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하고 군대 갔다 와서 두어달 있다가 직장을 잡았지. 뒤에서 세는 게 빠른 학점인 날 부르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잠깐, 난 왜 학점이 좋지 않았을까 ? 학과 공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수업에는 그런대로 좋은 점수가 나온 걸 보면, 대체로 듣고 외우고 시험보는 것에 대한 반감도 컸던 것 같다. 게다가 당시 학과 공부 내용은 당장 세상 돌아가는 일에 침묵을 지키거나 반동적이라는 생각도 함께 한 것 같다. 물론, 할 거 다하면서 학점 좋은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나만의 게으름도 큰 이유 중에 하나일 테지만, 당시에는 나를 합리화할 것들이 상당히 많은 때였다는 생각도 든다. 암튼, 그랬다.
내가 직장에 다니기 시작할 때(1995년), 첫 해 받을 수 있는 임금이 대략 180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급여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부서에 있었으면서도 정작 내가 얼마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니..참...그게 꼭 10년 전인데, 그 때 당시로는 적지 않는 금액으로 기억한다. 2년 반을 다니고 그만 다녔지만...
그리고 꼭 10년이 흘렀다...직장을 그만두고 공부한답시고 각시 고생시키고 뜻한 바 ? 있어 하고 싶은 일 한답시고 한달에 20만원, 30만원 챙겨오던 때가 4년 전이다...그 후로 좀 나아졌지만....그 때 다니던 직장에서 알던 사람들을 작년 겨울에 만났을 때, 내 또래가 대충 한해 받는 임금이 4000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난 지금....1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첫 직장에 다닐 때, 그리고 지금도 가끔 고민하는 것은, 과연 내가 받고 있는 임금만큼 제대로 일하고 있는 걸까 ?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게, 그리고 되돌아보면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내 통장에는 월급여가 매달 꼬박꼬박 이체되니, 난 제대로 일하면서 떳떳하게 임금을 받고 있나 ?!! 하는 생각 말이다...첫 직장 다닐 때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보았다. 그 때는 첫 해 임금 정도면 될 것 같다는 것...지금은 좀 많아졌다...한달에 200만원 정도 ? 내 나이 30대 중반, 그래도 날 필요로 하는 곳이 한두군데는 있을 법한 내 나름의 전문성 ? ㅎㅎ ....그럼 그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 넘 많은가 ?
그래도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그리고 그것을 열심히 팔러 다니는 분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나같은 사람들보다는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 정도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임금 지급의 중요한 기준이고(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그래서 뒤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이 정도는 받아도 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임금이었으면 하는데...글쎄...
내 노동력을 싸게 팔지는 않을 거야 !!! 라고 큰 소리 치지만, 정말 내 노동력의 값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