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블루스-사랑과평화-들국화,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 슈퍼세션 콘서트 초대이벤트
엄숙하지 않되 촐싹거리지도 않는,
음악을 열심히 하고 듣기를 바라되 쇼와 팬 서비스는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
적어도 꼴리는대로 음악하면서 몇십 년을 버텨온 사람들의 공연.
홍대 클럽 공연에 가면 좋아하는 밴드가 나오기 직전까지 귀를 거의 막아야 하고, 좋아하는 밴드 공연이 끝나면 서둘러 나오고 싶어지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솔직히 들국화의 주찬권씨 이름 때문에 신청했던 공연이었지만,
나는 지난 시절에도 신촌 블루스가 김현식이라는 이름을 걸쳐서 겨우 빛을 낸다고 생각하던 주제 넘은 소녀였지만,
최이철의 기타는 여전히 신중현씨에 비하면 택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세 사람이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여전히 (이 여전히 라는 단어에 수만 개의 동그라미를 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그리고 그 음악을 보고 들으러 온 지긋하게 나이 든 50대 관객들에게 감동했습니다.
7080 콘서트나 미사리에만 있는 게 아닌,
힘차게 살아 숨쉬는 장년 음악이 있다는게 참으로 뿌듯하고,
시대를 초월한 노래의 아름다움이 무대에서 다시 빛을 발할 때 벅찼습니다.
매일 그대와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고 외치면서 세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은 밤입니다.
감사합니다, 알라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