데 왜 속삭이셨을까요. ^^)

마냐 2005-09-0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띠..속고 산 느낌이로군요. 다른 건 없나요?

숨은아이 2005-09-07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다른 예문 말씀인가요? 어원을 보면 뜻밖에 기막힌 것들이 꽤 되던데, 일일이 다 기억하진 못해서... ^^a 말할 때 조심하게 되네요.
 

내 몸 값은... | 혼자 중얼중얼
2005.08.29


학교 졸업하고 군대 갔다 와서 두어달 있다가 직장을 잡았지. 뒤에서 세는 게 빠른 학점인 날 부르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잠깐, 난 왜 학점이 좋지 않았을까 ? 학과 공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수업에는 그런대로 좋은 점수가 나온 걸 보면, 대체로 듣고 외우고 시험보는 것에 대한 반감도 컸던 것 같다. 게다가 당시 학과 공부 내용은 당장 세상 돌아가는 일에 침묵을 지키거나 반동적이라는 생각도 함께 한 것 같다. 물론, 할 거 다하면서 학점 좋은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나만의 게으름도 큰 이유 중에 하나일 테지만, 당시에는 나를 합리화할 것들이 상당히 많은 때였다는 생각도 든다. 암튼, 그랬다.

내가 직장에 다니기 시작할 때(1995년), 첫 해 받을 수 있는 임금이 대략 180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급여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부서에 있었으면서도 정작 내가 얼마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니..참...그게 꼭 10년 전인데, 그 때 당시로는 적지 않는 금액으로 기억한다. 2년 반을 다니고 그만 다녔지만...

그리고 꼭 10년이 흘렀다...직장을 그만두고 공부한답시고 각시 고생시키고 뜻한 바 ? 있어 하고 싶은 일 한답시고 한달에 20만원, 30만원 챙겨오던 때가 4년 전이다...그 후로 좀 나아졌지만....그 때 다니던 직장에서 알던 사람들을 작년 겨울에 만났을 때, 내 또래가 대충 한해 받는 임금이 4000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난 지금....1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첫 직장에 다닐 때, 그리고 지금도 가끔 고민하는 것은, 과연 내가 받고 있는 임금만큼 제대로 일하고 있는 걸까 ?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게, 그리고 되돌아보면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내 통장에는 월급여가 매달 꼬박꼬박 이체되니, 난 제대로 일하면서 떳떳하게 임금을 받고 있나 ?!! 하는 생각 말이다...첫 직장 다닐 때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보았다. 그 때는 첫 해 임금 정도면 될 것 같다는 것...지금은 좀 많아졌다...한달에 200만원 정도 ? 내 나이 30대 중반, 그래도 날 필요로 하는 곳이 한두군데는 있을 법한 내 나름의 전문성 ? ㅎㅎ ....그럼 그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 넘 많은가 ?

그래도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그리고 그것을 열심히 팔러 다니는 분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나같은 사람들보다는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 정도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임금 지급의 중요한 기준이고(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그래서 뒤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이 정도는 받아도 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임금이었으면 하는데...글쎄...

내 노동력을 싸게 팔지는 않을 거야 !!! 라고 큰 소리 치지만, 정말 내 노동력의 값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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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8-3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의 첫 직장은 보험회사였다. 본사에서 내근을 했다. 보험 같은 금융권 회사 직원들의 급여는 일반 제조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때 나는 옆지기에게, 거리 곳곳에서 발품 팔며 때로는 수모도 당해가며 보험설계사들이 모아 오는 보험료 가지고서 편히 앉아서 높은 월급 받는 거 아니냐고 했다.

옆지기는 내가 일하는 거 보면서, 대기업에서 그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 지금 내가 받는 것보다 두세 배는 많이 받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잘 때 말고는 거의 언제나 일만 해야 했기에, 요즘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일하는 걸 보면 그래도 되느냐고 불안스러워한다. (사실 요새 좀 불안하기는 하다. ㅠ.ㅠ) 하여튼 그래서 그동안, 내 노동은 수고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 로드무비님 글에서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는, 이 역시 시건방진 생각이구나 싶다. 그래도 90년대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니까. 90년대엔, 출판 일을 하고 싶다는 후배에게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으면 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릴케 현상 2005-08-3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엔리꼬 2005-08-3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님이 저랑 비슷하시네요.. 학점 안좋은 것도 비슷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때도 비슷하고, 월급 받다가 때려치우고 공부한 것도 비슷하고, 그때 월급이나 지금 월급이나 별 차이 없는 것도 비슷하고... 그리고, 숨은아이님의 보험설계사 분들 챙기시는 그런 생각, 아무나 못하는 겁니다.. 내 몸값 챙기기 바쁘지 사실 다른 분들 몫과 비교하면서 내 월급이 많은거 아니냐, 하고 말하기는 쉬운거 아니지요... 쩝

숨은아이 2005-08-3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ㅎㅎㅎ
서림님/흐음, 비슷하시군요... 옆지기가 회사 그만두고 나서 얼마 뒤, 저의 엄마가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하셨답니다. 그래서 남 같지 않아요...

마태우스 2005-08-3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전 언제나 죄송할 따름입니다...

숨은아이 2005-08-3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몸값을 전 알지 못하지만, 죄송하다 느껴주셔서 참 감사하다 여겨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