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그러나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09.05

 

난 안산공과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몇 번 말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1. 사립대학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학교 정관에는 ‘직원을 채용할 때 학력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얼마나 좋은 학교인가 ? 그런데 누구는 누구와 무슨 관련이 있다더라는 말이 나올 만한 학교라면 ?

2. 노동조합이 있고, 그 노조에 대한 학교의 태도는 반노동조합적 태도와 행동의 집합체라고 할만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가 쓴 글은 그 중에 일부에 불과할 뿐, 그 보다 더 한 일도 많았다.

3. 위 정관의 규정에 따라 학력 제한 없이 채용된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고 그 수는 노동조합 조합원의 다섯 배에 이르나(노동조합 조합원은 비정규직), 그런데 그 정규직 직원들의 행동이 일말의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4. 나아가 19명의 조합원 중 여성 조합원이 18명에 이르는데다가, 역시 위 정관에 따라 채용된 직원들이 학교와 한 덩어리가 되었고, 또한 남자 정규직 직원들의 여성에 대한(그것도 나이가 어린) 태도는 환멸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5. 마지막으로 난 위와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우호적이든 아니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성에 대해 그리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대해 하는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언동, 그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다른 정규직 여성, 그러한 일이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는 노동부나 국가기관들의 방관이나 침묵(이래서 정규직노동조합이나 욕해대는 노동부장관의 면상을 볼 때는 짜증이 팍 밀려온다) 등에 같이 화를 내고, 나아가 그와 같은 사립대학을 개인의 사유재산처럼 내버려두는 사립학교법의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단 한명이라도 더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음은 엊그제 안산공과대학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성명서다. 

 


대부분 여성으로만 구성된 안산공과대노동조합, 파업투쟁 중

학교측의 성희롱, 폭행 등에 시달려..


학장 성희롱 사건에 대한 공개사과 후 24시간도 안되어 다시 폭행사건 일어나..


1. 9월2일 안산공대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파업투쟁 중 학교측 직원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노동조합이 학내에서 노동가요를 틀자 안산공과대학 강모 계장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라고 소리를 치며, 노동가요가 틀어져있는 카세트를 발로 두세 차례 가격했다.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이를 저지하려하자 강모 계장은 노동조합 사무국장의 하복부를 구둣발로 강하게 걷어찼고 쓰러진 사무국장은 고통을 호소하며, “결혼하고 애기를 못 낳으면 당신들이 책임질거냐?” 라고 항의했다.

이에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윤모 계장은 “거기 한 대 맞았다고 애기 못 낳냐?”라는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폭행 피해자인 노동조합 사무국장에게 퍼부었다.

윤모 계장은 평소에도 파업 중인 노동조합원들에게 “미친*들, *랄하네” 등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들을 퍼부었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은 강하게 항의하는 조합원들 앞에서 강모 계장을 보호하며 폭행 장소를 벗어났고 이후 폭행 당사자인 강모 계장을 차에 태운 후 학교를 빠져나갔다.

또한 일부직원들은 항의 농성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니들 같은 것들은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했다”며 인간적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하며 조합원들을 조롱했다.


2.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소속으로 2003년 단체협약에서 5년의 고용을 1차적으로 보장하고, 이후 평가를 통해 3년씩 2회 연장 후 11년 이상 근무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일반직과 통일한 정년을 적용할 것을 합의했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2005년 단체교섭에서 이를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조합원들을 해고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안산공과대 지부는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지난4월8일 파업에 돌입해 150여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


3. 안공과대학 재단은 4개 대학과 7개 중.고등학교를 소유한 족벌사학이며, 친인척 중심의 파행적 대학운영을 자행하고 있다.


4.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19명의 조합원 중 18명이 여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로 인한 학교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무시와 탄압은 대학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정도가 심하다.


5.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 7월 경비직원이 여성조합원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속어와 욕설을 하는 등의 성희롱, 성폭언을 일삼고, 조합원들의 차량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해 학장이 공개사과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항의 방문을 한 조합원들에게 학장은 오히려 “너희들이 노래 소리를 크게 틀어놓지 않았느냐?”며, 강 모 계장을 옹호하는 발언만을 계속했다.


6.한편 안산공과대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현재 A산부인과에 입원해 치료중이며, 담당의사는 “앞으로 어떤 예후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라는 진단을 내린 상태다.

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현재 강모 계장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 고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학교측에는 폭행 당사자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 마주보며말하기 2005.09.05 02:14:41

    남성들이 같이 있었을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들이 항상 여럿이 모여서 그런 짓을 하고, 혼자 다닐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
    난, 노동조합에 대해 우호적인지를 떠나 특히 위와 같은 특히 남성들, 그리고 정규직, 그리고 자그마한 권력 기제에라도 포섭되어 있을 때 그들이 보이는 비인간적인 태도나 행동에 대한 분노는 누구나 갖어야 하리라는 생각이 있다.
    안산공과대학에 관해서는 '조교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교라고 부르지 마' '안산공과대에 이런 일도'라는 제목의 글을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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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9-0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추천해주고 가셨군요. 고맙습니다. 널리 퍼뜨려주시기를 소망합니다.

릴케 현상 2005-09-0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말 안하고 퍼 가야 되는 분위기^^

숨은아이 2005-09-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앙~ 싫어요. 뭐라도 한마디씩 해주세요.

마냐 2005-09-0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막힐 따름이죠. 아직도 현실은 이렇구나....그래서 말문이 막히구..

숨은아이 2005-09-0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고맙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어흑. 이 일이 기사화라도 돼서 널리 알려지면 좋겠는데, 지방의 작은 대학 일이라선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