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가까운 Scotmid는 밤마다 우리가 맥주와 칩스 따위를 사들고 와서 정이 들어버렸다.
그날은 아이를 만난 지 셋째 되던 날. 아이는 제 집에서 기타를 메고 간단한 짐을 꾸려왔다.
우리는 예의 Scotmid에서 맥주를 사와서 침대에 누워 마시며 수다를 떨었고, 그러다가도 아이는 자꾸만 기타를 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음악이 나온 곳은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였다. 아이는 친구와 이 영화를 이미 봤다고 했다. 조금은 슬퍼,라고 했다. 엘르 패닝, 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았다. '너 말이야, 여자친구를 사귄다면 저런 여자아이였음 좋겠다!'고 내가 외쳤다. 아이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킥킥 웃었지만, 내 의견에 분명히 동조했다. 아이는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내가 오는 그날까지 이 노래의 허밍을 많이 하고 기타를 치며 많이 불렀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제 아이의 모습이 선연하게 그려진다. 짧았지만, 감히 the happiest time이었다고 할 수 있었던 여행. 우리가 여전히 같은 음악을 미치게 좋아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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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2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의 이 페이퍼는 마치 한편의 예술영화를 옮겨 놓은것 같아요. 씨네큐브나 미로스페이스에서 볼 수 있는 규모가 작은, 그러나 아름다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몇몇 사람들을 반드시 불러들이는 그런 예술영화요.

치니 2010-12-23 13:4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이렇게 말해주니까 정말 그런 거 같아서 더 행복해졌어요. :)
흑, 그런데 이 영화 언제 한국서 개봉될 지 아직 미정이네요.

레와 2010-12-2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음악 들어보고 싶어요. 나중에(쉬는 시간에) 꼭 들어볼게요!!

치니 2010-12-23 13:40   좋아요 0 | URL
들어봐주세요 레와님, 그리고 아들이 부르면 어울릴지도 말해주세요! ^-*

차좋아 2010-12-2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치니님 왜국이에요? 언제 갔어요??

치니 2010-12-24 19:03   좋아요 0 | URL
벌써 다녀왔어요. 차좋아님 내 서재 잘 안 오시는구나, 딱 걸렸어요. ㅋㅋ

2010-12-25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6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 자랑하려고요. :)
(그저 기록해두기 위해 썼다고 하려다가 자백하는 겁니다.)

   
  사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성가시게 굴지 않으려고 애쓰는
상당히 총명하고 독립심이 대단한 여자였지만,
진실한 우정, 유쾌하고 고독한 산책, 질 좋은 담배,
양서 그리고 절호의 기회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았다.
 
   
- '끄리스띠나 뻬리 로씨', <추락한 천사> 중에서 -

<추락한 천사>를 검색하니 알라딘에 없고, 크리스티나 페리 로씨를 검색하니 다른 책들만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멋진 밑줄이 적힌 카드를 받았으니 이 책을 꼭 읽어봐야지.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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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2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1775

치니 2010-12-23 13:38   좋아요 0 | URL
오, 이래서 제가 못 찾았군요! 흐 - 읽어볼게요.

Arch 2010-12-2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누구한테 그 카드를 받으셨는지 짐작이 가요.

치니 2010-12-23 13:39   좋아요 0 | URL
^-^ 네, 저 자랑할 만 하죠?
 
신촌블루스-사랑과평화-들국화,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 슈퍼세션 콘서트 초대이벤트

엄숙하지 않되 촐싹거리지도 않는,
음악을 열심히 하고 듣기를 바라되 쇼와 팬 서비스는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
적어도 꼴리는대로 음악하면서 몇십 년을 버텨온 사람들의 공연.

홍대 클럽 공연에 가면 좋아하는 밴드가 나오기 직전까지 귀를 거의 막아야 하고, 좋아하는 밴드 공연이 끝나면 서둘러 나오고 싶어지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솔직히 들국화의 주찬권씨 이름 때문에 신청했던 공연이었지만,
나는 지난 시절에도 신촌 블루스가 김현식이라는 이름을 걸쳐서 겨우 빛을 낸다고 생각하던 주제 넘은 소녀였지만,
최이철의 기타는 여전히 신중현씨에 비하면 택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세 사람이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여전히 (이 여전히 라는 단어에 수만 개의 동그라미를 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그리고 그 음악을 보고 들으러 온 지긋하게 나이 든 50대 관객들에게 감동했습니다.

