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지인에게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졸랐던 "세계의 동화", 드디어 제게 왔습니다. ^ㅂ^/
두둥... 헉, 책이 이렇게 클 줄이야.



책 크기가 실감나도록 옆지기에게 들리고 찍었습니다.
(사진은 모두 전화기 사진. 어휴, 3년도 안 돼서 맛이 가버린 저 디카를 어쩌죠?)

거의 백과사전 분위기. ^^; 이런 자세로 꼭 책상이나 독서대에 받치고 읽어야 할 듯.



책 표지의 날개에 있는 그림입니다.

책갑에서 본책과 함께 삽화로 꾸민 공책(아래 사진의 맨 왼쪽에 있는 것)도 나왔어요. @.@



공책을 펼쳤더니 그림이 한가득.



오른쪽 면의 그림만 따로 보면,



한 젊은이가 나귀를 끌고서 성으로 올라가나 봐요.

연필 그림과 채색 그림이 번갈아 펼쳐지는군요. 공책을 몇 장 넘기면...



흠... 왼쪽 면에는 창살에 갇힌 소녀가, 오른쪽 면에는 신데렐라가 있네요.





모두 본책에 있는 그림을 따와서 공책을 꾸민 것이겠지요? 본책을 엿보면,



요런 식으로 책의 구석구석을 그림으로 꾸몄어요. 이 부분은 백설공주 이야기랍니다. 



백설공주가 독특하게 예쁘네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보 2005-05-0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쁘네요,,
공책이 아주 탐이 납니다,,
흐흐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건가요,,,
후후 그래도 좋은걸요,,
행복하시겠네요,,,,

nrim 2005-05-0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도 탐이 나요... 침 쥘쥘.. ^^

panda78 2005-05-0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와- 보면 볼 수록 탐이 나는군요.. ㅎㅎ 언제 확 질러버릴 것만 같은 예감이..

어룸 2005-05-06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
님들이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자랑들을 하시다니요~~ 아흑흑~ 멀티찌름질이옵니까~ 견디기힘드옵니다~~ 윽흑흑흑~~(뭔줄 뻔히 알면서도 보러와서 울고가는 저는 대체...^^;;;;;;;;;;)
아, 근데 포토리뷰로 옮기셔도 되지않을까요? ^^a

urblue 2005-05-0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 싶어요!!

릴케 현상 2005-05-0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시겠네요...저는 영수증 끊고 산댔는데...요즘 만사가 시들해서 유보-_-

숨은아이 2005-05-08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정말 공책이 대박입니다! 쓰기도 아깝고, 보물처럼 고이 간직하렵니다. ^^
느림님/오랜만에 오셨네요! 근데 책이 넘 커서 어디 꽂기도 어려워요. 이사하면 이 책 전용 독서대를 장만할까 봐요(교회에서 성경 올려놓는 독서대 같은 거), 크하하!
판다님/제가 생일을 기회로 제대로 뜯어냈(!)다니까요. ㅎㅎㅎ
투풀님/간만의 자랑질이옵니다. 호호호. 책 내용보다 그 주변물 사진이 더 많아서 그냥 페이퍼로 했어요.
블루님/자, 그럼 어서 지르세요! =3=3=3
산책님/왜 요즘 만사가 시들하실까... 날씨 탓인가요. 맛난 봄나물이라도 잡숫고 기운 내세요.

숨은아이 2005-05-0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따우님 평소 염장질도 만만치 않아요. ^^

비로그인 2005-05-0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책이 잘 도착했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이사하느라 바빠서 이제야 들어왔어요. 잘 읽으시길 바랍니다. ^^&

숨은아이 2005-05-0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행로님, 고맙습니다. ^^
 

廢人 ? 嬖人 ? | 혼자 중얼중얼
2005.05.03

 

한때 '폐인'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그 중 으뜸은 아마도 다모폐인이 아닌가 싶다. 왜냐고 ? 내가 가입한 카페에서 나를 그렇게 부르니까 ^^*

다모폐인들은 '폐인'을 廢人이라 하지 않고 嬖人이라 적었다.

