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엄마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엄마는 생태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주셨다. 아무리 내가 매운 걸 못 먹어도 그렇지. 고춧가루를 더 넣었어야 하는데, 그래도 맛있어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아빠는 내가 생선을 잘 발라 먹지 못한다고 옆에서 계속 뭐라고 하셨다. 내 나이 서른 셋. 게다가 생선 가시 발라 내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아빠 기술로 볼 땐 내가 어림도 없는 거다. 실력자인 아빠가 숭덩숭덩 살을 발라 주셨다. 나는 잘도 받아 먹었다. 엄마가 말했다. 배추 김치가 금방 익어 버렸어, 그래도 좀 갖고 가. 응. 너 좋아하는 알타리 김치도 담갔는데, 그건 아직 안 익었어, 알타리 무가 맵더라. 고춧가루가 매워야 맛있는데, 무가 매우면 좀 쓴데, 엄마, 그래도 익으면 나 꼭 줘.
엄마가 싸주신 배추 김치를 들고 일어나는데, 엄마가 강아지들 오줌 뉘어야 한다며 나를 쫓아 나오신다. 아빠가 따라 나올까 봐 얼른, '금방 올게요' 하고 덧붙이면서. 아파트 마당에서 엄마 나 갈게, 하고 돌아서는데 엄마가 내 소매를 잡는다. 너 무슨 일 있니? 아니, 내가 왜?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응, 피곤해서 그래, 나 오늘 출근했잖아. 그런데 네꼬야, 엄마는 네꼬 편.
엄마의 알쏭달쏭한 말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에이 참, 조금 울고 싶었다. 하지만 김치 통을 들고 울면서 걷는 건 아무래도 웃기는 것 같아서 어떻게 잘 참고 집에 왔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눕기도 전에 벌써부터 뒤척이는 밤. 참, 아까 주차장 들어올 때 어떤 참새가 내 앞에 걸어가는 바람에 급히 차를 세웠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어서 후진해서 좀 기다렸다가 겨우 들어왔는데, 그 참새는 누구였을까? 사실은 내가 아는 참새였을까?