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의 내용은 대개, 백발성성한 노인이 허물 많은 속세를 피해 세한도에 보이는 것 같은 맑은 숲 속 오두막집에서 구름 잡는 소리 읊은 듯, 때로는 청아하고 때로는 저 혼자 고고하다 싶어 아니꼽기도 하다. 그런데 때로는, 이 글처럼 어리광인 양 투덜대는 내용도 있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십상팔구. 내게 닥친 일 중 열의 아홉은 내 맘대로 안 된다. 물론 정민 선생은 “열에 한두 번 찾아올까 말까 한 그 득의의 순간을 기다리며 나는 수굿이 견딘다. 독수리 같이” 하고 멋들어진 해석을 달았지만 말이다.

이 전각의 글자체도 멋있다기보다 귀엽고 예쁘다. 저 뜻 의(意) 자는 더욱.


그런데 뜻 의 자를 가만 보니, 맨 아래 마음 심(心) 써놓은 것이 꼭 진짜 심장 모양 같다.

글자 맨 윗부분의 설 립(立) 자는 갓 쓴 사람이 팔 벌리고 서 있는 모양 같다. 재미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