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많은 부분에 있어서 그렇지만 특히 음악에 있어서, 나는 내게 별 취향이랄 게 없다고 생각해왔다. 우워어어 우워어어 소몰이 창법을 구사하는 알앤비만 아니면, 부르면서 울고불고하는 일부 가요만 아니라면 대체로 잘 듣는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앨범 덕분에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있다. 나는 하우스 비트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Daishi Dance - the ジブリ(ghibli) set (더 지브리 셋)

그래, 우선은 내 잘못이다. "지브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의 토토로" "원령공주" 이런 절대적인 힘을 가진 명사들, "가장 완성도 높은 수작으로 회자될 작품집!" 이라는 수식어에 그만 덥석 사버린 내가, 내가 일단 잘못했다. 이런 말은 못 보았던 게다. "지브리 사운드의 선명해진 멜로디를 감싸는 가슴 벅찬 하우스 비트". 하우스 비트. 하우스 비트. 그래, 맞다, 하우스 비트. 쿵짝쿵쿵쿵 하는 그 하우스 비트. 앨범 정보에서 보았으되 앨범재킷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현혹되어 설마 그 하우스 비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게다. 한 앨범 내내. 쿵짝쿵쿵쿵 쿵짝 쿵쿵쿵....... 나는 진정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은 하우스 비트로까지 듣고 싶을 만큼 지브리를 사랑한단 말이냐! 이 아름다운 선율들을? '하우스 비트'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나는 한편 억울하다. 그럼 재킷에 현란한 파동 추상화라도 넣어서 암시를 주었어야지. 저 사슴들이 하우스비트에 맞추어 뛰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억울해 억울해. (발을 쾅쾅 구르며)

 

망연자실한 데다, 우선 빨리 귀를 씻어야 한다는 강박에 허겁지겁 다른 음반들을 샀다.

 

The Shins - Wincing The Night Away
이미 앨범도 3장씩이나 내버린 "중년의 미쿡 팝송 밴드"입니다... 라는 보도자료의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비트볼뮤직에 대한 막연한 신뢰와 호감이 반영되기도 했고.  멜로디는 (우와, 할 만큼) 아리땁고 아저씨들 목소리는 씩씩하다. Australia, Phantom Limb, Turn On Me 같은 노래들이 좋았다.

 

 

[수입] Coldplay -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명반이라는 소문이 도는 콜드플레이의 신보. 클레어씨의 표현에 따르면 "귀가 뻥 뚫린다". 그런데 역시 클레어씨 말대로 전작들을 듣고 들었으면 더 좋았을까? 내 안목이 앨범 재킷을 보고 지브리 하우스 비트를 사는 수준이니 그간 콜드플레이와 인연이 없었던 터라. 150%짜리를 85%쯤 듣고 있는 것 같다.

 

♣ 그리고 네꼬 씨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이것:

[수입] Sigur Ros - Með suð ? eyrum við spilum endalaust (With a buzz in our ears we play endlessly)

"귓가에 남은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연주한다"는 앨범 제목이 꼭 맞다. 아이슬란드의 젊은이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 나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 본 적이 없는 풍경, 만져본 적 없는 바람을 담아낸 북유럽 음악이 요즘처럼 눅눅한 계절에 듣기 그만이다. 시사IN에서 김작가가 소개한 걸 기억해 두길 잘했지. 하긴 저 앨범 재킷을 보라지. 어떻게 기억을 못하겠어? 앨범 안에 들어 있는 엽서들도 맘에 든다. 화려함과 소박함, 환희와 애수가 조화로운 음반. 가만 눈 감고 들으면 시원한 산 그림자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

 

-

조만간 다시 앨범을 쇼핑해야 해요. (저, 언젠가처럼 다시 바쁜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요!) 여러분, 도와주세요. 빨리 좋은 앨범들을 추천해주세요. 안 그러면 저 확 이효리 3집을 사버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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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택시 기다리며 후다닥 음반 추천
    from little miss coffee 2008-07-24 13:39 
    시이나 링고사마- 입니다. 공간이동을 도와주는 음악의 신.. 이십니다.     콘크리트 블론드.. 에요. 80년대 필이 팍팍 풍기는 롹인데 전 여기 보컬 목소리 들으면 왠지 눈물이 글썽- 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아저씨의 끈끈한 목소리는 어떤가요?  비오니깐 이 아저씨 목소리가 왠지 귓가에 맴맴맴-     아,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앨범이에요-
  2. 네꼬님, 이 앨범은 어떨까요?
    from 마지막 키스 2008-07-24 23:10 
    왜,왜,왜,왜,왜!! 이효리가 어때서!! 저도 이효리 살까 고민중예요. 하하하하. (방금전까지 이효리 뮤비보며 이쁘다를 연발한 1人) 저는요, 네꼬님께 음악 한곡을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제길!)youtube 에 소스공개가 안된거예요. 버럭버럭. 그래서 그 노래가 있는 앨범을 추천해요.  I don't wanna see you cry  얼마전의 네꼬님께 이 노래를 들려드려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니깐요, 정말!  
 