7080 콘서트나 미사리에만 있는 게 아닌,
힘차게 살아 숨쉬는 장년 음악이 있다는게 참으로 뿌듯하고,
시대를 초월한 노래의 아름다움이 무대에서 다시 빛을 발할 때 벅찼습니다.

매일 그대와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고 외치면서 세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은 밤입니다.
감사합니다, 알라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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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1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야밤에 치니님 계속 오시네!

치니 2010-12-10 23:46   좋아요 0 | URL
에헤헤헤, 저 맥주 마셔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12-10 23:48   좋아요 0 | URL
전 지금 책장에 숨겨둔 와인 째려보고 있어요. 마실까 말까 마실까 말까.. 후아-

치니 2010-12-10 23:48   좋아요 0 | URL
마셔요 마셔요 (한수철님으로 빙의) ㅇㅎㅎㅎ

다락방 2010-12-10 23:49   좋아요 0 | URL
내일 일찍 일어나서 대구가는 기차 타야 되는데... ( '')

치니 2010-12-10 23:51   좋아요 0 | URL
앗, 그날이 내일이구나. 힉, 그래도 마셔요 ~ (막 나 몰라라) 난 지금 음악이랑 맥주 두 병에 취했어용 ~

다락방 2010-12-10 23:54   좋아요 0 | URL
책임져욧! 큰 컵 가지고 와서 가득 따랐어욧!!

치니 2010-12-11 01:48   좋아요 0 | URL
크흐, 책임 질게요, 꼭!

강수철 B 2010-12-1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실로 아름다운 대화네요.

치니 2010-12-11 01:48   좋아요 0 | URL
ㅇㅇ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밤이에요 ~

푸하 2010-12-11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왔~ 멋진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군요?

치니 2010-12-11 11:18   좋아요 0 | URL
ㅋ 시간을 보니 푸하님도 한 잔 하고 들어와 댓글 남기신 듯?

푸하 2010-12-11 16: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맥주 딱 한잔 하고 들어왔어요.^^;
ㅋㅋ~

에디 2010-12-1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들국화 세대가 아니어서 이 오리지널 버전은 처음 듣는데 (다른 가수들것만 들어봤어요), 김창완 밴드랑 느낌이 비슷하네요. 전인권 아저씨나 그것만이 내세상 때문에 가졌던 걸쭉한 편견? 이랑은 꽤 달라요.

치니 2010-12-12 11:40   좋아요 0 | URL
걸쭉한 ㅎㅎ 그 전인권씨의 목소리도 초반에는 그렇지 않았죠, 부챗살처럼 퍼져나가는 천상의 소리였어요.
이 노래를 오리지널 음반에서 부른 조덕환씨는 초기 드러머였는데 이 앨범 나오기도 전에 미국으로 가셔서 목소리만 남아있고 이후에 어디서도 볼 수 없었어요.
그런데 들국화가 위대하다고들 말하는 이유는, 이 음반 하나에서만 보더라도 이 노래 뿐 아니라 모든 노래가 각기 색깔이 완전히 다르면서도 또 전체적으로 완전히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듯. :)

에디 2010-12-12 13:48   좋아요 0 | URL
그러나가 아니라 그르나 이젠~ 하는 부분이 넘 맘에 들어요 ㅋㅋ

치니 2010-12-12 16:05   좋아요 0 | URL
역시 ~ 에디님은 귀가 밝아요. 그르나, 때문에 이런저런 말들이 나와서 ㅋㅋ 조덕환씨가 경상도 사투리를 못 고쳐 그렇다고 해명하기도 했죠. 하지만 있는 그대로 부르는게 귀여워서 저도 넘 맘에 들어요.
 
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2월이 왔다. 가슴이 떨린다. 

왜냐하면 나는 12월에 여행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춥고 웅크리기 좋은 달이지만 용기를 내어 더 추운 북에서 날아오는 모진 바람을 달게 맞으러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라는 땅에 발을 디딜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추위와 (그리움이라는) 허기를 달래줄 아이를 만날 것이다. 

 

애틋하게 살을 부비고,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고, 굶주린 수다를 한껏 풀어내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온 힘을 다해 그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풍선처럼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여행에 가져갈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예술/대중문화의 책을 골라본다. 사실 어떤 책이라도 좋으리, 끝이 없을 것 같은 비행기 안의 시간 속에서는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테니. 

