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똥집이 벌벌벌 닭다리 덜덜덜
잔업철야 지친 몸 소주로 달래네
세상은 삐까번쩍 거꾸로 돈다네 제자리 찾아 간다네
비짓땀을 삘삘삘 열나게 돌아도 요놈의 노동자 살림은
발바닥이 박박박 닳도록 뛰어도 앉으나 서나 제자리
깡소주에 문어발 생맥주 노가리 오공비리 대머리 속이구 노가리
세상은 삐까번쩍 꺼꾸로 돈다네 제자리 찾아 간다네...
- 노래 “포장마차”
일단 밥을 먹고 배가 차야 술을 마시는 나는, 깡소주를 마신다는 생각만 해도 속이 상한다. 왜 깡소주를 마셔, 왜... ㅠ.ㅜ
그런데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를 왜 “깡소주”라고 할까. 알고 보니 “깡”은 “강”을 되게 발음한 말이고, 원래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강술”이라 한단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 따르면 접두어 “강-”은 “억지스럽고 호된” “그것 자체만으로”란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아래와 같은 낱말을 확인할 수 있다.
강-모01 「명」『농』 가물 때 마른논에 억지로 호미나 꼬챙이 따위로 땅을 파서 심는 모. 호미모, 꼬창모 따위가 있다.
(비가 안 와서 강모를 낼 수밖에 없는 농민의 심정... ㅠ.ㅜ)
강-바람01 「명」비는 내리지 아니하고 심하게 부는 바람.
강-더위 「명」오랫동안 비가 오지 아니하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
(강더위는 강추위에 상대 되는 말이다. 난 그동안 강추위의 “강”이 셀 强 자를 쓰는 한자 합성어인 줄 알았다. --;)
그런데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 접두어 “강-”을 예시한 낱말 중에 “강다짐”이란 게 있다.
(강모, 강바람, 강술, 강다짐 등의 말에서) “모에는 물이, 바람에는 비가, 술에는 안주가, 다짐(밥)에는 국이나 반찬이 곁들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69쪽
강다짐? 왠지 “우격다짐”이 연상되는 이 말이 국이나 물 없이 먹는 밥을 가리킨다고?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았다.
강-다짐 「명」「1」밥을 국이나 물에 말지 아니하고 그냥 먹음. ¶점심을 강다짐으로 먹고 바쁘게 나왔다. §「2」남을 보수도 주지 아니하고 억지로 부림. ¶하인을 강다짐으로 부리다. §「3」억지로 또는 강압적으로 함. ¶일을 강다짐으로 한다고 빨리 되는 것은 아니다. §「4」덮어놓고 억눌러 꾸짖음.
그러니까 국 없이 마른 밥만 꾸역꾸역 먹는 모습에서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물기 없이 빡빡한 모양을 연상하여, 억지로 부리는 것, 덮어놓고 윽박지르는 것을 뜻하는 말로 뜻이 넓어진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