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록의 홑이불이 먼 들판에 깔린다
모든 고통이 다
병이 되는 건 아니다
창 아래 취해 쓰러진 그림자의
홀쭉한 속을 들여다본다
내장을 훑던 손들
돈과 섹스에 대한 망상까지 다
소화되고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
(불끈 껴안을 수) 없는 것,
그게 다 마음이다
나는 나을 것이고
이번 봄은,
아주 길(吉)하다
-이영광, <입춘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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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아주아주 약해질 때마다, 나는 그게 궁금했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무너졌을까. 나는 접착제 없이 만들어진 프라모델일까,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걸까. 또 그런 순간이 오는 걸까. 이유를 안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나는 냉장고 문 앞에, 신발장 앞에, 텔레비전 앞에 쪼그려 앉아 잠깐씩 울곤 했다. 아주 긴 새벽이 그때마다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때,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유를 안다면 정말 좀 나았을까. 부디 이 독이 빠져나가기를, 이 고통이 상처가 아닌 것으로 내 몸에 남기를 기도하면서, 때로는 오래 울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나는 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나을 것이다, 참 길하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