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폐인'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그 중 으뜸은 아마도 다모폐인이 아닌가 싶다. 왜냐고 ? 내가 가입한 카페에서 나를 그렇게 부르니까 ^^*
다모폐인들은 '폐인'을 廢人이라 하지 않고 嬖人이라 적었다.
뒤의 폐자는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사랑할 폐라고 적고 있다. 그래서 그대로 뜻풀이를 하면 --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글자를 자세히 알아보면 꼭 그렇지가 않다. 국어사전을 잘못 쓰고 있음을 금새 알 수 있다.
아래 글은 내가 그 글자가 단순히 그런 의미가 아니므로, 그렇다면 그 글자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문이 들어, 당시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같은 카페 회원에게 질의를 해서 얻는 글이다(그는 지금 부산에 있는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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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폐자는 우리 한자의 훈으로는 그냥 사랑할 폐라고 하지만 같은 사랑하다라는 단어라도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답니다. 예전에 소인(다모폐인은 자기 자신을 이렇게 부릅니다)도 궁금하여 자전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의미가 대략 좀 충격적이더이다.
중국쪽 자전으로 보면 이미 한대 說文解字에 이미 이 글자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설문해자 女部>:"嬖,便嬖,愛也" 대략 총애(寵愛)하다. 총행(寵幸)하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총행이라 함은 제왕의 왕후나 후궁, 신하에 대한 총애를 말함. 근데 이 행에는 제왕이 여인을 취하다는 뜻으로도 쓰임으로 총행의 원 의미는 육체관계와도 상관있었음).
<玉篇 女部>:"嬖,<春秋傳>:"賤而獲幸曰嬖"(폐라함은 춘추좌씨전에서 말하길 비천하나 총애를 얻음을 폐라고 한다.) <史記 周本紀>:"周幽王嬖愛褒사(한자 없음 계집녀 변에 似글자 있는 거랍니다.주나라 유왕이 포사를 총애했다)"
종합해서 설명하자면 이 폐자는 사랑 중에서도 특히 신분이 낮은 사람이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을 말합니다. 어찌 좀 대등치 못한 애정관계지요? 그래서 이 폐자는 나중에는 첩이라는 의미로도 인신되어 집니다.
<釋名 釋親屬>:"嬖,卑賤.婢妾媚以色事人得幸者也."(폐는 비천하다. 계집종이나 첩이 아첨하며 색으로 (사람을)모시어 총애를 얻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가 모든 총애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이구요.우리들이 말하는 嬖人도 중국어 사전(辭海)에 나와 있는데 그 뜻이 총애를 받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사용하는 다모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모의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거지요.
결론적으로 이 폐자의 사랑하다는 의미를 결코 단순한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지금 대부분 사람들은 이 글자는 잘 안쓸 뿐 아니라 알아도 그냥 총애하다 정도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깊게 파고들면 그리 좋은 뜻만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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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인이라는 말이 잘 들리지 않지만, 앞으로 멋진 뭔가에 폐인이라는 단어를 붙여쓸 일이 있다면, (부정적인 의미는 지울 수 없지만) 어떤 것에 미쳐버려 몸을 망쳐버린 사람이라는 의미의 廢人이 더 어울릴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