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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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몰입도 높았던 만큼 작가도 작가지만 번역자 분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를. 올리브 키터리지의 순화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 담담하고 흐뭇한 미소를 띠고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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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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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질투심이나 부러움조차 들지 않는 지복이다, 그 시절에 손녀로 태어나 이런 할머니를 가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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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인상이 시시했음에도 다시 읽기 시작한 건, 처음엔 그저 장난스러운 마음이었어, 그러다가 점점 마치 동굴에 갇힌 원시인 같은 기분이 되고 말았어. 처음엔 재미 삼아, 그러고는 꽤 오랫동안 돌덩이 하나를 자기 동굴의 입구에서 굴리다가, 그 돌덩이가 동굴을 어두컴컴하게 만들고 공기를 차단시키자, 질식된 듯 겁에 질려 놀라운 집중력으로 그 돌을 치우려고 기를 쓰는 사람 같은 기분. 그런데 그 돌은 이제 열 배는 무거워졌고, 그 사람은 공포에 질려 온 힘을 끌어모아야 해, 다시 빛과 공기 속으로 나오기 위해서 말이지. 그래서 나는 이런 날들을 보내는 동안 펜을 손에 쥘 수가 없었어. 빈틈없이 다시, 또다시 더 높은 곳으로 치솟아, 자기가 가진 망원경으로는 도무지 볼 수 없을 만큼. 그렇게 높이 올라간 어떤 삶을 조망할 때면, 의식은 진정되지 못하는 법이잖아. 하지만 그런 의식이 커다란 상처를 받는 것은 다행이기도 해. 그것을 통해 의식은 그 어떤 물림에도 반응할 만큼 예민해질 테니까. 나는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다만 그런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읽는 책이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쳐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읽어야 할까? 네가 편지에 쓰고 있는 것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맙소사, 만약 우리에게 책이 아예 없다 해도, 우리는 행복할 수는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그런 책들은, 필요하다면 우리 모두 각자 쓸 수도 있을 거야. 우리에게는 마치 불행처럼 다가오는 책들이 필요해, 우리를 매우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 우리가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한 어떤 이의 죽음 같은 불행, 모두가 사라져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 홀로 남겨진 불행, 말하자면 스스로 삶을 끝내야 할 것 같은 불행 말이야.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돌연한 출발>, 프란츠 카프카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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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통해 세상에 쉬운 일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소설을 쓰는 고통 정도는 웃으면서 이겨낼 수 있게 됐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삶의 수많은 일들을 무감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순식간에 노인이 될 것이다. 


이상한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달리고 나면 기쁨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 기쁨은 정말 뜻하지 않은 것이어서 마치 길을 가다가 큰돈을 줍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사전에는 활수(滑手)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뜻은 “무엇이든지 아끼지 않고 시원스럽게 잘 쓰는 씀씀이”라고 나와 있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활수 좋게 산다는 게 어떤 뜻인지 알게 된다.


유행가의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물론 더 좋은 것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다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아무튼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좋아하자. 그게 바로 평생 최고의 노래만 듣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고의 삶이란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리라. 물론 가장 좋은 삶이라는 건 매 순간 바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제대로 산다면, 옛날에 좋아하던 유행가를 들을 때처럼 특정한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경험들을 많이 할 것이다.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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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전락 - 문예 세계문학선 119 문예 세계문학선 119
알베르 카뮈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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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자기객관화와 자조 사이, 격변의 시대에 세대를 관통하는 작가 본인의 정체성 또는 정치적 스탠스에 대한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 와중에 이토록 유려하고 천재적인 글솜씨라니! 과연 까뮈는 까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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