 
마늘빵 2008-07-2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나나나 콜드플레이 엄청시리 대따 좋아해욤. ^____^

다락방 2008-07-24 23:12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
저 이번 콜드플레이 신보 살까요,말까요? 흐음..고민중.

네꼬 2008-07-25 13:41   좋아요 0 | URL
아프님 노래 부르는 줄 알았어요. "나나나나나" 하고. 앨범 추천하라니깐, 딴 소리는!

다락님. 전에 콜드플레이 들었어요? 그러면 좋다고들 하던데, 대체로. 나는 막 되게 아주 엄청 좋진 않았어요. (나한테 물어본 건 아니지만.)

다락방 2008-07-25 21:48   좋아요 0 | URL
응응응응!

나 콜드플레이의 사이언티스트 엄청 좋아했더랬어요, 엄청!!
지금도 가끔 듣곤 해요. 막 듣고 싶어지는 날이 있어요, 그 노래는.

네꼬 2008-07-25 23:06   좋아요 0 | URL
어, 다락님, 전작 좋았으면 좋다고들 하던데, 들어보심이 어떨지. 근데 다락님이 좋았다니까 나도 사이언티스트 들어봐야겠다 싶어요. (이 얇은 귀.)

하이드 2008-07-24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 : 저도 콜드플레이 이번 음반 명반이라고 많이 들어서 기대를 너무 단단히 해서 그런지 별로였어요- ^^:

네꼬 2008-07-25 13:42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의 화려한 리스트, 보았어요. 으아 고마워요 그중 서너 갠 사게 생겼음. (내 돈. ㅠㅠ) 콜드플레이는 전 잘 몰라서 그런지... 그래도 시원은 해요. 그래서 85%. ^^

mong 2008-07-2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씨 Sigur Ros의 Heima dvd는 봤어요?
Hvarf-Heim 앨범은 들어봤어요?
둘이는 이란성 쌍둥이 이면서 각각 참 다른것이 깍쟁이들 -_-a

글구 Pat metheny 아저씨 앨범도 좋은게 많은데
혹시 이미 알고 있어요?

네꼬 2008-07-25 13:44   좋아요 0 | URL
어어어? 아뇨 나 둘이 쌍둥이란 얘기도 첨 들었어요. 아니, 실은 그들에 대해서 잘 몰라요. 우리 몽님 참 아는 것 많으셔. (난 그래서 늘 귀가 쫑긋.)

팻매쓰니 아저씨 좋져! 근데 듣고 있으면 자꾸 졸음이 와요. 운전하다 들으면 위험천만. ㅋㅋ (몽님도 좋아하는구나! 요런 깍쟁이!)

치니 2008-07-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팝/외국 음반은 네꼬님이 충분히 들어보고 계시고, 다른 분들도 추천해주시니,
저는 요새 제 서재에 막막 올리는 '서울전자음악단'의 1집 추천!
헤헷.
콜드플레이는 이번 앨범 의견이 엇갈리네요, 아직 들어보진 않았으나...예전의 In my place 같은게 전 좋아요.

네꼬 2008-07-25 13:45   좋아요 0 | URL
하하 맞아 서울전자음악단. 알겠어요, 적극 참고하겠사와요.
근데 제겐 저 청(소)년이 연주하는 음악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콜드플레이를 고작 85%만 듣고 있다고 하면 음악 좀 듣는 분들께서 뭐라고 하실까봐 약간 걱정했어요. 엇갈리긴 한다니 어전지 다행.(엥?)

치니 2008-07-26 14:20   좋아요 0 | URL
네꼬님에게만 미리 알려드릴게요(이러고 여기 사람들 다 보기를 은근 기대중 ㅋㅋ), 저 청(소)년 조만간 자작 앨범을 낼 것입니당.
물론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 성이라서 아주 아주 조촐할테지만요.
네꼬님께 선물로 드릴게요, 약속!
대신 듣고나서 감상을 꼭 알려주기에요.

웽스북스 2008-07-26 17:51   좋아요 0 | URL
어, 어, 저 봤어요 봤어요

네꼬 2008-07-28 18:47   좋아요 0 | URL
앗, 웬디양님, 나도 봤어요. (^^)

치니님. 아니 이런 즐겁고 놀라운 소식이. 그 약속 꼭 지키셔야 해요.
저 청(소)년이 만든 음악이라. 하하. 여러분, 저 부럽죠?
:)

2008-07-24 18: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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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5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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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5 16: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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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5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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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5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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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6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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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7 2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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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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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7-24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23:00전에 자려고 했는데 이 페이퍼 보는 바람에 늦어버렸어요. 흑. ㅜㅡ



저도 대부분 음악적 취향이랄 것이 별로 없는데,
그 뭣이냐, 레게 음악을 못견디겠어요. --^

네꼬 2008-07-25 13:52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 레게도 좀 그렇죠. 맞아, 우리가 은근 예민하다니깐.

그러니까 다락님, 내 덕에, 내 생각 하느라 늦게 잔 거 맞죠? 아 좋아. 히히.