 

마크 슈미트라는 사람이 뭐라 말했을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대중문화에는 분명 이상한 점이 있다. 그 옛날 군부독재 시절에 3S 중 하나가 Screen 이었고 이는 영화 뿐 아니라 노래와 미디어 매체 전부를 포함한 것이었으니, 이것만 해도 우리가 무의식 중에 향유하는 대중적인 문화들에는 분명히 수상한 낌새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표지에 나온 스머프는 오래 전부터 음모론의 주인공이었지, 아마. 좀 야한 얘기도 있었던 것 같고.  

아무튼 신간 중에 가장 흥미로운 눈길을 끄는 책. 

 

시오노 나나미라는 인물은, 나만 모르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인사인가보다. 그런데다가 이 책은 그 유명인사가 아들과 나누는 대화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모양.  

부모 자식 간에 같은 취향으로 일치감을 느끼는 것만큼 좋은 건 이 세상에 별로 없다. 남과 그런 일치감, 동질감을 느끼는 것보다 기쁨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기쁨 뿐이랴, 물리적인 피와 살 외에도 시대를 초월해서 유전으로 이어지는 어떤 感이 작용한다는데서, 묘한 짜릿함까지 선사한다. 

'광적일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내가 12월에 만나러 가는 아이와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할 때 느끼는 모든 감정이 이 책에서 영화를 통해 잘 표현되어 있다면, 읽는 재미도 배가될 것이 분명하니 고르지 않을 수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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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12-0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저런 아이를 만날 수만 있다면, 북극이라도, 쇄빙선을 타고 얼음을 가르겠습니다!!! 지은 죄가 많으면, 은혜도 깊다는데, 사랑스러운 곱슬머리를 하고 기타를 연주하는, 심지어 손가락이 긴 아이를 얻으려면 또 얼마나 죄를 지어야 하는지 가늠이 안되옵니다 ㅜ.ㅜ

장거리 비행용으로 안성맞춤인 책은 제 경우에는 없었던 것 같고, 공항에서 극적인 조우를 앞두고 뭔가 뽀샤시한 느낌을 주는 물건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만나러가는 엄마에게 뽀샤시를 말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뭐 눈부셔서 손해볼 일이 있겠습니까? ㅋㅋㅋ
궁금하십니까? 궁금하시면 알려드리지요ㅋㅋ

추신 : 그렇지만, 영국으로 떠나시는 여행이라고 하시니,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와 손택수 시인의 <목련전차> 추천합니다. 전자는 돌아오셔서 여행+독서일기 쓰시기에 도움이 될 것 같고, 후자는 추위에 떠는 마음을 계속 진동모드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참고로 두 권 모두 가볍습니다^^

치니 2010-12-03 17:49   좋아요 0 | URL
+_+ 굿바이님, 아이를 만나러가는 엄마라 해도 당연히 뽀샤시는 대환영, 알려주세요 ~~~~! (그동안 왜이렇게 늙었어, 아니면 못생겨졌네 소리 들을까봐 떨린다규요 ㅋ)

오, 권해주신 두 권의 책 모두 읽지 않은 책들이네요. (이런, 대체 뭘 읽고 살았드란 말이냐) 감사합니다 읽어볼게요. :)

다락방 2010-12-0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치니님!

그곳에서 나는, 추위와 (그리움이라는) 허기를 달래줄 아이를 만날 것이다.

이 문장이 치니님의 페이퍼를 무척이나 애틋하게 만들어줬어요. 이문장 때문에 추천이에요, 추천.

치니 2010-12-03 17:50   좋아요 0 | URL
히, 다락방님, 고마워요.
벌써 이래가지고 (보고 온 뒤) 다음 여름방학 때까지는 또 어트케 견디나, 그런 걱정이나 벌써 하고 앉았어요,나.

레와 2010-12-0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홍홍..

:)

치니 2010-12-03 17:51   좋아요 0 | URL
^-^;; 부끄러워요, 레와님.

니나 2010-12-0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잇힝~ 좋아요. 좋아~ 이거 읽으면서 집에서 혼자 말강말강 녹았어요 :)
그러니까 12월에 우린 같은 영국 하늘 아래.. (옭아매기 ㅋㅋ)

치니 2010-12-03 17:52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 아래 ~ 살고 있어서 ~ 그것만으로도 ~ 나는 ~ 좋아 ~ (조하문의 이 노래, 아시쥬? ㅋㅋ)
준비 다 마쳤어요? 니나님이야말로 증말 두둥 ~이구나. 도착하자마자 알라딘 써요!

