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노력하면 자칫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된다. 노력하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입는 아이러니가 일어나는 것이다.
- 즉 ‘1인 오케스트라’가 악기의 왕인 피아노의 정체이다.
따라서 피아노 악보는 어렵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몇 사람의 몫에 해당하는 파트가 쓰여 있고, 그것을 순식간에 읽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몇 사람 몫의 파트를 열 개의 손가락으로 모두 연주해내야 한다. 오케스트라라면 여러 명이 나누어 연주할 분량을 혼자 도맡는 셈이니 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 90대의 고령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무로이 마야코는 지금도 매일 5~8시간 정도 피아노를 연습한다고 한다.
사명감이나 의무감 혹은 결과를 의식한 노력만으로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악보는 작곡가가 남겨준 편지이고 음표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이해하고 작곡가의 심정에 자신의 마음을 실을 때 작곡가와 연주자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교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음색이나 감정 표현을 통해서 선율로 구체화된다.
무로이 마야코는 이런 행위가 기쁘고 즐겁기 때문에 날마다 신명이 나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는 매일 피아노를 연습하는 과정을 사랑하는 연인과 멋진 시간을 보내듯이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를 치면 칠수록 활기가 넘치고 듣는 사람에게도 그 매력과 힘찬 에너지를 계속 전해주는 커다란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고집스럽게 하는 연습은 백해무익
성과가 오르지 않을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오기’로 연습하는 것이다.
- 반복연습을 할 때에도 손가락을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옥타브를 칠 때도 손가락 움직임을 그저 기계적으로 외우는 게 아니라 두 개의 음을 잘 듣고 울림을 음미하면서 폭의 감각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그런 자세로 연습하면 음악과 기술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어진다.
반주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는 억양이 붙지 않아도 ‘음악을 느끼면서’ 그리고 ‘울림을 의식하면서’ 치는 것이 중요하다.
노래를 느끼면 마음이 누그러지고 몸에 있는 여분의 힘이 빠져나간다. 반면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이는지에만 의식을 집중하면 몸 상태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나쁠 때에는 잘 쳐지지 않아서 연주가 들쑥날쑥하기 쉽다. 마음으로 노래를 느끼면서 치는 습관을 붙이면 손가락도 훨씬 안정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 피아노의 기술을 먼저 습득한 다음 음악성을 표현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처음부터 음악성을 중시하며 치겠다는 생각으로 전환하기가 무척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악보대로 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음악성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음악성을 살리면서 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면 초보자도 얼마든지 그런 연주를 해낼 수 있다.
- 포기하는 사람은 포기할 이유를 열심히 찾고, 계속하는 사람은 계속할 이유를 궁리한다. 피아노를 습득하는 데에는 누구나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한 이상 계속해보자는 단순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자.
-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면 연습량보다 요령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연습을 안 하면 숙달되지 않는다’는 말에 얽매이지 말자. 특히 본 무대를 앞두고 연습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혀서 갑자기 자신감을 잃고, 그 때문에 본 무대에서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연습이 부족해서 제대로 못 치는 게 아닐까 하는 잘못된 믿음이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성인들은 피아노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연습량은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자. 그보다는 단시간에 효과를 올리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하자.
- 연습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씩 반복하는 방식은 즉시 그만둔다. 이렇게 하면 끝부분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저하되고 연습의 질도 떨어진다. 그보다는 곡의 후반부, 특히 마지막 페이지를 중점적으로 연습한다. 도중에 틀리면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연습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처음 부분은 능숙해지지만 끝으로 갈수록 부실해진다.
우선 한 곡 전체를 파악한 다음 몇 개의 파트로 나누어 파트별로 연습하자.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모범연주를 듣는 것(리스닝하기)도 좋다.
암보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느 정도 외우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더 집중할 수 있다. 단, 암보가 되더라도 악보를 보면서 치도록 한다.
- 연습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악보를 보면서(여기가 포인트) 그 음원을 듣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연습 효과가 나타난다. 혹은 손가락 길들이기 같은 것을 5분 정도하는 것도 좋다. 단, 같은 5분이라고 해도 <하논> 1번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보다 1, 2, 3, 4번 등 패턴이 다른 곡을 고루 연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흔히 연주를 잘하지 못하면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즐기려고 하지 않는 한 연주를 잘할 수 없다. 음악이란 문자 그대로 음(音)을 즐기는 것(樂)이고, 연주는 그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음악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가심(歌心)’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그 다음에 좀 더 자유롭게 칠 수 있도록 주법(블라인드 터치)을 습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피아노의 경우, 호흡은 ‘틈새(間)’가 된다. 가사가 있는 것처럼 의식하며 피아노를 치면서 하나의 프레이즈를 끝내고 다음 프레이즈로 옮기기 전이 숨쉬는 곳이 된다. 그곳이 틈새를 취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피아노는 신체적 호흡과 관계없이 타건을 한 타이밍에 음이 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호흡(틈새)을 무시하고 건반을 두드리면 노래의 생명력이 사라지고 만다. 호흡을 제대로 의식하기만 해도 훨씬 음악적인 연주가 된다.