도넛공주 2008-07-2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범 살 시간은 있구만...귀 씻을 시간은 있구만...중얼중얼...

네꼬 2008-07-25 13:53   좋아요 0 | URL
....... 공주님. ㅠㅠ

소녀를 죽여 주소서. ㅠㅠ (귀를 내놓겠어요, 공주님께.)

웽스북스 2008-07-2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얌체 웬디는
리스트만 훔쳐갑니다 헤헤 (네꼬님 메롱~)

네꼬 2008-07-25 13:53   좋아요 0 | URL
하하하. 내가 약오를 줄 알고? 하하하하.
하하..... 근데 왜 내가 주먹을 꼭 쥐고 있는 거지?

nada 2008-07-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에 이어 네꼬짱까지 Sigur Ros 얘기를. 아, 이 앨범 사야 될라나 봐.
(근데 쟤네 이름은 어떻게 읽는 거야. 군시렁군시렁)

참, 나도 소몰이 알앤비 싫어해요. 어우, 그 과잉된 꾸밈음들이라니.

네꼬 2008-07-28 16:40   좋아요 0 | URL
"시규어 로스" 라고 읽는 것 같아요. 우리 그렇게 읽어 보아요.
꼬장배추님도 좋아할 것 같아요. (좀 무책임한 부추김이긴 하지만.)
뭐랄까 코로 바람이 막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그런 거, 좋아하실 거 같은데?

맞아요 과잉된 꾸밈음. 난 그래서 울고불고 하는 가요도 싫고 색소폰 연주도 싫어요. 그러느니 뚱따당당땅 가야금이 훨씬 좋아요. (응? 이게 무슨 비유?) 꼬장배추님의 리스트도 어서 내놓아요, 내놓아. 내가 이효리 사는 거 볼 거예요?

mong 2008-07-25 13:59   좋아요 0 | URL
시규어 로스(Sigur Ros, 본토 발음으로는 '시우르 로스' - 승리의 장미라는 뜻)이라고 성문영씨가 알려줬어요 ^^
내 안의 미친 사람이 노래한다,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
이런게 노래 제목이라우 -_-a

네꼬 2008-07-25 14:01   좋아요 0 | URL
이봐 이봐. 몽님 진짜 모르는 거 없다니깐.
난 앨범 안에 들어있는 해설서도 안 읽었음. 내가 이런 식이라니깐요. -_-
제목 참 좋아요, 그쵸? 내 안의 미친 사람이 노래한다, 는 곡도 참 좋은데.
꼬장배추님, 얼렁 사요, 그냥 사! (네꼬와 몽이 함께 외침.)

L.SHIN 2008-07-2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지브리 하우스비트라니.
하긴 뭐, 나도 전에 엉뚱한 앨범을 산 적이 있으니까..-_-

네꼬 2008-07-25 17: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지브리 하우스비트라니, 이 무슨 '좌파 신자유주의' 같은 어불성설인지요. ㅠㅠ

Mephistopheles 2008-07-25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효리가....어떄서요....^^ 30넘어도 여전히 섹시하더구만요...(닥쵸!)

네꼬 2008-07-25 22:56   좋아요 0 | URL
메피님. 이러시는데도 왜 막 반갑죠? (나도 참.) 닥쵸! 하시니까 산사춘님 보고 싶다. 요새 뭐하시나? (응? 이건 또 무슨 소리?) 임수정에서 이효리까지, 메피님 취향 참 다채로우셔. 하하.

2008-07-26 0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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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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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7-2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귀 씻고 싶은 일 있었는뎅..
에효.. 요샌 부쩍 더 그런 일이 많으네요.
바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구요? 좋은일 많이 생기길요.^^
이효리의외로괜찮나요? ㅎㅎ

네꼬 2008-07-28 18:49   좋아요 0 | URL
혜경님은 무슨 일로 귀를...?

이효리를 언급한 것이 잘못된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원성이.. 혹시 제대로 들어보신 분 계시면 좀 알려주시지. 킁.

이매지 2008-07-2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열님 소품집 <여름날> 추천합니다 :)
크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여름날> 듣다가 페퍼톤스 1집도 듣고 있는데 좋아요 좋아 ㅎ

네꼬 2008-07-28 18:50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오래간만이어요. 어쩐지 이매지님하고 유희열은 잘 맞을 것 같아요. (응? 아니 데이트가 아니고.) 유희열의 콧노래 같은 음악들을 떠올려보았어요. 역시, 이매지님하고 잘 맞을 것 같아요. ^^

2008-07-27 15: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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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1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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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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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1 16: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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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2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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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의 홑이불이 먼 들판에 깔린다

모든 고통이 다

병이 되는 건 아니다

창 아래 취해 쓰러진 그림자의

홀쭉한 속을 들여다본다

내장을 훑던 손들

돈과 섹스에 대한 망상까지 다

소화되고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

(불끈 껴안을 수) 없는 것,

그게 다 마음이다

나는 나을 것이고

이번 봄은,

아주 길(吉)하다

 