2010-12-03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3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2-0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딘버러 가시는군요! 저기 저 미소년과 함께요.
12월이라고 특별히 더 추울 것 같지 않아요. 다만 일찍 해가 지는 것이 저는 더 신기했었어요.
잘 다녀오세요. 아티스트 소년의 마음에 어떤 울림을 줄까, 저도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치니 2010-12-03 17:57   좋아요 0 | URL
hnine님, ^-^;; 네, 우선 혼자 가고 미소년(크흑, 미소년은 아무래도 아닌 듯;;;)은 거기 가서 만나려고요. 아이가 에든버러에 살고 있거든요. 즉, 갸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에요.
그다지 춥지 않을까요? 내복이랑 수면양말, 수면바지 잔뜩 싸갈려고 했는데 안 그래도 되려나요 ^-^;;

hnine 2010-12-0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미소년이 지금 혼자 에딘버러에 있어요? 그럼 지금 저 미소년을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이실까요? 더 추울 것 같지 않다고 말씀드린 것은 저긴 언제나 추운 느낌이어서 그랬어요 적어도 제게는요. 아, 멋지다, 멋지다!!

치니 2010-12-04 11:41   좋아요 0 | URL
네, 설레이고 약간은 조바심도 나요. 지난 달까진 참으로 시간이 안 가더니 12월 땡 되니까 그래도 시간이 잘 가는 느낌이긴 해도. ㅎㅎ 빨리 날아가고 싶어요!

아흑, 맞아요, 언제나 추운 느낌. 그래서 그 추위를 우리의 웃음으로 녹여야;; 헤 -

웽스북스 2010-12-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애딘버러는 정말 아름답네요. 저 길 한가운데, 배를 띄우고 싶은 마음이에요. :)
왠지 담당자분도 용서해주실 것 같은 페이퍼에요~

치니 2010-12-04 11:42   좋아요 0 | URL
저 길에 배를? 오 역시 독창적인 웬디양님입니다. :)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다고 하기에, 너무 살 떨리게 춥지 않으면 가볼 예정. 거기서 배도 보려나. ㅎ

그쳐 ~ 담당자님 용서해주시겠져 ~ 헤헤.

토니 2010-12-0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린군이 한국에 있는 줄 알았는데... 전 왜 늘 정보를 잘못 수집하는 걸까요? (완전 좌절이에요..) 가시기 전에 필요한 물건 생각나면 메일 주세요. 참, 갔다 언제 오세요? 저 내려 가기 전에는 오시는 거죠? 그전에는 뵈어야 하는데... 그쵸?

치니 2010-12-06 19:21   좋아요 0 | URL
아, 좌절하지 마세요. ㅎㅎ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데. 아직 간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 그닥 오래 있지도 못해요. ^-^; 금방 올 거에요.

라로 2010-12-1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어머 그랬구나~~~~~~~~ㅎㅎㅎㅎ
그럼 그렇지,,,ㅎㅎㅎ(이러구 혼자 고개 끄덕이며 활짝 웃으며 별짓 다 하고 있다는,,ㅎㅎㅎ)
언제가?????나 대신 하린군 한 번 쎄개 그러칼랭 해줘~~~~~.(그로칼랭을 그렇게 사용해도 되는거야???문법적으로??ㅎㅎㅎ)

참 책 주문 해서 내일 받을텐데 전번이 010---으로 시작하는 거 맞지???

2010-12-10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시 백수가 된 지 어언 한 달이 넘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 늘 꿈 꾸던 백수생활의 백미는 첫째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기, 둘째는 아무 때나 자고 싶을 때 자기, 셋째는 무한정 자고 또 자기, 그야말로 죽도록 쳐 자기! 

그런 꿈을 꾸었지만, 빵만 있어서야 되겠는가 장미도 필요하지, 잠은 잘 만큼 잤다 싶으니 무언가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그것도 역시, 직장 다닐 때는 엄두도 못 내던 평일 낮 시간에 하는 걸로. 