뒤의 폐자는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사랑할 폐라고 적고 있다. 그래서 그대로 뜻풀이를 하면 --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글자를 자세히 알아보면 꼭 그렇지가 않다. 국어사전을 잘못 쓰고 있음을 금새 알 수 있다. 

아래 글은 내가 그 글자가 단순히 그런 의미가 아니므로, 그렇다면 그 글자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문이 들어, 당시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같은 카페 회원에게 질의를 해서 얻는 글이다(그는 지금 부산에 있는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

이 폐자는 우리 한자의 훈으로는 그냥 사랑할 폐라고 하지만 같은 사랑하다라는 단어라도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답니다. 예전에 소인(다모폐인은 자기 자신을 이렇게 부릅니다)도 궁금하여 자전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의미가 대략 좀 충격적이더이다.

중국쪽 자전으로 보면 이미 한대 說文解字에 이미 이 글자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설문해자 女部>:"嬖,便嬖,愛也"  대략 총애(寵愛)하다. 총행(寵幸)하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총행이라 함은 제왕의 왕후나 후궁, 신하에 대한 총애를 말함. 근데 이 행에는 제왕이 여인을 취하다는 뜻으로도 쓰임으로 총행의 원 의미는 육체관계와도 상관있었음).

<玉篇  女部>:"嬖,<春秋傳>:"賤而獲幸曰嬖"(폐라함은 춘추좌씨전에서 말하길 비천하나 총애를 얻음을 폐라고 한다.)  <史記 周本紀>:"周幽王嬖愛褒사(한자 없음 계집녀 변에 似글자 있는 거랍니다.주나라 유왕이 포사를 총애했다)"

 종합해서 설명하자면 이 폐자는 사랑 중에서도 특히 신분이 낮은 사람이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을 말합니다. 어찌 좀 대등치 못한 애정관계지요? 그래서 이 폐자는 나중에는 이라는 의미로도 인신되어 집니다.

<釋名 釋親屬>:"嬖,卑賤.婢妾媚以色事人得幸者也."(폐는 비천하다. 계집종이나 첩이 아첨하며 색으로  (사람을)모시어 총애를 얻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가 모든 총애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이구요.우리들이 말하는 嬖人도 중국어 사전(辭海)에 나와 있는데 그 뜻이 총애를 받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사용하는 다모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모의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거지요.

결론적으로 이 폐자의 사랑하다는 의미를 결코 단순한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지금 대부분 사람들은 이 글자는 잘 안쓸 뿐 아니라 알아도 그냥 총애하다 정도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깊게 파고들면 그리 좋은 뜻만은 아니지요.

*********

지금은 --폐인이라는 말이 잘 들리지 않지만, 앞으로 멋진 뭔가에 폐인이라는 단어를 붙여쓸 일이 있다면, (부정적인 의미는 지울 수 없지만) 어떤 것에 미쳐버려 몸을 망쳐버린 사람이라는 의미의 廢人이 더 어울릴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의 보수를 論한다 -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
박효종 외 지음 / 바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보수주의자라는 사람들의 글에서 대단한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니, 정연한 논리로 자신들을 진단할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이 중반에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조선일보 기자 이한우는 보수 비판을 하랬더니 진보 세력에 대한 비난이나 하고, 복거일과 함재봉의 글에서는 보수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대중에게 자기들이 잘했다는 걸 잘 표현하지 못해서(선전전에 패해서) 보수의 위기가 왔단다.

그러나 김정호와 함재봉의 글은 읽을 만하다. 함재봉도 보수는 역사 해석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데 그치긴 했지만, 이들 두 사람의 글은 전형적인 보수의 논리를 잘 정돈해 놓았다. 이들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어야 이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보수라 자처하는 이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받은 인상은 이렇다.