-이영광, <입춘대길>

 

 

 

 

 

-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아주아주 약해질 때마다, 나는 그게 궁금했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무너졌을까. 나는 접착제 없이 만들어진 프라모델일까,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걸까. 또 그런 순간이 오는 걸까. 이유를 안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나는 냉장고 문 앞에, 신발장 앞에, 텔레비전 앞에 쪼그려 앉아 잠깐씩 울곤 했다. 아주 긴 새벽이 그때마다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때,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유를 안다면 정말 좀 나았을까. 부디 이 독이 빠져나가기를, 이 고통이 상처가 아닌 것으로 내 몸에 남기를 기도하면서, 때로는 오래 울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나는 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나을 것이다, 참 길하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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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7-18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일일까.
무슨일인데 우리 네꼬님, 새벽 세시 반에 이런 글을 쓴걸까...




치니 2008-07-1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 살앙해요.

2008-07-18 0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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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7-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나을 거예요. 지금도 참 길해요. 난 잠든 네꼬님 옆에서 부채질을 해주고 싶어요...

2008-07-1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07-1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건강하신 네꼬님. 제 기운을 나눠드릴께요.
얼마전 따뜻한 볕을 많이 받고 와서 지금 펄펄 끓어요.
나눠드릴께요. 안아드릴께요..

도넛공주 2008-07-1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번 그러다 보면 저처럼 재미있는 인간이 됩니다.내 맘 알죠?

순오기 2008-07-1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니임~~~~~

L.SHIN 2008-07-1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 일일까. 왜 나는 제목을 '나는 강하다' 라고 읽었을까.

네꼬 2008-07-2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장밋빛이나 검은색만이 아닌 알록달록한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좋은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이 있고, 좋은 사람들도 간혹 나쁜 짓을 하고 나쁜 사람들도 때로는 좋은 일을 한다. 우리는 웃을 수도 있고, 울 수도 있고, 때로는 다시는 웃지 못할 것처럼 울거나,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마음껏 웃기도 한다. 우리는 행운을 얻기도 하고 불운을 얻기도 하며 불행한 가운데에 행운이 올 때도 있다. 이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있다고 하는사람은 그저 아느 체하는 사람일 뿐이다. 2곱하기 2는 5라고 우기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그게 전부이다. 그 사람은 스스로를 독창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꾸밀 수도 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진리들은 독창적이지도 않고 독창적으로 들리지도 않지만, 그래도 진리는 진리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리로 남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나는 다시는 웃지 못할 것처럼 울었다. 그래도 한 번도 운 적이 없는 것처럼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이젠 괜찮다"고 했고 정말 괜찮았다. 거의 괜찮아졌다.

-에리히 캐스트너, 『내가 어렸을 때에』 중에서


그러니까 저, 괜찮아요. 으쓱.


순오기 2008-07-24 21:05   좋아요 0 | URL
네꼬님이 괜찮다니~~ 저도 괜찮아요. 불끈 힘을 내서 더위와 맞짱뜨자고요!^^
 

퇴근을 앞두고 클레어씨와 잠시 메신저 토크.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모 작가가 이번에 인세를 얼마를 받았다더라, 하는 얘길 주고받다가 대화는 흘러 흘러.....(다음은 우리의 메신저 대화를 그대로 복사해온 것이다.)

 

 

 

클레어: 네꼬씨도 빨리 동시집 내서 돈 벌어야지

클레어: "소고기와 나" 제목으로 어때?

클레어: 한편 지어줘

네꼬: 감정이 과해져서 안돼. 예술은 냉정해야 하거든.

클레어: 네가 미쳤다 해도, 너를 사랑해 / 꽃을 꽂았다 해도, 너를 사랑해

네꼬: 클레어씨가 써.

클레어: 알레고리가 느껴지지 안슴?

클레어: 나도 동시의 세계로...

클레어: 그럼 난 "달걀과 나"로 할래

네꼬: 이상한 동시.

클레어: 계란아 계란아 넌 뭘 해도 예쁘구나

네꼬: 하하하하하.

네꼬: 말이도 예쁘고 찜도 예쁘고

클레어: 우리 식품 동시와 동화의 세계를 열어보자

네꼬: 후라이도 보기에 참 좋구나

네꼬: (운율이 중요해)

클레어: 어멋 재치 만점

클레어: 응 그러취

네꼬: 그래 식품의 세계로..

네꼬: 먹을거리는 온국민의 초미의 관심사.

클레어: 냉면에 들어간 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네꼬: 정말 절절하다.

클레어: 에이아이도 무섭지 않아__시국도 반영하는.

네꼬: 그래. 꼭 클레어씨가 낭독해야 됨.

클레어: 응. 눈물 그렁그렁해서.

네꼬: 닭들아 고맙다, 로 마무리 어때?

클레어: 닭들아, 사... 사... 좋아합니다

네꼬: 하하하하.

