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부자의 사치일 뿐

지금 나의 문제는 단 하나(물론 이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결국 부자의 사치일 뿐이다), 거추장스럽고도 폭군적인 자아로, 나는 이게 날뛰는 것을 억제하고 싶었던바 이를 위한 수단이 바로 명상이었던 것이다. 

- 어쩔 수 없다!

왜 이런 개인적인 얘기들을 주절주절 늘어놓느냐고? 독자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어쩔 수 없다! 여러분들은 작가들이 이런 종류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다시 읽어 보면서 삭제해 버리지 않는 것을 참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이런 것들은 소중하고, 글을 쓰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을 구해 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 와, 파스칼 키냐르, 나도 부럽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동호인 관계는 몇몇 친구와 함께 실내악을 하는 거였다. 예를 들면 아마추어 현악 사중주단에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집에 가게 되면 형식적으로 몇 마디를 나누고는 금방 악보대를 세우고 악보를 펼친 다음 「안단테 콘 모토」의 열여섯 번째 소절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이런 즐거움을 알고 있는 내 동료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너무 부러운데, 애석히도 나는 음악을 사랑하지만 연주할 줄도, 악보를 읽을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태극권 수련은 악기나 성악 수련과 닮은 점이 많다. 태극권 수련도 똑같이 인내심, 엄격함과 몰입을 요구하며, 어느 피아니스트가 피아니시모라는 건반상의 한없는 느림을 반복하고 다듬듯 무한히 느린 동작들을 반복하고 다듬는다. 그러면서 그 많은 시간을 보내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과 기질의 이 모든 사람들이 내게는 모두 친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 모두가 갈 수 있는 오솔길

하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경험을 해본 나로서는 보다 덜 험준한 길, 아무것도 아닌 작은 길, 모두가 갈 수 있는 오솔길을 통해서도 명상에 접근할 수 있으며, 명상에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을 단 10분 만에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앉아서 얼마간의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 그 시간 동안에 일어나는 모든 것이 명상이다. 나는 종종 명상에 대한 좋은 정의(최대한 적확하고 단순하고 포괄적인 정의)를 찾아보곤 했는데, 내가 이 이야기를 해가면서 차례로 꺼내게 될 다른 여러 가지 정의들도 찾아냈지만 이것이 내게는 최고의 것으로 느껴지니, 가장 구체적이고도 위압적이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반복하거니와, 명상은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 동안에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지루함도 명상이다. 무릎이 아픈 것도, 등과 목덜미가 아픈 것도 명상이다. 떠오르는 여러 가지 잡생각도 명상이다. 배 속에서 나는 꼬르륵거리는 소리도 명상이다. 지금 내가 이른바 〈구도(求道)〉를 위해 이런 헛짓거리를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느낌도 명상이다. 머릿속으로 전화 통화를 준비하는 것, 전화를 걸기 위해 방석에서 일어나고 싶은 생각도 명상이다. 이런 마음에 저항하는 것 또한 명상이다(하지만 여기에 굴복하는 것까지 명상인 것은 아니다). 이게 다다. 더 이상은 없다. 여기서 더 이상의 것은 지나친 것이다.

- 프로이트도 맞말하긴 한다니까

프로이트는 정신적 건강에 대해 첫 번째 것만큼이나 명쾌한 두 번째 정의를 내놓았으니, 그것은 더 이상 신경증적인 불행은 겪지 않고 통상적인 불행만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신경증적인 불행은 끔찍이도 반복적인 형태로 스스로가 만드는 불행이고, 통상적인 불행은 삶이 다양하고도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우리에게 부과하는 불행이다. 

- 예술의 목표 by 글렌 굴드

〈예술의 목표는 아드레날린의 일시적인 분비가 아니라, 어떤 평온하고도 경이로운 상태를 삶 전체를 통해 끈기 있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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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2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엇 저도 이거 사놨는데요!! 어떤가요??

치니 2023-11-21 20:29   좋아요 0 | URL
아직 초반이라 단정짓긴 어렵지만, 일단 흥미로워요. 안그래도 요가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다락방님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ㅎㅎ 이미 사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