첫째,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지금 보수 세력이 대단히 위기에 처한 줄 아는 모양이다. 내가 봤을 때 여전히 한국 사회의 ‘힘’과 ‘돈’은 다 보수 세력이 쥐고 있는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들어서 바뀐 거라고는 자신들이 그토록 앙망해 마지않는 선진 자유시장경제 국가들의 법과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밖에 없는데 왜 그러는 걸까?

둘째,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고, 경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다 보수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킨 주류, 보수 세력이 시대가 바뀌어 철없는 젊은이들에게 퇴물 취급을 받다니 쯧쯧쯧, 한다. 보수 세력의 오만과 욕심을 비판한 박효종 교수도 54쪽에서 “과거 대한민국 건국 시 혹은 6.25 때 보수주의자들의 헌신과 자기초월 행위는 분명히 보수주의를 이 땅의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산업화의 열기 속에서, 열사의 사막에서 가족과 떨어져 땀을 흘리고 젊음을 불사르며 무에서부터 배와 자동차를 만들고 수출까지 한 것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해방 후 50년 동안 힘들게 일하며 살아온 한국 사람은 몽땅 보수라는 것이다. 이런 아전인수를 보았나. 진보는 어디서 떨어진 천둥벌거숭이인가?

셋째, (아주 중요한 이야기인데 빼먹어서 보충한다. ^^) 이 사람들은 "보수가 일으킨"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매우 잘사는 나라인 줄 안다. 이렇게 훌륭하게 나라를 일군 보수 세력이 요즘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대한민국은 지금 북조선에 비해서 여러모로 형편이 나은 것 같다. 하지만 흔히들 착각한다. "요새는 밥 굶는 사람은 없잖아"라고. 없기는 왜 없단 말인가? 9시 뉴스에 심심하면 나오는 게 결식 어린이와 청소년 이야기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자살 사건이 많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자살의 이유도 인생이 허무해서라거나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회의가 아니라, "경쟁에서 떨려나 당장 생계가 막막해서"다. 이대로 가자는 말인가?

마지막에 실린 ‘젊은 보수’ 정성환의 글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았다. 귀여우리만치 순진한 건지 줄타기를 교묘하기 하는 건지 모르긴 해도, 곧이곧대로 읽자면, 20대 보수주의자들이 이 정도만 생각하고 실천해도 매우 고맙겠다.

아래에, 책을 읽다가 걸리는 문장에 딴죽을 건다.

- 박효종의 글에서
36쪽, 인간은 향수와 낭만에 끌린다고 하면서 “최근 ‘뉴보이’가 아닌 ‘올드보이’가 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타지 않았던가.” 한다. 이걸 유머라고 썼겠지? --;

48쪽, “말을 탄 기수의 발을 안정적으로 받치는 등자가 발명된 것이 중세였으니”라고 했는데, 유럽 사람들이 등자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때가 중세인 건 맞지만, 등자가 “발명”된 것이 중세라는 말은 틀리다. 고구려 사람들을 비롯해 동북아시아의 기마민족은 이미 5세기 이전부터 등자를 썼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말을 탄 무사가 몸을 뒤로 돌려 활을 쏘는 자세는 등자로 몸의 균형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게르만족을 압박한 훈족이 바로 그런 자세로 싸워 유럽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고 한다. 

52쪽, 비보수주의, 반보수주의, 반반공주의를 표방하는 영화들이 수백만 청중을 동원했다면서 예로 "쉬리" "JSA"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를 들었다. 허허... "JSA"는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60쪽, “이념적 이단아 추방에는 아테네에서 유행했던 ‘오스트라시즘’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외국어를 쓴 데가 많다. 그냥 도편추방제라고 하면 사전에서 찾아보기도 쉬울 것을.