클레어: 아... 하하 보고 싶다 T.T

클레어: (이 뜬금없는 마무리)

 

-

나와 클레어씨는 정말 알 수 없는 관계. 하우스 박사님과 윌슨의 관계.(물론 하우스 박사님이 클레어씨고, 나는 착하고 불쌍한 윌슨이다.) 옷을 주고받는 관계. 서로의 집에서 밥을 먹는 관계. 영화관람- 명동칼국수-롯데백화점-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공유하는 관계. 잘 놀다가도 무한도전 시작하기 전엔 부랴부랴 헤어지는 관계. 그러다가 촛불도 같이 드는 관계. 토요일 광장에 나란히 앉아서 '씨, 오늘 무한도전 재밌을 것 같던데'라고 함께 투덜대는 관계. 뜨끈한 관계. 하지만 서로의 약점을 가장 잘 아는 관계. 그래서 정말 위험한 관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말 헤어질 수 없는 관계. 들뜬 목소리가 설렘인지 과장인지 초음파 수준으로 가려내는 관계. 웃기 시작하면 눈물을 빼는 관계. 울 때도 그런 관계. 글쎄, 하여간  내가 동료 운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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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7-09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때 오신 분이 클레어씨야요?

네꼬 2008-07-10 18:23   좋아요 0 | URL
어 그분이 클레어씨에요. 아프님 소개팅 시켜준다고 했던 그 분. ㅋㅋ

마늘빵 2008-07-12 00:11   좋아요 0 | URL
큭큭큭. 머야요. 왜 그럼 클레어씨라고 말 안했어요? 걍 친구분인줄 알고 인사만 했잖아요. 큭큭큭.

네꼬 2008-07-14 19:01   좋아요 0 | URL
그날 그렇게 소개해줬는데! 아프님, 제대로 못 들으셨구나. 왜, 그랫으면 더 잘보이려고 했어요? ^^

순오기 2008-07-1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관계라니~ 정말 헤어질수가 없겠군요.ㅎㅎㅋㅋ부럽당!

네꼬 2008-07-10 18:23   좋아요 0 | URL
헤어지면 큰일날 관계죠. 하하하. (애증의 관계라고나...)

치니 2008-07-10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료구나, 친구도 아니고! 운 정도가 아니라, 복이네요 ^-^

네꼬 2008-07-10 18: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심지어 친구도 아니고, 동료라니. 클레어씨는 참 좋겠어요, 제가 동료라서, 그렇죠?

웽스북스 2008-07-10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이거 너무 웃기잖아요
완전 귀여워 완전

동료운, 나도 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에서 고마 명함 쏙 집어넣습니다

네꼬 2008-07-10 18:24   좋아요 0 | URL
"고마" 라니, 하하 재밌어.

나 인제 머리 좀 길고 키 좀 큰 아가씨들 보면 다 웬디양님 같아요.
이런 거 원래 사랑에 빠졌을 때 증상 아냐? 그럼 나 사실은
웬디양님을 사... 사... 좋아합니다.

=3=3=3

도넛공주 2008-07-1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절절하다-이 대목에서 뒤집어졌답니다.그래그래,내 사랑이 없어도 잘 살 수 있어요 네꼬씨는.

네꼬 2008-07-14 19:02   좋아요 0 | URL
노노노, 도넛공주님, 이런 식으로 날 버리고 가려고? 사랑은 사랑대로 주시와.
 

어어? 내 리뷰가 이주의 마이리뷰에 뽑혔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주엔 날이 덥고 습해서 아마 다들 리뷰를 안 썼나 보다. 술 먹고 동화책 읽자는 게 뭐라고... 당황했잖아!

토요일에 시청 앞에 갔다. 노조 차원에서 같이 가자고 하는데, 어차피 갈 생각도 있었고 해서 못 이기는 척 따라갔다. 하지만 깃발 아래 모이는 걸 워낙 싫어하는 성정이다 보니 내내 입을 내밀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돼지저금통을 내놓은 걸 다들 감동적이라고 환호하는데 나는 괴로워서 혼났다. 애들이 무슨 죄라고 그러기까지 해야 되니? 돌아버리겠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 권해효 아저씨의 사회는 너무 맘에 들어서 아저씨한테 문자를 보낼까도 생각했다. (나에겐 권해효 아저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있다! 음하하하하.) 안국동까지 가보니 삼삼오오들 모여 앉아 평화로이 쉬고 있다. 소주를 따는 아저씨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우리는 전경 차 앞에서 어색하게 서 있었다. 김밥 한 줄과 천하장사 쏘세지 두 개로 버텨 봤지만 집에 와서는 어쩐지 기력이 쇠해 있어서 비빔면을 하나 먹고 잤다. 자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이 (오래간만에) 비빔밥이다. 아니, 어차피 시청까지들 갈 줄 알면서 길은 왜 막는데? 무심한 얼굴로 시민들 보고 돌아서 걸어가라는 경찰들을 마주하노라니 안 나던 화가 났다. 응, 이래서 줄다리기로 전경차를 끌어낸 거였구나. 왈칵, 이해가 되었다.