그리하여 선택한 서울아트시네마 <아녜스 바르다 회고전> , 이야 ~ 언젠가 꼭 보리라 다짐했던 <행복>도 목록에 있고, 집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위치한 극장 하며, 딱이다 싶었던 것. 욕심 같아서야 전작을 보고 싶지마는, 나야 뭐 원래 전작주의자도 아니고 영화 공부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니, 보고 싶은 것만 얼추 추려서 봤다. 결과는요? (제 점수는요 톤으로 읽어주삼) 대만족.  

1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수십 년을 관통하는 두 여자의 우정 일대기. 삽입되는 노래 가삿말이 다분히 여성주의적이고 두 여자 모두 여성 운동에 관여하고 있지만(노래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다. 좋은 영화는 이렇게 이념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찍어도 그 외의 볼 거리, 생각할 거리를 자연스럽게 제공한다는 생각을 했음. 아, 물론 내 오랜 여성 친구들도 떠올렸고. :)

2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말 그대로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를 쫓아다니는 나름 로드무비이자 파파라치 영화. 클레오가 병원에서 암일 지 모른다는 암시를 받고 갈팡질팡하는 걸 보며 나라면 어떨까 상상을 조금 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몰입이 잘 안 되었다. 역시 나는 누구 쫓아다니는 건 흥미가 없는가보아. 

3 낭트의 자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 유명한 <쉘부르의 우산>의 감독인 자크 드미와 아녜스 바르다가 부부 사이인 줄은 몰랐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를 본 직후에 알았다. 따라서 영화 속 시네마 키드인 자코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너무나도 따뜻한 배경을 몰랐다는, 알고 나니 바르다 감독이 더욱 귀엽다. 그런데 유럽 애들은 왜 어려서는 넘흐나도 깨물어주게 귀엽다가 13세 즈음이 지나면 대체로 노안이 되거나 징그러워질까. 

4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안타깝게도 이 영화의 사진만 올려지지 않는구나, 그래서 아쉬운대로 제인 버킨의 사진을 올린다) 

제인 버킨. 1988년에 본 <쥬 뗌므 므와 농 플뤼>(사랑해, 나도 아니야)라는 영화의 충격 때문에 잊혀지지 않는 배우다. 알고보니 그토록 더티하고 선정적인 영화 속 정사들을 하게 만든 감독 세르쥬 갱스부르의 아내이고! 알고보니 딸은 샤를로트 갱스부르. 아무튼 이 가족은 셋 다 내 맘에 쏙 든다. (세르쥬야 죽었지만. 안 죽었다면 더 한 기행을 많이 보여줬을텐데, 약간 아쉽다) 바르다 감독이 그린 제인 버킨은 영화에서만큼 도발적이고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줍은 소녀처럼 소심해보이기도 하고, 내내 자유롭다. 늙어서도 이렇게 자연스럽게(성형수술 없이) 멋진 여배우가 우리에게도 많았으면 참 좋겠는데. 

그리고 모님이 비밀댓글로 올려주신 영상 펌: 아흑, 고맙습니다. 아름다와요.

5 행복 

 

대체로 따스하다고 여겨진 전작들과 달리 이 영화는 무시무시하다. (잠깐 오해는 마세요, 장면 중에서 무서운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 인간이 행복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가, 우리에게 행복이란 대부분 여지없는 착각에서 나오는 감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한 부부의 결혼생활로 보여주는데, 완전 서늘하고 씁쓸하다. 난 그냥 착각 속에서 살련다. 그런데, 60년대 프랑스 사람들은 일요일마다 피크닉을 안 가면 어디 가서 혼나는 법이라도 있었나부다. 아우 - 그리고 내 앞에 앉았던 아주머니 세 분! 그렇게 불륜 막장 드라마 원하시고 수다 떨 거면 왜 이런 영화를 고르셨쎄요, 단 1분도 쉬지 않고 느긋하게 잡담하시던 세 분이 진정한 용자! (극장에서는 제에발 예의를 지킵시다, 흑) 

* 이미지 출처: http://www.cinematheque.seoul.kr/ (4번 제인버킨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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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0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줄거리 만으로는 [행복]이 제일 보고싶어요! 올리신 사진이 참 좋은데요. 색깔도 좋고. 그런데 제목은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가 가장 좋아요! 올리신 줄거리를 읽어보니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 것]이 생각나요. 거기서 여자가 불륜남의 아이를 임신하는데 혼자 가서 낙태수술을 하거든요. 낙태수술을 하고 병원을 나와서는 길에서 갑자기 무너져버리고 울죠. 그 장면이 내내 기억에 남아요. 그 장면이 치니님이 올리신 클레오의 줄거리를 읽다가 퍼뜩 생각나 버리고 말았어요.