104쪽, “가히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할 만큼 격렬한 진통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 이한우의 글에서
119-120쪽에서 한국의 방송사들이 “힘만 센 미숙아들”이라고 하면서 탄핵방송에 관해 “그들은 자신들의 일방적 편성의 근거가 국민의 70퍼센트 지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의 지지도가 20퍼센트대를 맴돌고 있는 요즘은 대통령 물러나야 된다는 식의 특집방송을 하루 종일 해도 괜찮다는 논리가 된다. 이게 말이 안 되듯 탄핵방송은 두고두고 한국 방송의 부끄러운 치부의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고 한다. 노무현 지지도가 20퍼센트라고 해서, 나머지 80퍼센트가 노무현 물러나라고 주장한다는 말인가? 이게 무슨 흑백논리인가? 그리고 노무현의 이른바 ‘실책’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는 것 같은데?

122쪽에서 “유감스럽지만 그 시대는 다 지나갔다. 특히 그 시대를 살면서 이렇다 할 ‘전력’을 보여주지 못한 사람일수록 더 거세게 <조선일보>를 향해 달려든다. 전북대의 강준만 교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고 한다. 아니, 70-80년대에 어떤 ‘전력’이 없는 사람은 90년대와 2000년대에 조선일보가 보여주는 어이없는 꼼수를 비난할 자격도 없다는 말인가?

140-141쪽에서 “일반적으로 좌파성향의 우리 현대사 개설서들은 ... 20년 가까이 진행된 역사 뒤집어보기, 거꾸로 보기 등의 결과로 지금은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우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에 의해 민주공화정이 이식된 것처럼 되어 있다. 예를 들면 강만길 상지대 총장식의 ‘우리 현대사’가 대표적이다. 이것은 우선 사실(史實)과도 맞지 않다.”고 하면서, “3.1운동 후에 국내외에 세워진 대여섯 개의 임시정부 안에서도 ... 왕정복고를 염두에 둔 임시정부는 단 하나도 없었다. ... 대한민국이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이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좌파 역사평론가들이야말로 ... ‘대한민국 국민은 역사를 스스로 개척할 능력이 없는 국민’인 양 매도해오고 있다”고 한다.
강만길 교수를 아마추어 좌파 역사평론가로 폄하한 것도 그렇고, 이 사람이 강만길 교수의 한국 현대사 책을 읽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이른바 “좌파 역사서”에서는 해방 공간에서 한국 사람들이 민주공화정을 세우려 노력했던 걸 부정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주적인 민주공화정 수립을 위해 애썼으나, 미군정의 개입으로 자주정부 수립이 좌절되었다고 쓴다.

- 김정호의 글에서
163-164쪽에서 “진보진영은 외국의 것들에 대한 폐쇄성도 드러내고 있다. ... 쌀도 그렇지 않은가. 진보주의자들은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한다. 한국 사람은 한국 농민이 재배한 쌀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만한 차별이 어디 있는가. 만약 수도권 주민들이 경기도 농민들이 만든 쌀만 소비해야 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과거 한때 전라도 지역에서 그랬다고 전해지듯이 그곳 주민은 해태제과의 제품만 사먹는 격이다. 그러면 경상도는 경상도 사람이 만든 것만 먹고, 충청도는 충청도 사람이 만든 것만 먹어야 하는가. 당장 여러분은 이것을 지역감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핫. 과거 한때 전라도 사람은 해태제과 제품만 먹었다고? 이 사람이 어디서 이런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90년대 초반에 나는 전라도 시골 구멍가게에도 롯데제과 제품이 더 많아서, 아니 전라도 사람들은 지역 기업을 이리 홀대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부산 가보니 정말 해태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더군. 이 글의 요점은 그게 아니겠지. 그런데 시장경제가 생산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에 절대선이라는 사람이, 생산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람이, 왜 ‘생산자’의 생존권은 무시하는지?