실수의 가장 큰 미덕은 효율성을 가르치는 데 있다. 제대로 된 실수라면 보통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준다. 그 알고리즘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잠재했는지 실수가 알려준다. 그리고 같은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꿀밤을 쥐어박으면서 수정을 요한다. 이놈의 정부는 도무지 그 에러 메씨지를 받아주지 않는다. 최소한 재부팅이라도 해주어야 할 텐데.

근데 어쩌면 나도 정부 욕할 자격이 없는지 모른다. 나의 사생활에 있어서도 언제나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그 원고를 한 번 더 보았어야 한다. 파일을 첨부하기 전에 그게 최종인지 다시 열어보았어야 한다. 계절 지난 옷을 상자에 넣기 전에 정말 세탁을 해둔 건지 확인했어야 한다. 알람이 제대로 맞추어져 있는지 보고 잠들었어야 한다. 아홉 번이 아니라 열 번 생각했어야 한다. 열기 전에, 그래도 되는지 자문했어야 한다. 나라는 사람은 도무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걸까. 내 함수의 어디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지 뻔히 알면서 또 그 상자에 숫자를 넣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주제에, 오류를 직면할 때마다 지나간 오류들을 복기한다는 데 있다. 더 말할 것 없이 100퍼센트 내 탓이다.

듣자 하니 어떤 사람들은 심장이 근육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일정한 심박수를 유지하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모양이다. 나도 그런 심장을 가졌으면 좋겠다. 누가 근육으로 만들어진 심장을 준다면 내 심장에 내가 가진 음반의 전부와 책의 70퍼센트를 얹어서 내다 팔고 싶다. 종이로 만들어진 심장, 걸핏하면 피가 배어 나오는 심장 따위, 정말 쓸모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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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런 멋진 음주 페이퍼라니!
자다가 깨서 머릿속이 같이 비빔밥이 되고 있다~ 내 심장은 뭐로 만들어졌을까? 네꼬님 심장을 사와야 할꺼나~~~~

네꼬 2008-07-07 10:08   좋아요 0 | URL
으엣, 멋지긴요. 자기 전에 시원한 캔맥주 하나 마시려고 한 건데, 괜히 기분이 쎈치해져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순오기님, 제 심장보단 거기 얹어 드리는 사은품땜에 그러신 거 아녜요? ^^

웽스북스 2008-07-07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음주 페이퍼가 뭐 이래요! 너무 멀쩡해 흥흥
(사람들이 제 음주페이퍼 비난하던 생각이 나요 ㅋㅋ)

네꼬 2008-07-07 10:10   좋아요 0 | URL
아니 저게 멀쩡해보인단 말이에요? 웬디양님도 한잔 하고 보신 거 아녜요? ㅋㅋ 아닌게아니라 멀쩡한 정신으로 아침에 다시 보니까 좀 웃겨요. 나도 참.

치니 2008-07-0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장이 근육으로 만들어졌으면... 근육 빠지면 물렁하고 펑펑해져서 더 별루 일거 같은데요?
^-^ 술꾼 네꼬씨는 술 취해도 안 취했을 때랑 똑같은 사람일 것 같네요.

네꼬 2008-07-07 10:1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가? 그래도 제 심장은 좀 형편없는 수준인 것 같아요. 어딘가에는 솔직히 써놓는 게 좋겠다 싶어서 적어두었어요. 전 술 취하면 사나운 고양이가 된답니다. 으르렁~

마늘빵 2008-07-0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했어욤. :)

네꼬 2008-07-07 10:12   좋아요 0 | URL
열심쟁이 아프님도. :)

도넛공주 2008-07-0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네꼬님도 우울한 사람이었군요.좋아좋아.

네꼬 2008-07-07 10:13   좋아요 0 | URL
공주님께 사랑받는 거 넘 어려워요. 하하. 근데 나 아침에 다시 쌩쌩해졌는데? 말짱하게 씩씩해요. 그래도 이미 날 좋아해버렸으니까 꼼짝 마요!

무스탕 2008-07-0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냥이가 있길래 생선 꼬랑지랑 후라이드치킨 잔해(?)에서 먹을만 한것을 골라 던져줬더니 정말로 전광석화같이 물고 가더라구요.
그런거 보면 냥이 심장이 강철심장은 아닌가봐요.. (이상한 결론이다..--a)

아.. 생선은 고등어는 아니었어요 :)

네꼬 2008-07-07 18:10   좋아요 0 | URL
하하. 그게 저였어요. (<---도넛공주님 흉내. ㅋㅋ) 고등어 아닌 것 같아서 물고 줄행랑을... 덕분에 만찬을 즐겼어요. 고맙습니다.

고양이들 심장이 의외로 좀 그렇습니다. (이상한 동의.)

마노아 2008-07-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육으로 만들어진 심장이라면 훈련에 의해서 얼마든지 단련될 수 있겠죠? 음, 나도 그 심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추가 주문 될까요?(응?)

네꼬 2008-07-07 18:1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필요해요? 그럼 두 개 주문. 또 누구, 필요하신 분? (근데 마노아님이 왜? 왜?)