- 틈새를 취할 때에는 손목을 살짝 들어 올리는 느낌으로 친다. 레가토일 때에는 손가락 끝뿐만 아니라 손목으로 이음줄을 느끼며 친다. 이렇게 하면 보기에 아름답고 음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연동한다.
- 표현에 자신의 개성을 더하고 싶으면 한 군데라도 좋으니 ‘여기가 좋다!’고 하는 매력 지점을 만들어보자. 이 부분을 한껏 상냥하게 친다거나 매혹적으로 치는 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한 지점만 신경 써도 연주의 매력은 몇 배나 커진다.
- 블라인드 터치란 손가락 끝과 건반을 보지 않아도 칠 수 있는 피아노 연주법을 일컫는다. 어쩌다 악보를 보고 있든 허공이나 다른 곳을 보고 있든 손가락이 자동적으로 올바른 건반 위치에 놓이는 것을 말한다.
블라인드 터치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손을 절대로 보면 안 되는 타건 방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블라인드 터치는 시선이 손가락 끝에 고정되는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 피아노 연주는 머릿속으로 생각하기 전에 손가락이 먼저 움직여주어야 음악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머리로는 어느 정도 악보를 이해하더라도 그것이 손가락에 전달되지 않으면 자유롭게 칠 수 없다. 눈으로 일일이 위치를 확인하면 음악의 흐름을 타지 못해 실수하기 쉽고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 또한 암보한 경우라도 악보를 바라보면서 쳐야 한다. 한 음 한 음 보는 게 아니라 풍경을 좇는 느낌으로 음악의 흐름을 응시하며 쳐나간다. 소절마다 혹은 주요 지점에서 확인하는 정도로 봐도 좋다. 악보를 보면서 치면 암보하고 있어도 악보에 씌어 있는 내용을 감지하면서 치는 게 몸에 붙는다.
- 피아노 연주를 할 때는 손이 야생적이 되어야 칠 수 있는 면이 있다. 즉 본능적(자동적)으로 손가락이 건반의 올바른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원하는 건반(치고 싶은 음)이 어디쯤에 있고 그것을 잡으려면(치려면) 손가락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귀를 통해서 파악하고 손가락 자체에 기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손가락 끝에 눈이 있는 느낌 혹은 손가락 끝에 자석이 달려 있어 치고 싶은 건반에 끌어당겨지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이다.
- 몸이 굳어지는 경향에 대한 해결책은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 있지 않은지, 잘 치지 못할 것 같다고 의식하고 있지 않은지 등을 늘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다. 손을 흔들며 털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수시로 하면서 탈력을 연습하자. 손을 가볍게 흔든 다음 그대로 건반에 사뿐히 얹는다. 이때 건반에 손을 내려놓는 순간 달려들 태세를 취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이때도 주의하자.
또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에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것도 권할 만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얼굴 표정이 엷은 미소를 띠게 되면서 뇌의 긴장이 풀어지고(뇌는 의외로 단순한 듯하다) 힘이 빠진다. 현실에서는 대개 입꼬리가 아래로 처진 굳은 표정을 하고 있게 마련인데, 스스로 이런 상황을 의식하고 표정을 바꾸면 도움이 된다.
- 약한 음으로 치면 들으려는 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에 보통 음량일 때보다 아름다운 멜로디라인이나 화음의 변화를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피아노는 손가락만 움직여도 음이 울리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잘가닥잘가닥 부딪치는 듯한 연주가 되기 쉽다. 귀를 단련하기 위해서도 약한 음으로 치는 연습을 하자. 듣는 힘이 강해지면 연주 실력도 그만큼 향상된다. 이런 것을 이해하고 피아노(), 피아니시모() 연주를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
- 어떤 일을 몰래 살며시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된다. 피아노를 칠 때에도 마찬가지로, (여리게), (아주 여리게)가 나오면 약하게 쳐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몸이 긴장하고 만다. 그럴 때에는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자.
약하게 치려고 하지 말고 몸의 힘을 쭉 빼고 손가락 끝을 그대로 살포시(여기서 긴장하지 않도록) 건반 위에 올려놓는다. 느린 템포의 피아노()인 경우에는 자석에 끌어당겨지듯 손가락을 바닥으로 가라앉힌다는 느낌으로 누른다. 손가락이 자연히 건반에 가라앉으며 음이 울린다. 빠른 템포의 피아노()는 건반에 가볍게 닿는 느낌으로 손가락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