그리고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을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람이, 박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한다.
179쪽 “나는 박정희식 통치 모델이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첫째, 패배주의와 무력감에 빠져 있던 당시의 국민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잘살아보세’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운동 노래들은 그 부분을 잘 담아내고 있다. 둘째는 국가주의다. ... 셋째는 반공주의이다. ... 넷째는 개방이다. ... 나는 이중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의 것은 박대통령의 공이었고, 두 번째의 것은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첫 번째 잘한 일에 대해, 새마을운동의 방법은 유치하고 조악했지만 “당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담벼락마다 소변금지, 낙서금지 글자가 필요할 정도로 타인의 재산을 존중하지 않던 국민이었다. ... 자신이 노력하기보다는 남의 덕으로 살아가는 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도덕률을 각인시킬 수 있을까. 국민 각자가 번 돈을 가렴주구로 뺏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게 만들 수 있었을까.”(180-181쪽) 한다. 허! 박통이 국민의 돈을 가렴주구로 뺏어가지 않았다고? 지금 박근혜의 재산, 그리고 새마을운동본부의 재산이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세 번째 반공주의에 대해서도 “그가 집권할 당시의 지식인들은 대부분 사회주의자였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 그런 상황에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운동까지 포함한 완전한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었다면 우리의 운명은 지금과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 박정희의 반공주의가 있었기에 당시의 척박한 지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나마 시장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182-183쪽)고 한다.
아니, 뭐든지 자유경쟁이 좋다면서? 그럼 사상이나 제도도 자유로이 경쟁하는 속에서 선택되어야 하지 않나? 박정희의 반공주의는 주의 표명에 그친 게 아니었다. 지식인뿐 아니라 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노조운동은 왜 그 ‘자유’에서 배제되어야 하지? 엄청난 인권 유린의 역사를 간단히 “반공주의”로 얼버무리고 넘어간 데에는 분노가 치민다.

그리고 185쪽에서는 심지어 “집권의 정당성을 논외로 한다면 그가 독재자인 것을 탓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당시는 누구나 다 독재자 아니었던가. 집안에서는 아버지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기업에서는 사장이, 후배에게는 선배가 모두 독재자였다. ... 그것을 독재라고 한다면 당시 우리 국민들의 생활모습 자체를 비하하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누구나 독재자였다고? 그럼 집안에서 아버지의 독재를 받는 어머니와 자식들은, 학교의 학생들은, 기업의 노동자들은, 그리고 어린 사람들은 다 사람도 아니었나 보지? 그것을 독재라 한다면 당시 우리 국민의 생활을 비하하는 거라고? 바로 앞에서 자기가 “당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충분히 비하하지 않았던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5-05-03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의 내공이 한껏 드러난 기가 막힌 리뷰입니다. 특히 딴죽을 건다고 쓰신 부분에서는 제가 한때 님과 술을 같이 마신 적이 있다는 게 영광으로 느껴지는군요. 아주 찬란하게 빛이 납니다그려^^ 글구 저 도편추방제가 뭔지 몰라요... 하여간, 이 책이 나왔을 때 전 뻔할 뻔자라고 생각해 읽을 마음이 안들었어요. 님 리뷰 보는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글구 강준만 교수에 대한 비판 말이죠, 그당시 싸우지 않았던 사람이 조선일보에 딴죽 거는 걸 뭐라고 한다면, 그때의 투사가 뭐라고 하는 건 겸허히 수용해야 하는 게 옳을텐데, 그런 것도 아니잖습니까? 하여간 웃기는 애들이어요. 이 나라의 발전은 죄다 보수가 한 거라고 우기니, 세상에 이런 코메디가 있단 말입니까. 좋은 리뷰 감사드리고, 제가 요즘 님께 서운하게 했던 게 있으면 다 잊어버려 주십시오. 앞으로는 님께 잘 하렵니다. 저란 놈은 원래 강자에 약하거든요^^

숨은아이 2005-05-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제게 뭘 서운하게 하셨단 말이어요? 흐음~ 자진해서 고백하세욧. ^^ 그런데 지금 보니 해야 할 말을 빼먹고, 또 실수도 몇 개 있어 고쳤어요. 칭찬 고맙습니다. 꾸벅.