치니 2010-11-09 14:17   좋아요 0 | URL
[행복]은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보시라고, 좀 씁쓸하더라도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감히 말하지만, 수작입니다요.

사진 올리느라 꽤 고생했는데 좋다고 하시니 왕 뿌듯. ㅎㅎ 저도 제목으로 보면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가 젤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본 셈이죠. 바르다의 특징이기도 한데, 어떤 영화에서도 극적인 장면은 그닥 없어요. 클레오 역시 변덕스러운 마음을 줄곧 표현하기는 하지만 갑작스럽거나 드라마틱한 행동을 하진 않아요. 낙태수술 관련해서는 오히려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에서 할 얘기가 더 많구요. :)

2010-11-09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9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수철 B 2010-11-09 15:2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혹시 이 비밀댓글(15:12) 치니 님이세요?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ㅋㅋㅋ

Forgettable. 2010-11-09 15:30   좋아요 0 | URL
저 지금보니까 비밀 아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비밀로 바꿨기 -ㅁ-
치니님이랑 나랑 둘다 모른게 너무 웃겨요 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밀로 올린다고 해놓고 체크하는걸 깜빡했네요 -0-


강수철 B 2010-11-09 15: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나는 뽀로롱 님이 치니 님을 낚았구나 생각했더랬죠 뭐.^^

치니 2010-11-09 15:36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 어떡해! 강수철B 님이 아니었으면 전 영원히 몰랐을 거에요.
하지만 비밀글을 풀지 않을테야요. 궁금해도 참으시라! ㅋㅋㅋ

다락방 2010-11-09 15:48   좋아요 0 | URL
뭐죠, 뭐죠? 대체 뭐죠? 네? 무슨일이 일어난거죠?

치니 2010-11-09 16:3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 예상하시는 대로 일걸요? 저 위 비밀글 누가 누가 썼는지 추측하시면 답이 나오죠? ㅋㅋㅋㅋㅋㅋ 아 우껴. 하필이면 우리 예리한 강수철B 님이 그 때 보실 줄이야. (하긴 보고 지적하지 않았으면 우린 영영 몰랐을 거에요)

다락방 2010-11-09 17:01   좋아요 0 | URL
몰라요 몰라요 모르겠어요 ㅠㅠ
뭐지뭐지뭐지뭐지!

비로그인 2010-11-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가 너무 좋았는데요! 사실과 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사실 사람은 늘 그 경계에 살죠.

치니 2010-11-09 15:12   좋아요 0 | URL
Jude님 말씀 듣고보니 그렇네요!
역시 영화를 보고나서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해보는 게 참 재미납니다. :)

hnine 2010-11-0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는 그 음악 <물위의 암스테르담> 때문에 익숙한 제목이었는데 영화는 본적이 없네요. 제목을 보고 대강 그런 내용이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글도 잘 읽었고 오랜만에 제가 좋아하던 노래도 찾아서 들었습니다.

치니 2010-11-09 15:19   좋아요 0 | URL
아, 혹시...했는데 그 노래가 이 영화에서 쓰인 거 유명하군요! 익숙한 노래여서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영화에선 이 노래를 낙태 수술하러 가는 여자들이 암스테르담에서 뱃놀이 할 때 불러요. 절망적일 법한 여성들이 모였는데도 묘한 명랑함이 인상적이었어요.

토니 2010-11-1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이 영화를 다운받으려고 어제부터 무진장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 하늘이 내린 컴맹인 제가 또 뭔가를 잘못 눌렀겠지만. 언니, 혹시 프랑스 작가 알랭 르보그리예가 뭔가 하는 분의 "질투"라는 책 읽어 보셨나요? 줄거리나 사건 중심의 스토리는 아닌데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아직 전이라면 추천하고 싶어요. 전 요즘도 병원 들락거리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ㅋㅋㅋ 수고하세요.

치니 2010-11-12 13:18   좋아요 0 | URL
하늘이 내린 컴맹, ㅋㅋㅋ 저는 웬간해선 다운 받는 걸 싫어해서리;;; 도와드릴 방법이 없네요.
<질투>는 읽어보지 않은 책이에요. 넵 한번 읽어볼게요 ~

2010-11-12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2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