다락방 2008-07-07 18:48   좋아요 0 | URL
나요! ㅠㅠ

(저요, 라고 수정할래다가 관둬요.)

네꼬 2008-07-07 21:00   좋아요 0 | URL
그럼 셋. 아무래도 추가로 주문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 우리 좀 더 기다려 보아요. ㅠㅠ

다락방 2008-07-0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생활에 있어서도 언제나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아 어쩜 이렇게 저와 똑같은 상황이요! 저는 오늘 대박 실수를 저질렀어요. 공장장님들 각자 전화를 걸어오시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저희 이사님은 발을 동동 구르시고. 다 저때문에요. 이놈의 일은 몇년을 했는데 익숙해질만 하면 색다른 사고를 하나씩 쳐줘요.

가까스로 수습을 해놓고 나니 이젠 퇴근을 할 힘이 남아있질 않아요.

게다가 게다가...


(더 말하려다 울 것 같아 관두고 뒤돌아서 간다)

네꼬 2008-07-08 11:19   좋아요 0 | URL
저는 늘 그런 게 궁금한데요, 사고라는 게 우리가 출근하는 날들 수만큼 있나봐요. 나도 이 세계에서 사고칠 "꺼리"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기 때문에 하루하루 놀라면서 살아요.

집에 잘 갔어요? 전화하지, 내가 데려다 줄 텐데. ㅠㅠ

이리스 2008-07-0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머리 한번 쓰다듬어봐도 될까요? (흐익... )

네꼬 2008-07-07 21:01   좋아요 0 | URL
헤헤헤. 그거야 언제든 환영이죠. (머리 머리 바짝 들이밀었음. 나도 흐익.)

mong 2008-07-0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참...
뭐 이런 깜찍한 고양이가 술까지 마신담
떼끼!

네꼬 2008-07-09 18:12   좋아요 0 | URL
아얏. 왜 때려요?

^^ 몽님, 어디 갔었어요? 기다렸잖아!
 

며칠 만에 엄마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엄마는 생태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주셨다. 아무리 내가 매운 걸 못 먹어도 그렇지. 고춧가루를 더 넣었어야 하는데, 그래도 맛있어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아빠는 내가 생선을 잘 발라 먹지 못한다고 옆에서 계속 뭐라고 하셨다. 내 나이 서른 셋. 게다가 생선 가시 발라 내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아빠 기술로 볼 땐 내가 어림도 없는 거다. 실력자인 아빠가 숭덩숭덩 살을 발라 주셨다. 나는 잘도 받아 먹었다. 엄마가 말했다. 배추 김치가 금방 익어 버렸어, 그래도 좀 갖고 가. 응. 너 좋아하는 알타리 김치도 담갔는데, 그건 아직 안 익었어, 알타리 무가 맵더라. 고춧가루가 매워야 맛있는데, 무가 매우면 좀 쓴데, 엄마, 그래도 익으면 나 꼭 줘.

엄마가 싸주신 배추 김치를 들고 일어나는데, 엄마가 강아지들 오줌 뉘어야 한다며 나를 쫓아 나오신다. 아빠가 따라 나올까 봐 얼른, '금방 올게요' 하고 덧붙이면서. 아파트 마당에서 엄마 나 갈게, 하고 돌아서는데 엄마가 내 소매를 잡는다. 너 무슨 일 있니? 아니, 내가 왜?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응, 피곤해서 그래, 나 오늘 출근했잖아. 그런데 네꼬야, 엄마는 네꼬 편.

엄마의 알쏭달쏭한 말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에이 참, 조금 울고 싶었다. 하지만 김치 통을 들고 울면서 걷는 건 아무래도 웃기는 것 같아서 어떻게 잘 참고 집에 왔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눕기도 전에 벌써부터 뒤척이는 밤. 참, 아까 주차장 들어올 때 어떤 참새가 내 앞에 걸어가는 바람에 급히 차를 세웠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어서 후진해서 좀 기다렸다가 겨우 들어왔는데, 그 참새는 누구였을까? 사실은 내가 아는 참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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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6-1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네꼬편.!

네꼬 2008-06-15 10:13   좋아요 0 | URL
나도! (나도 네꼬 편!) 히히.

순오기 2008-06-1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네꼬편, 든든한 빽!

네꼬 2008-06-15 14:25   좋아요 0 | URL
내 편 현재까지 세 명. 으하하핫. 네꼬는 천하무적. 뭐든지 할 수 있어.
: )


(순오기님, 광주 광주 ㅠㅠ)

도넛공주 2008-06-1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네꼬님 차였어요? 나참,다음엔 뭘로 둔갑을 해야 아는 사람을 안 만나나.

네꼬 2008-06-15 14:26   좋아요 0 | URL
아아, 어쩐지, 참새 날아갈 때 설탕 냄새 같은 게 나는 것도 같더라니. 도넛공주님이었구나, 난 또 누구라고.