릴케 현상 2005-05-0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경우 도무지 읽지 않을 책을 이렇게 꼼꼼히 읽고 인용까지 열심히!하시다니... 잘 읽었습니다. 책 안 읽고도 다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숨은아이 2005-05-0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에고, 아니에요. 이 책을 읽고 대체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니까요. ^^

비로그인 2005-05-1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논리 개발.. 숨은아이님. 멋져요^^ 하여튼, 정말 보수라고 말하는 그들이 스스로 위기라고 말하며 난리법석 떠는 그 모양새가 정말 정말 맘에 안 들어요--+

숨은아이 2005-05-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아이, 제가 뭘... 고맙습니다. ㅎㅎ 그런데 그들, 요즘은 다시 기고만장한 듯...

로드무비 2005-05-1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가 잘 쓸 수 없는 논리적인 글을 쓰시는군요.
추천 아직 안 늦었죠?
('올드 보이' 유머 무진장 웃겨요. 그것도 유머랍시고 써놓고 우쭐댔겠죠?ㅎㅎ)

숨은아이 2005-05-1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에 때가 어딨겠어요. 고맙습니다. 부끄...

내가없는 이 안 2005-05-1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요! 뒤늦게 읽었는데 너무 흥미진진해서 열심히 읽었어요.
이런 글은 숨은아이님이니 가능하죠. 저도 이런 글 쓸 수 있었으면. ^^

숨은아이 2005-05-15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전 이안님처럼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ㅠ.ㅜ
 



"미하엘 엔데가 쓴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띠지를 두르고 있습니다.
글쎄... 이야기 자체는 의상대사 이야기나 불교 연기 설화만큼 기막히진 않아요.
다만 경험으로 안다는 건 몸으로 아는 것... 임을 되씹게 하네요.
그림은 한 장 한 장 음미할 만합니다.



빗물이 그를 적시고, 햇볕이 그를 태우고, 폭풍이 살갗을 후려쳤지만, 그가 영원과 나누는 대화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영혼의 평화가 얼마나 깊은지 숲속의 야생 동물들도 느낄 정도였다. 바위 동굴 주위에서는 동물들도 서로를 해치지 않았고, 옛날 낙원에서 그랬듯이 아무런 악의 없이 함께 어울렸다.-13쪽




달빛은 사람을 미혹하기도 하고, 어둠을 밝혀주기도 하나 봐요.

보름달의 전설 | 원제 Die Vollmondlegende (1993)  
미하엘 엔데Michael Ende (지은이), 비네테 슈뢰더Binette Schroeder (그림), 김경연 (옮긴이) | 보림(2005)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티나무 2005-05-0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이번에 미하엘 엔데 이벤트 때 사려고 하다 포기한 책 중 한 권입니다...
비네테 슈뢰더 그림 좋네요.

숨은아이 2005-05-0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사, 사실은 사진 찍기 그나마 쉬운 그림만 골랐다는... 다른 그림들은 훨씬 더 좋아요. ^^

난티나무 2005-05-0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비네테 슈뢰더 그림 좋지요?" 할라다가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 같아 "좋네요"로 바꾸었어요. 으흐흐...
책이 탐나요...으으...

어룸 2005-05-02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저도 이벤트때 바구니에 넣어놨으나...제경우엔 그대로 잊어버린...하하하~20%되면 살라구여~ ^^;;;;;;;

날개 2005-05-0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읽었어요..^^* 그림 넘 근사하더라구요..
글구, 숨은아이님 오늘 생일이시라구요~ 아이참~ 빠방하게 알리셔야죠!!!

축하드려요..!!

 




숨은아이 2005-05-0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거기선 원서로 보실 수 있지 않아요?
투풀님, 전 이벤트 마지막 날 알고서 후다닥~ ^^
날개님, 고맙습니다! 지난주 이벤트 할 때 덕담을 많이 받아서 오늘은 슬쩍(사실은 노골적으로) 흘리기만 했죠. ^^

난티나무 2005-05-0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음음... 미하엘 엔데는 독일 사람이므로 독일책이 원서이겠죠?
불어로 번역된 책은 있겠죠.^^
서점 가서 봐야겠다...ㅎㅎㅎ

숨은아이 2005-05-0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군요! 전 유럽이 한 나라인 줄 알았어요. 오호호호호;; (자, 잘못했어요.)