웽스북스 2008-06-15 20:44   좋아요 0 | URL
저도 그참새 봤었잖아요 배추김치로 둔갑해서 ㅋㅋ
그게 도넛님이었구나

다락방 2008-06-15 22:28   좋아요 0 | URL
앗. 나는 네꼬님 차로 둔갑해서 네꼬님 태웠다가 그 참새 봤잖아요. 배추김치도 태우고 ㅋ

Mephistopheles 2008-06-15 22:47   좋아요 0 | URL
내가 어제 사무실 앞에서 도넛을 물고 날아가는 까치를 봤는데....
헛것을 본게 아니였군요...난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생겼나 했어요.

네꼬 2008-06-15 23:23   좋아요 0 | URL
아이고오 어질어질 @_@ 한분씩 나타나셔야 제가 그때그때 인사를 하지요. 그러니까 어제 내가 만난 참새는 도넛공주님이고, 내가 운전한 건 다락님인데, 차에 태운 건 웬디양님이고, 지나가던 아저씨는 메피님이었던 거? 으와. 마법이 난무하는 이 마을!


으휴우 좋아라.



Mephistopheles 2008-06-16 00:56   좋아요 0 | URL
아저씨....라니....아저씨...라니....네꼬편..취소할까 고민 중...

네꼬 2008-06-16 08:56   좋아요 0 | URL
메피님 메피님, 아니아니, 청년으로 급 변경. (후아... 순간 메피님이 정말 메피스토펠레스로 보이고 말았다능;;; )

paviana 2008-06-17 00:49   좋아요 0 | URL
아니 아저씨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 비극을 어이해야 한단 말입니까? ㅋㅋ
메피님이 취소하세요.제가 대신 할거에욧!

네꼬 2008-06-26 17:21   좋아요 0 | URL
파비아나님 추가. 자자 그럼 내 편은 모두... 둘 네 여서 여덜 열. 열 명인가? (내 맘대로 계산.)

치니 2008-06-1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네꼬님은 부자네요.

네꼬 2008-06-15 23:14   좋아요 0 | URL
네, 보시다시피. (으쓱으쓱) 치니님이 더 부자이시면서. (잘생긴 아들도 있고.....응? 이건 아닌가?)

마노아 2008-06-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나두요. 네꼬님 배후할래요.^^

네꼬 2008-06-15 23:14   좋아요 0 | URL
천군만마가 여기 계셨네! (근데 안됨. 내가 마노아님 배후하기로 했잖아요!)

다락방 2008-06-15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정말로 내가 되고싶은건요, 네꼬님의 크리스마스예요.
나는 네꼬님의 크리스마스가 될게요.

네꼬 2008-06-15 23:15   좋아요 0 | URL
그럼 그렇지 우리 다락님. 자동차보단 크리스마스로 변신해주세요. 우리 올여름엔 크리스마스파티를 해볼까요? 을지로 삼겹살 후에 쥐포와 맥주를 나누며 선물을 교환하는 거야. (어머, 써놓고 보니 완전 근사하잖아!)

무스탕 2008-06-16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잘 주무셨어요, 그날 밤 그리고 그 후 계속..?
필요하다면 말씀하세요. 얼마든지 언제든지 무릎을 빌려드릴께요.
살살 쓰다듬어도 줄께요.

네꼬 2008-06-16 19:07   좋아요 0 | URL
뒤척뒤척. 아침마다 졸려요. -_- 무스탕님...... 어흑. (엎드려 우는, 손길에 약한 고양이.)

L.SHIN 2008-06-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가까운 사람한테서 '챙김'을 받으려면 멀리 떨어져 살아야 되는구나...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는 외계인)

그 참새는 말이죠, 네팡이 잘 지내나~ 하고 가끔씩 안부 살피러 오는 천사에요.^ㅡ^
가끔은 흰 나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죠.

네꼬 2008-06-16 19:09   좋아요 0 | URL
음, 그래서 내가 쿠션님 챙기잖아요. (니가 언제? 뻔뻔하기는!)
참 이상한 일, 오늘 점심 때 손님이 오셔서 차를 타고 나가는데 정말 코앞에 또 참새가 지나지 뭐예요. 그분은 도넛공주님이셨을까요, 아님 천... 천사...라니, 이런 불량 고양이에게 천사가 웬 말. ㅠㅠ (그래도 그렇게 얘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L.SHIN 2008-06-22 16:03   좋아요 0 | URL
정말인데..

네꼬 2008-06-25 13:41   좋아요 0 | URL
하핫. 네, 그럼 그분이 혹시.... 쿠션님...?

2008-06-16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5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8-07-0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도 네꼬님 편. 저는 네꼬님이 김치통을 들고 길에서 대성통곡하더라도 네꼬님 편!
그치만 울지는 말아요.. :)

네꼬 2008-07-10 14:36   좋아요 0 | URL
나.. 나... 나 왜 이거 인제 봤지? ㅠㅠ 낡은구두님, 김치통을 들고 대성통곡하는 네꼬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어요. 그리고 그 곁에 가만 서 있는 낡은구두 한 켤레도. 와, 서럽고 따뜻해요. (와,내 편 되게 많음.)

2008-07-15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