난티나무 2005-05-0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숨은아이님, 넘 재밌으세요오오~~~^^

숨은아이 2005-05-0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절판


이 책은 작년(2004년) 8월 이안님 리뷰(http://www.aladdin.co.kr/blog/mypaper/408171)를 읽고 샀어요. “화가가 자신이 무엇을 찾는지 알아냈듯이, 나도 내가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알아야 할 텐데” 하신 이안님 리뷰에 한마디라도 더 보탤 말이 없네요. ^^ 그래서 다른 글 쓰지 않고, 그냥 사진만 두엇 올립니다.

책의 첫머리.

“어느 나른한 잿빛 오후 내가 지루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내 상상력은 무시당하는 게 분했던지 휴가를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시인 워즈워스가 말한 ‘마음의 눈’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니면 그냥 이 세상 어딘가에 놔두고 온 것이다.
나는 화가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그림을 그리고 살아갈까?
나는 추억의 조각들에 매달려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았다. 친구여, 추억이란 낡은 모자일 뿐이다. 그러나 상상력은 새 신발이지. 새 신발을 잃어버렸다면 가서 찾아보는 수밖에 달리 무슨 수가 있을까?”

18-19쪽. 마지막 휴양지 호텔의 점심식사. 참 예쁜 호텔이에요. 나도 한번 가고 싶어라.

20쪽.
"병약한 젊은 숙녀는 햇빛 가리개 속에 앉아 아주 오래 책을 읽었다. 호기심에 사로잡혀서 그녀가 들고 있는 책을 몰래 훔쳐보았지만 '작은 인...'까지밖에는 읽을 수 없었다."

27쪽. 아, 해방이다! (전화기 사진이라... 때깔이 영.)
.
.
.
마지막 휴양지/원제 The Last Resort
로베르토 이노센티Roberto Innocenti 그림(2002), 존 패트릭 루이스J. patrick Lewis 글(2002),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nda78 2005-05-0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휴양지 호텔, 정말 멋지네요. ^^
책읽는 숙녀 그림도 아주 좋았지만 다른 그림들도 다 멋집니다.

숨은아이 2005-05-0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그렇죠? 이 책에 있는 다른 그림들도 멋져요. ^^

panda78 2005-05-0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슬금슬금 탐이 나네요... 조카들 어린이날 선물 사는 척 하면서 한권 슬쩍 사 볼까요? ^^;;

urblue 2005-05-0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여요.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

숨은아이 2005-05-0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세요, 사세요. (찔러 찔러~)

숨은아이 2005-05-0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블루님도! 고맙습니다. 그럼 판다님은 이안님께 땡스투를... (음, 이제 완전히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ㅋㅋ)

로드무비 2005-05-02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오늘 생일 맞죠? 내일인가?

아무튼 생일축하합니다.

사과백설케이크......

건강하시길......


숨은아이 2005-05-02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맛있겠다... 고맙습니다. ^_____________^

조선인 2005-05-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멈머, 숨은언니, 어제가 생일이었어요? 축하해요. 왕왕왕.

숨은아이 2005-05-0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조선인님. 이사는 잘했는지? 날도 더웠는데...

2005-05-24 0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24 0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5-2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하하, 용서는 뭐... 바쁜 일 얼른 끝내고 돌아오세요오~ 이 책 품절이 오래가는 걸로 봐서 그냥 절판시키려나 봐요, 흑흑. 블루님이 지난번에 교보에는 아직 좀 남아 있더라고 하시던데, 어쩌려나. 바움이 아니라 바오 맞아요. ^^ "비폭력 대화"를 기억해주셔서 감사! 그 책 은근히 호응이 좋아서 교사용과 어린이용 특별판도 낸다던데, 그러려면 누군가 책을 다시 써야 할 테니 언제가 될진 모르겠네요. 그래서 부모용 특별판도 내라고 했죠. 서재주인님들이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후회하시는 모습을 봐온 터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